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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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기 작가의 새로운 소설집 <순서의 문제>는 총 7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각각 서로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게 독립된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 편하게 먼저 보고싶은 작품을 펼쳐보아도 무방하다. 그 중에서도 나의 기대와 희열을 충족시켜준 <순서의 문제>, <티켓다방의 죽음>, <뮤즈의 계시>를 이 소설집의 메인으로 꼽아보고 싶다. 그만큼 범죄에 감춰진 트릭이나 범인들의 예리한 수법, 얼핏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복선 등이 끈끈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해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장편 <나를 아는 남자>에서 이미 친숙해진 묘한 매력의 소유자 진구와의 재회는 어떠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죄와 사건 앞에서 그의 남다른 식견과 재능, 기지는 사건을 절묘하게 해결시키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해결사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분명 사회악을 심판하고 진실을 찾아내는 데는 투철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이라는 물질의 대가를 자신의 노력의 결과물로 취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속물적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이상적인 정의감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순서의 문제>에서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하는 진구는 어느 날 손님에게 묘한 거래제안을 받는다. 단순히 지정한 지역에 도착하여 전화 한 통만 걸어주면 50만원을 거머쥐는 손쉬운 제안이였던 것이다. 솔깃하면서도 먼가 정상적인 심부름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도 생겼지만 곧 순순히 거래를 무사히 마친다. 하지만 곧 이 거래가 어떤 돈과 관련된 범죄임을 알아차린 진구는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하고 발빠르게 움직인다. 의심되는 알리바이 조작의 진위, 자살이 확실한 죽음의 진짜 진실, 죽음의 순서를 철저히 위장시키고자 했던 범인의 의도 등을 거쳐가면서 결국 진구가 발견한 파렴치한 한 인간의 탐욕과 진실은 무엇일까?

 

 <티켓다방의 죽음>편에선는 타지에서 청산가리로 자살한 채 발견된 한 남자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죽기전 이미 무리하게 상당한 생명보험에 가입된 쓸쓸한 피해자의 최후, 자살로 판명되는 한 보험금을 한 푼도 타낼 수 없기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는 피해자의 아내, 자살로 짙어진 사건의 향방을 타살로 이끌어내도록 의뢰를 받은 진구의 선택은 무엇이 될지, 또 복잡하게 얽혀진 베일의 사건의 진상은 어떤 관계가 있을지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잠잠히 자취를 감추었던 진구의 예리한 이리의 눈빛이 무슨 연유로 누군가에게 준비된 응징을 가하려고 하는지도 끝까지 놓치지않고 지켜본다면 더 재밌게 즐겨볼 수 있겠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보다 진구와의 거리감을 더 좁혀보면서 그의 이면속에 좀 더 깊이 들어가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든다. 따뜻하고 자상한 구석도 있지만 먼가 자신의 내면을 모두 표출해지 않는 신중하면서도 꼼꼼학 성격의 소유자, 쉽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과거의 기억속에서 아직 꺼내지 못한 그의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다. 확실히 그는 범죄와 사건을 다루는 탐정으로서의 능력은 탁월했다. <뮤즈의 계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해미와 함께 살인사건에 연관된 법정의 증언대에서 위증의 위기로 내몰릴뻔한 난관을 스스로 극복하고 사건의 진실까지 완벽하게 밝혀내는 진가를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또 하나 독자들에게 반가운 인물, 고진 변호사와의 만남과 인연이 어떤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조우하게될지도 기대된다. 고리타분한 명탐정의 모습을 멋지게 탈피하고 한국형 추리소설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진구의 남다른 활약이 앞으로도 더욱 멋지게 펼쳐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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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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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나 피폐하고 어긋난 운명의 길에 빠져들 수 있는 생명이었던가? 태연하게 자신의 죄악의 얼굴을 가려둔채로 태연하게 악마의 피를 묻히는데 서슴치않는 한 남자의 광기는 멈출줄 모르는 거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죄책감없이 기묘한 감각에 휩싸이며 그 감정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한 살인귀의 입가에서 들려오는 <모리타트>의 선율.. 몸속 깊이 파고드는 극한의 공포와 고통의 비명소리들이 번져가면서 마치 더 이상 한 괴물의 피비린내나는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절망과 고통의 깊이가 얼마나 알 수 없는 구렁으로 떨어지고 있는지 느끼게 만든다.

