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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 유명한 사람이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남자의 자격을 보고서야 알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 생각에 공감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몰랐지만 카리스마도 있고 감동도 만들어내는 멋진 사람이다. 기억하고 싶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 이후로는 무릎팍도사랑 남자의자격에서 또 한 번 티비에서 볼 수 있었고 연말 시상식을 볼 때도 티비 속에서 볼 수 있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카메라가 비추는 그 모습밖에 볼 수가 없었다. 이제 아는 사람이지만 티비에서 본 사람이라는 게 전부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처음부터 나의 호감을 받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릎팍도사라는 기회를 놓친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1부, 2부, 3부, 4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과거, 현재, 미래처럼 시간이 흐르는 대로 묶어둔 숫자가 아니다. 시간은 뒤죽박죽 섞여있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오히려 또 다른 매력처럼 느껴졌다. 박칼린의 성격과도 닮았다고 해야 될 것이다. 2부의 시작을 여는 첫 이야기의 제목에서 ‘무작정’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제목을 모두 말하자면 ‘무작정, 기차와 산’. “87년, 88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걸 워낙 좋아했던 나는 목적지 없이 무작정 기차를 타고 종착역에 내려 산을 오르는 그런 짧은 여행을 자주 했었다.-p.87”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지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뜬금없어 보이는 여행을 즐겼던 그녀의 성격을 닮아서일까. 어린 그녀가 다음 장에서는 어른이고 읽다보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뜬금없어 보이는 이런 순서. 현실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은 무작정 기차 타기 같아 재미있고 즐겁다.
어린시절 아니면 음악에서의 모습 이렇게 딱 부러지는 주제 하나만을 둔 게 아니다. 이 책의 주제는 그냥 박칼린.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그냥 이 책에 쓰여 있다. 무대 이야기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떠돌아다니던 자신의 별명 ‘마녀’에 대한 소감도 적혀 있다. 어린 시절도 있고 젊은 시절도 있다. 그래서 아주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아빠의 눈물’에서처럼 아픈 눈물도 있고 ‘뮤지컬 명성황후’에서처럼 열정도 볼 수 있다. 공감할 만한 내용도 있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은 박칼린 에세이. 처음 그냥 좋았던 것처럼 여전히 좋다. 아니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