엘러리 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으면서 그의 존재를 재각인시켜준 다섯번째 작품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의 흥미로운 무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이미
탄탄한 신뢰를 안겨주었기에 그의 논리 정연한 추리의 향연이 더 빛을 발하고 독자의 마음을
이렇게 확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사건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 아로요에서 일명 'T 살인사건'이 발생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십자가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피비린내로
가득한 현장에는 모든 것이 T자 모양의 흔적들로 가득 채워진다. 흉악한 미치광이의 손길은
이미 가차없이 시체의 머리가 없는 거대한 T자 모양으로 매달린 십자가를 범죄 현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남겨놓음으로써 범인 자신에 대한 상징성을 부각키켰고 범인의 실체에 대한 실마리
조차 쉽사리 발견하지 못한 수사진의 시름과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엘러리 퀸의 사건 수사 움직임이 활발히 시작되면서 눈 앞에 보이지 않던 범인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덫과 조작된 증거들이 서서히 하나씩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고 살인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된 수수께끼에 싸인 절름발이 한 남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추적이 더욱 마음을
바싹 사건속으로 잡아당겨 주고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홀로 기다리는 암흑속에서 살해되는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곧 베일에 쌓여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비밀과 진실이 고개를 들지만 과연 이 살인사건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피맺힌 원한과 복수로 벌어진 참극의 결과일지..
위장된 범인의 실체와 부당한 속임수에서 벗겨진 진실이 언제쯤 이 대단원의 막을 두드려
줄 수 있을지 마음이 점점 앞서가졌다. 희미하게 보여지는 사건에 대한 윤곽들이 모여질수록
자신이 도달한 결론들에 더욱 혼란을 지울 수 없는 엘러리 퀸은 과연 자신의 명백한 논리로
어떻게 최종 범인의 얼굴을 지목할 수 있을까? 후반부에서 엘러리가 사건의 추이를 다시 한 번
천천히 돌이켜보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가 홀로 깨달았던 사건에 대한 그 중요한 무언가들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가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추론이 곧 확증되어져가는
증거들로 변화하고 있음을 머릿속에 떠올려 볼 수 있게된다. 확신할 수 없었던 것도 날카로운
눈초리 앞에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범인이 그토록
기다리고 얻고자 원하던 바가 무엇인가를 지목함과 동시에 긴박한 마지막 범인에 대한 추적은
숨가쁘게 우리의 눈 앞을 앞질러간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조연적 요소와 배경, 캐릭터들의 관계구도도 이 미스터리의
즐거움이 더 배가되도록 곳곳을 잘 채워준거 같다. 그리고 그 모든 일련의 이야기 요소들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였음을 알았을 때 엘러리 퀸의 탄탄한 작품 구성력과 안목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저 감탄하고 말았다.
단 하나의 해답에 도달하기 까지 자신의 논리를 절대 놓치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그 가지런한
모습이 부러울 따름 이었으니 말이다. 미스터리를 흡족하게 즐기면서 더불어 자신의
추리안목을 단단하고 날카롭게 다져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감이 또 따로 있을까?
또 다시 다음 그의 무대 앞으로 걸어가보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