 

 처음 소설속에 등장한 하스미 세이지의 겉모습은 뛰어난 언변, 이상하리만큼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읽어내는 능력, 교사로서 훌륭한 엘리트의 두뇌를 갖추면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신뢰와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언뜻 부족함이 없는 인물로 비춰지게된다. 하지만 곧 그 이면 속 얼굴에는 차갑고 모든 것이 제멋대로인 자기중심적 사이코패스가 깊숙이 감춰져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에게 곧 수식어처럼 따라오는 죽음의 존재들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과 그가 꺼내지 않는 비밀의 실체, 그 과거의 거울속엔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 이를 쫓아가도록 소설의 이야기는 끌어당기고 있다. 또 쉽게 알아채릴 수 없는 인간의 거짓말을 꿰뚫어볼 수 있을만큼 자신의 내재적 감정의 한계에 부딪치지 않으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감정의 얼굴로 타인을 자연스럽게 속이면서 자신의 주문대로 끌고가는 사악한 그 존재에게 점점 더 악마의 살기가 가까이 죄어져오고 있음을 알게 해주고 있으니..

 

 신코 마치다라는 무대는 결국 그가 조종하고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었던 탐욕과 죄악의 왕국에 불과했다. 교묘하고 치밀하게 학생과 교사들에 대한 접근을 서슴치 않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과 이용가치를 수집하고 언제든지 자신의 계획에 이용하고 버릴 수 있도록 주시하면서 수많은 변수에 대비하고 상황에 따른 제빠른 판단력과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은 더없이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살인마의 모습을 잔인하면서도 여실하게 표출해주었다.

 

 

 결국 그가 자행하고만 이 폐쇄된 학교에서 벌어진 살육은 실패하고 용서될 수 없는 교전으로 남겨지고 말았다. 결코 씻겨내리지 않는 자신의 죄악을 악마의 영혼으로 대신하려는 그의 태연하면서도 마지막 가증스러운 고백...그리고 전해지는 하나의 전율이 몸서리칠만큼 떨려오는 소름과 공포인지 피를 토하는 심정의 분노인지는 쉽게 대답할 수 없을거 같다. 만약 이 하스미에게 어긋나버린 어린 시절에서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인격장애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 마음의 문을 열고 무거운 짐을 덜어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마련되었다면 그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을지..소설이란 무대로 이 <악의 교전>을 단정짓기엔 머릿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충격의 잔해들이 쉽게 씻겨내리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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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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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변호사>시리즈 작품 이후 오래간만에 도진기 작가의 신작 <나를 아는 남자>를 만나보았다. 한국형 추리소설도 충분히 국내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켜준 작가인만큼 이번에 선보이게될 작품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들을 펼쳐보였는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필력을 끝까지 완성도있게 잘 살려내었는지를 기대해보면서 첫 페이지를 넘겨갔다. 

 

 새벽이 짙어지는 어둠속에서 주인공 진구는 한 연립 주택의 현관문 앞에 다다르게된다.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직장상사 박민서의 집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민서의 아내의 문성희의 의뢰를 받고 불륜의 물증을 찾아내기 위해 몰래 잠입을 시도하려는 참이었다. 사전에 파악한 정보로 집이 비어있는 것을 확신하면서 준비한 도구를 이용하여 곧 문을 열고 들어가려하는데..이상하리만큼 스르륵 그냥 열리고만 현관문..실내를 조심스럽게 밝히며 발을 내딛는 진구가 맞닥뜨린 광경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피범벅인 상태로 이미 숨이 끊어진 박민서의 시체였다. 고요한 정적속에 곧 퍼뜩 자신의 이성을 찾는 진구, 당장 제1급의 용의자로 지목될 지경 처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침착하게 사건의 현장에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기지를 발휘하지만 곧 자신에게 찾아올 피할 수 없는 위기를 예감하게된다. 결국 제1의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고난이 예견되었지만 진구는 기대이상으로 위기에서 빛을 발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영장청구를 앞에 두고판사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설득력있게 이끌어내면서 범인의 범위까지 좁히는 모습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방식을 날카롭게 비트는 대응이었다. 곧 다시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먼가 자신의 혐의를 완전히 벗지 않는한 앞으로도 경찰수사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곧 스스로 이 살인사건에 숨어든 하나의 진실과 실체를 밝히기위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펼치기 시작한다.

