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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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휴가 때 서점에 들렀다 가볍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집었던 책이다. 늦었지만 읽은 소감을 세가지 관점에서 남겨본다.

1. 시간을 대하는 자세

옛말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언뜻 수긍이 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족한 면도 있다. 동 격언이 쓰이는 경우란 보통 어떤 행동을 결정할 때인데, 나중에 그 결정을 지속 이행하지 못할 때는 외려 자기변명의 구실로 작용하기도 한다. ‘애당초 늦은 시점이었으니깐.’ 그래서 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고 말한다. 이 말의 본뜻은 어떤 선택이 관습적으로 정해지는 ‘때’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좋아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지스가 76세에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그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 그녀의 일생내내 본인이 하고자하는 일을 스스로 충실히 해왔던 것처럼. 요컨대, 어떤 결정은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다만 스스로 진심으로 원하고 좋아하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2. 행복의 기준

가끔 나는 내 생에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던가 자문하곤 한다. 그때마다 선명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매우 어릴적 한 여름 마당 평상에 앉아 가족들과 점심을 먹던 그날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때는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도 못했다. 아마도 빈약한 찬이었지만 부모님과 두 누나들과 오손도손 함께 웃고 즐겼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비트 코인이며, 부동산이며, 로또며 비슷하거나 좀더 어린 층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며 눈에 불을 켜는 요즘의 모습이 좀 딱하게 보이기도 한다. 모지스는 시골 대가족의 장녀로 태어나 어릴적부터 식모살이를 시작하고,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농장에서 갖은 육체 노동을 해왔지만, 그녀의 대부분의 그림은 바로 그때, 그 장소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녀가 그런 시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시간들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고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일확천금에는 안타깝게도 바로 그러한 ‘과정’이 없다.

3. 이런 책을 대하는 자세

이런 류의 책은 순간적으로 의지를 복돋기도 하지만 이내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이런 사람도 있는데 나는 뭐람.’ 나는 회화를 평할 능력은 없지만, 솔직히 모지스의 그림이 그리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비싼 돈주고 살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참 따뜻하고 동심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행복은 과정에서 더 크게 얻는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글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내용들, 아줌마 말투식의 번역(내가 몹시 싫어하는 말투다). 평점을 낮게 준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모지스 할머니의 삶 자체는 별 열개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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