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베르토 망겔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신간입니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슈퍼맨, 앨리스 등등이요.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문학 작품 속 캐릭터 중에 주연보다 조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보바리 부인>의 보바리씨(보바리 부인의 남편), <호밀밭의 파수꾼>의 피비(홀든의 귀여운 여동생)


 저는 문학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문학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읽지 않았던 문학작품 속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할 때는 잘 모르는 캐릭터들이 나오면 재미가 없거나 스포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스포보다는 오히려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지는 글들이었습니다.


 저자 알베르토 망겔은 예전에 <독서의 역사>에서 만나봤던 저자입니다. 그는 열여섯 살에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중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만나게 됩니다.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면서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습니다. 지금은 애서가이자 수많은 책을 집필한 저자로 유명합니다. <독서의 역사>는 조금 딱딱했는데 <끝내주는 괴물들>은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좋았던 구절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아래는 <보바리 부인>에서 보바리씨에 관한 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 비극적이건 행복하건 그 궁극적인 책임은 운명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무리 뻔한 클리셰라 해도 진실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건 실로 용감한 자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불변하는 문학적 진실인 것이다. -p36


 아래는 '빨간 모자'에 관한 글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라면 빨간 모자를 지지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탈선하는 게 좋아. 그편이 더 재미있고 하여튼 여러모로 낫잖아" 라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몇 작품 꼽아보자면, <보바리 부인>과 <드라큘라>가 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앨리스에 관한 글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앨리스의 세계가 곧 우리 세계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주도면밀하게 구성된 풍자나 디스토피아적인 우화라는 뜻도 아니다. 이상한 나라는 그저 우리가 나날이 살아가는, 천국 같고 지옥 같으면서 연옥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삶을 헤쳐가려다 보면 반드시 헤쳐나가야 하는 미친 세상, 바로 그곳이다. 앨리스가(그리고 우리가) 이곳을 여행하면서 쓸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 언어뿐이다. 체셔 고양이의 숲도, 하트 여왕의 크로켓 경기장도 언어를 이용해 통과한다. -p54   


 하트 여황이 법정에서는 "처형이 먼저고, 평결은 나중"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앨리스는 즉시 "말도 안 돼, 헛소리야!" 라고 대꾸한다.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조리에 걸맞은 유일한 대답이라 하겠다. -p59


 아래는 슈퍼맨에 대한 글입니다.


 20세기 초에 조지 버나드 쇼는 돈 후안에 대한 희곡에서 자신만의 슈퍼맨을 창조했다. 쇼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로 망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 오래된 대안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된 제도다. 독재주의는 유능하고 자비로운 전제군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지만, 인구 전체가 유능한 투표자여야 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p78


 

 














 <미들마치>도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너무 두꺼워서 선뜻 손이 가진 않습니다. <듄> 1권을 다 읽고 <미들마치>를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문학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캐릭터들 중 괴물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제목은 멋지게 잘 뽑았습니다. 망겔의 책들을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밤의 도서관>이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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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12-06 17: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망며들게 되는 무서운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2-08 10:06   좋아요 1 | URL
<밤의 도서관>은 알라딘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요ㅎ 망며든다는 이야기도요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