 

 피해자 주변인물들을 하나씩 파고들면 들수록 그들이 얽혀있는 관계의 진상은 무엇일지..저마다 숨기고 보호하며 지키려하는 비밀과 진실은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을 이루고 있을지 점점 더 궁금해져갔다. 왠지 이 소설은 곧 겉과 속이 다른 인간 군상들이 얼마나 괴리된 욕망의 굴레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고 마치 내가 진실로 믿고 있는 대상에게 단지 치욕적인 탐욕의 도구에 불과하였다면 그 충격과 분노속에서 온전하게 버티어낼 수 있는 존재인지 물어보는거 같았다. 이야기 후반까지는 사건을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가 한 겹씩 벗겨질 때마다 착각과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것 같았지만 어느 덧 이 사건의 내막과 실체를 밝히고 그 마지막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쥐게 되면서 대단원의 결말이 우리에게 바짝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결국 일그러진 인간의 추악한 탐욕은 비참한 파탄의 끝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하나의 진실을 가리키는 것일지.. 점점 쌓여만가던 이야기의 모든 복선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클라이막스를 터뜨리기 위해 존재했던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 범인의 정체와 동기의 놀라움을 훨씬 넘어서는 이 범죄의 강력한 도화선 같은 결정적인 실체의 얼굴은 곧 용서받을 수 없는 자의 마땅한 최후가 아니었을런지...남다른 매력과 탄탄한 능력을 갖춘 새로운 주인공 '진구' 의 멋진 활약도 앞으로 더욱 기대해보면서 도진기 작가의 새로운 미스터리 세계의 완성을 얼른 맞이해보는 시간이 성큼 다가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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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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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해(苦海)속에 반복되는 사랑과 미움.....속세에서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리니...."

이 독백은 마지막 범행의 실체를 밝히는 행선지를 향하여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독자에게 내뱉은 한마디이다.

왠지 대단원의 결말 앞에 서 있는 하나의 진실을 밝히는 듯한..이 사건의 종착지를 함축하고 있는 듯한 메세지로 들렸다. 의문의 참혹한 살인사건으로 법정 앞에 서게 된 인물 피의자 조판걸,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서초 경찰서 강력반 팀장 이유현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서서히 시작되려고 한다. 곧 살인 사건의 피해자 정유미, 그리고 함께 피살된 의문의 남자 이필호란 인물도 수면으로 떠오르면서..무엇이 이 두 남녀를 한 공간속에서 서로 엇갈린 죽음의 운명으로 내몰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우선 앞서 말한 이유현은 사건을 하나씩 파헤쳐나가지만 도저히 뚜렷한 목격자를 발견할 수 없고 범행동기가 의심되는 유력한 용의자조차 지목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면서 결국 피해자 정유미가 살던 아파트 경비 조판걸을 제1용의자로 지목하게된다. 하지만 무엇하나 사건 현장에서 실마리가 될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두 남녀를 피살한 송곳과 과도는 각각 서로의 지문이 묻은 감식결과가 나오면서 두 피해자가 서로를 살해한 정황이 되고 더욱 혼란에 휩싸인다. 피의자 조판걸 역시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였고 국선 변호사보다 자신의 선임한 사선변호사를 통해 혐의에서 벗어난다. 결국 사건 수사는 제자리로 돌아서고 과연 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의 살인사건이 어떤 국면으로 돌파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아마도 작가와의 치밀한 이 두뇌 싸움이 분명하게 짙어진 듯 하다. 곧 눈에 보이는 게 모든 것이 아니고 진실이 될 수 없으며 마지막까지 방심하지말고 손쉽게 자신이 만들어놓은 덫에 빠지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한편 끊임없이 피해자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의심의 구석을 아무리 찔러봐도 여전히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이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며 먼가 급물살을 타는 듯한 기대와 궁금증이 커져간다. 피해자 아파트의 CCTV를 통해 사건에 관계된 그 어떤 인물도 범행이 벌어진 시점 이전에 분명히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범인은 유유히 자신의 행로를 따라 보이지 않게 두 인물을 살인할 수 있었는지가 미스테리한 대목이었던 것이다. 곧 범인의 침입경로를 정확히 밝혀낼 수 있어야 범행의 실체를 잡아낼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서서히 침입흔적의 조작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증거, 증언은 더욱 탄력을 받으며 수사의 막바지에 박차를 가한다.

