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 <비밀의 숲>. 하루키의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너무 좋다. 




 

















 하루키가 추천한 책이다. 피츠제럴드의 <다시 찾아온 바빌론>, 희한하게 종이책은 없고 e북과 오디오북만 있다. 오디오북 한 번 도전해볼까나.



 




 











 역시 하루키가 추천한 책.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다. 700p가 넘는다. 꼭 읽고 싶은 책인데, 두께가 만만찮다. 1, 2 권으로 나눠졌던 게 절판되고 합본으로 출간되었다.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을 할 때도 매사가 술술 순조롭게 진행되면, 어찌 된 일인지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는다. 어쩐지 안절부절못하고 근질근질해진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면 몸이 긴장해서(물론 나도 칭찬받으면 기쁘지만), 그만 엉뚱한 말을 주절거리고는, 자기혐오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형세가 반대로 되면, 나는 생기가 넘치게 되는 것 같다. '좋아, 이제 오르막길이다!' 하고 생각하면 절로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면서(이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서서히 기어를 저속으로 넣는다. 나 스스로도 이상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장거리를 좋아하고, 그것도 오르막길을 좋아하다니. 하지만 성격이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거잖아요. -p116-117 


 장거리를 좋아하고, 그것도 오르막길을 좋아한다니. 정말 하루키는 변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왠지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거 같다. 



 



  













 커트 보니것의 <몽키 하우스에 오신 걸을 환영합니다>에는 사전에 대한 아주 유쾌한 문장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뭔지는 설명을 안해줬다. 커트 보니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을 봐야겠다. <비밀의 숲>에는 <원숭이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되어 있어서 못 찾을 뻔 했다.



 아래는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때를 이야기한 글이다. 하루키는 이 이야기를 여러 번 이야기했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 버전이 가장 좋은 거 같다.


 그리고 이것은 전에도 어딘가에서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어느 하루'가 있다. 스물아홉의 4월 어느 날 오후였다. 나는 그때의 일을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햇살과 바람의 상태와 주위에서 들리던 소리 같은 것도 어제 일처럼 또렷이 기억해낼 수 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돌연 무엇인가가 반짝 하고 아주 작고 눈부시게 빛났고, 그래서 나는 '그래, 이제부터 소설을 쓰자.' 하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소설을 쓸 수 있다.' 고 인식했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계기라든가 근거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단지 오만함이 있었다.

 그로부터 대략 1년 후, 내가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이 문예지의 신인상을 수상해서, 나는 그럭저럭 작가로 불리게 되었지만, 나 자신의 의식 속에서 나는 바로 그날에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이미 작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 느낌은 실로 열렬한 사랑에 빠진 것과 원리적으로 똑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등줄기가 찌르르한 느낌은 열렬한 운명적 사랑 외에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다, 그것은 너무나도 좋은 느낌이었다. -p224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하루키가 학창시절에 읽었다는 책이다. 

































 하루키는 여행길에 <체홉 전집>을 챙겨 간다고 한다.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한 권을 챙겨간다고 한다. 이제까지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체호프 단편선>을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겠다.



 















 <뉴요커>지의 어느 편집자가 강추했다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 그리고 명편집자로 알려진 맥스웰 퍼킨스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좋은 책은 많다. 부지런히 읽자. 요즘 소설이 땡기진 않지만. 



 나는 클래식 콘서트에 가서도 '그저 그런 연주로군.' 하는 생각이 들면, 거의 앙코르를 듣지 않고 그대로 나와버린다. 대단한 연주도 아닌데 '상투적으로' 박수를 치면서 앙코르를 요구하는 건, 그 연주자를 망치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 살 때 자주 콘서트에 가곤 했는데, 설령 시노폴리가 지휘하는 연주라 하더라도, 내용이 별 볼일 없으면 관객은 곡이 연주되고 있는 도중에 가차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나조차 "대단하군!" 하고 감탄했다. -p349


 하루키의 프로의식과 장인정신을 볼 수 있는 글이었다. 일본은 상투적으로 영화의 엔딩 자막을 끝까지 본다고 하는데 요즘도 그러진 않겠지?



 즐겁게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다. 소설과는 또 다른 가볍고 여유있는 맛. 잠시 한 숨 돌리고 쉬어가기 좋은 책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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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08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가 소설속에서 언급하는 것들은 찾아 읽으려고 하는데,

토마스 만의 <마의산> 이건 잘 못읽겄더라구요 ㅋㅋㅋ

<다시 찾은 바빌론>은 아마 피츠제럴드 단편집 종이책 속에 포함되어 있을겁니다 ㅋ 기억이 가물가물...

하루키 덕분에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이름을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해변의 카프카> 보시면 나쓰메 소세키 책도 나옵니다. <갱부> 였던거 같은데 ㅋ

소세키도 추천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1-08 12:46   좋아요 1 | URL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시 찾은 바빌론> 찾아서 봐야겠네요ㅎ

소세키도 <마음> 읽어봤는데 괜찮았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기대에 비해서는 좀 별로였어요ㅠㅋ

<갱부> 기억해놔야겠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