 

 물론 중간중간 작가가 의도한 범인 대상에 대한 착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덫이 되고말았다. 나도 모르게 굳어진 심증과 거의 완벽한 추리 가설이 왠지 맞아들어가는 듯한 기분은 곧 허를 찔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움직일 수 없는 범인의 확실한 증거를 끝까지 눈치챌 수 없었으니 통쾌하게 당해버렸다. 심리트릭과 시간트릭 등 이중트릭에도 빠져보았지만 역시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와 그걸 쥐고 있는 인물의 실체와 마주쳤을 때 느낀건 결국 인간에게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악의에서부터 시작된 커져가는 탐욕의 유혹은 결코 욕망의 롤러코스터를 멈출 수 없는 파멸이라는 두 글자였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희생된 운명들의 되돌아오지 않는 목소리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인간의 내면속에 자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얼굴과 탐욕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두려워지기도 하는 순간이다. 현직 판사 출신답게 범죄를 바라보는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도 괜찮았고 작품 플롯도 준수하게 잘 짜여진 느낌이어서 만족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 탄탄하고 노련해진 필력으로 이 <어둠의 변호사>시리즈를 잘 이어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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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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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는 좀 멀리 떨어져 산골짜기 깊은 숲속에 자리한 고풍스런 서양식 저택같은 수차관,

그 모습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먼가 괴이한 암흑의 기운이 이를 덮어내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휘감겨드는 듯 했다. 그리고 폭풍우가 무섭게 몰아치던 1년 전 이 저택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이 고개를 들고 현재와 과거의 시간과 기억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풀리지 않았던

참극의 미스터리를 천천히 파헤쳐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의의 사고로 얼굴과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저주스런 얼굴을 감추며 차가운 데스마스크 가면을

쓰고 휠체어를 타는 이 저택의 주인 후지누마 기이치, 가녀리고 아리따운 소녀지만 먼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새장속에 갇혀있는 듯한 기이치의 어린 아내 유리에, 이 저택의 주인보다 저택

자체를 지키고 관리하는 집사라는 위치에 자부심을 강하게 느끼는 남자 구라모토, 불세출의 화가

후지누마 잇세이의 제자이자 기이치의 친구인 마사키 신고, 그리고 1년에 한 번 수차관을 방문하는

4명의 방문객, 이 저택의 가정부까지 이 모두에게 찾아든 과거의 참극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사고인지 사건인지 쉽사리 알 수 없었던 탑에서 떨어진 가정부의 죽음, 잇세이 화백의 그림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감쪽같이 증발되면서 실종된 한 남자, 그리고 소각로에서 불타버린 한 구의

시체가 이들이 겪어야했던 비틀린 운명이었으니..그리고 거슬러 올라갔던 1년의 시간이 현재로

돌아오면서 이 사건에 감춰든 의혹과 진상을 밝히려는 한 남자가 저택으로 찾아오게 되고 불투명

했던 사건의 기억들이 하나씩 진실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수차관의 살인>은 앞 뒤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플롯을 선택한 거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탄한 흐름속에서 이중 삼중의 덫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와 과거의 곳곳에 복선과 실마리의

흔적, 자연스럽게 믿고 착각할 수 있는 미스터리 요소를 균형있게 배치하여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

드는 즐거움을 잘 이끌어내준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다양한 추리 작품을 접한 이라면 범인 지목

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작품 전체에 깔려진 환상과 기괴함이 섞여진 분위기를

마음껏 맛보면서 교묘한 트릭의 진상과 복선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마지막 결말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더 매력적인 추리의 유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수차관에 초대된

이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후지누마 잇세이의 환상의 유작 '환영군상'이 이 무대가 끝나기 전까지 깊은

어둠과 침묵속에서 절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결코 세상 밖으로 공개되지

말아야 했던 이유, 이 그림이 품고있던 풍경은 분명 오싹하고 으시시한 불행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절묘하게 이 수차관 저택에 얽힌 인간들의 운명을 응시하고 있는 듯 해 더 서늘하고

알싸한 결말의 여운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 같다. 이제 신본격 추리에 자신만의 하모니

를 입힐 줄 아는 아야츠지 유키토가 지어놓은 새로운 관 시리즈의 무대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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