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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나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그 유명한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전작에 대한 기대감을 미리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편향 없이 이 소설을 있는 그대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읽었던 책들은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에 심하게 치중되어 편식이 심했던 나라서 이 긴 소설을 읽기 전 큰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심리계발서이자 에세이를 총 집합해놓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장르는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에 대한 묘사와 인간 심리 분석에 허를 찌르는 책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긴 장편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린 나에게도 놀랐고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오베라는 남자라> 책은 또 얼마나 예측불가능한 책일까? 정말 궁금해져 이제부터 베크만의 소설을 역 주행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제일 마지막에 옮긴이가 언급한 말 처럼 베어타운의 후속 소설에 4명 선수의 생사와 행방(?)이 밝혀질수도 있다고 하니, 이건 꼭 다음 개봉할 영화의 단서를 알려주는 마블히어로즈 시리즈의 쿠키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체험하게 해주는것 같기도 했다.
사실 아기자기한 베어타운 책 표지만 보고는 작은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과 부대끼며 어디서든 일어날법한 귀여운 소동극 정도로 생각했다. 역시 어느 명언처럼 책은 표지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첫 장을 읽으면서 '하키'라는 소재로 내용이 전개되기 시작할때 예상치 못한 신선한 소재이기도 했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하키'라는 스포츠로 똘똘 뭉치게 될 내용이되겠구나 미루어 짐작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 쉽도록 이 사람은 이런 캐릭터야, 그러니 앞으로도 이럴것같아 하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캐릭터를 재단하는데, 이 책은 장을 거듭할수록 한 인물의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 치앞을 예상할수 없는 캐릭터의 반전은 내 예상을 따라갈수가 없었다. 한 장이 끝나면 다음 장에는 또 어떤 반전이 생길까 내 예상을 뒤엎는 사건은 또 무엇일까 두렵기까지 했다. 꼭 사회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알수없는 사람이 있듯 이 소설은 정말이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을 수 없었고 정말 몰입도 있게 모든 캐릭터에 흠뻑 빠져서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너희들 중에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지. 운이 좋아서 모든걸 거저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아이스 링크 밖으로 나서면 모두 똑같다는 걸 기억해라. 그리고 너희들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항상 간절함이 운을 이긴다는 거.">54p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빙판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는 귀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순간이 말이다>55p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 책에서는 '하키'라는 스포츠로 모든 것이 설명되고 묘사된다. 하지만 '하키'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단어를 바꿔보면 모든 상황과 정황이 내가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누구에게는 하키는 생존이며 한 평생을 살아온 인생이며 스포츠이며 누구에게는 맹목적인 정치가 되기도 하듯 우리의 삶도 그렇다.
스포츠라는 것이 정말 특출나고 뛰어나지 않으면 드러나기 힘든 분야라는 것은 익히 안다. 왜냐면 모두가 다 잘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에서 도시에서 최고라는 선수만 모아서 그들끼리 경쟁시키고 또 거기서 순위를 매겨 또 경쟁을 시킨다. 비단 스포츠만 그런것인가? 아니다. 공부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기술도 그렇다. 사실 세상에서 '하키' 와 같은 분야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지켜야한다. 최고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져 살것이 아니라, 최고가 될 수 없어도 나는 이 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처럼 반짝이는 그 순간만을 위해서 목을 메며 기다리다 보면 인생이 허무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맛처럼 때로는 필리프처럼 그냥 꾸준히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며 간절히 살다보면 그 귀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켜서 이뤄나가는 그 저마다의 인생에서 '하키'는 어떤의미일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이스 하키 관중들은 미묘한 차이를 모른다. 그들 눈에는 천국 아니면 지옥이다.> 85p
<"아슬아슬하게 못 타는 것도 있냐? 배에 타든지 물에 빠지든지 둘 중 하나지. 다른 새끼들도 다 물에 빠졌는데 네가 맨 마지막에 빠지거나 말거나 상관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아?"> 84p
<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은 좋아한다.>66p
<사람들은 그에게"하룻밤 새 스타가 됐다" 라고 할 것이다. 필리프는 다섯 살 때부터 모든 시간을 하키에 쏟았고 그와 어머니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런데 "하룻밤 새 스타가 됐다"니. 맙소사 평생을 바쳤는데.> 425p
내가 직접 몸담지 않은 일에는 판단하기가 쉽다. 하키를 직접 뛰는 선수나 코치가 아닌 관중석에 앉은 대다수의 우리는 흑과 백, 승과 패만 존재할뿐 그 중간은 없다. "승자만 기억하는 더러운세상!"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때로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어긋난 애정이 승리만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지기도 한다. 왜냐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그 사람이 가져다주는 승리에 그 목적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때로 성공에 집착하는 괴물을 키울때도 있다.
반면 패한 선수들이 이경기를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시기와 질투를 이겨냈을지 가족들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을지는 너무나도 가볍게 생략되고 오직 승자만 기억되고 기록된다. 그렇지만 그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선수에게 코치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우리는 알 재간이 없다. 때로 우리는 타인에게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무언의 폭력이 될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나는 앞으로 하키 경기를 TV에서 보게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 편하게 볼 수 없을것만 같다.
<'의리' 처럼 설명하기 힘든 단어도 없을 것이다. 의리는 항상 좋은 걸로 간주된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푸는 수많은 호의가 의리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저지르는 가장 나쁜 짓도 바로 그 의리에서 비롯된다는 거다>-506p
똘똘 뭉친다는 것. '의리'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들의 이해관계로 뭉친 의리인지, 사랑으로 이루어진 의리인지 진짜의리와 가짜의리의 기준은 모호하다. 사실 진짜는 모두가 행복한 순간에 놓여있을때는 잘드러나지 않는다. 위기가 닥치고 불행이 생길때 진짜배기는 밝혀지고 가짜는 탄로난다. 이 소설은 케빈의 집에서 시작된 '파티'라는 극적인 사건을 전후로 베어타운에서의 진짜와 가짜가 나뉘게 된다. 하키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반대로 하키로 인해서 얻게 되는 이익과 유명세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 케빈을 위하여!! > 여전히 케빈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사실여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팀을 위하여라는 구호보다 케빈을 위하여!!라고 구호를 외친다. 말 그대로 어긋난 의리다. 군대나 다름 없는 의리를 가장한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무리이며, 그 무리에 반하는 사람은 그 무리의 성공을 시기해서 질투해서 흠집을 내려는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며 반동 분자로 치부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면 그들은 존중이 아닌 따돌림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가 않는것 같다.
<나중에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왜 그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케빈인지 아니면 아맛인지 고민했을까. 왜 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을까> 514p
<그래서 갈등이 벌어지면 우리는 제일 먼저 편을 정한다. 양쪽의 생각을 같이 하는 것보다 그러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위안이 될 만한 증거를 찾는다. 그런 다음에는 적에게서 인간성을 거세한다. 그러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이름을 제거하는 것이다.........'그 아이'라고 한다 아니면 '그 걸레'라고 한다.>374p
<모두가 그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모두가 그녀의 사물함에 나쁜 년이라고 낙서하고 그녀를 성폭행하고 못되게 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는 편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409p
왜 피해 당사자의 진술보다도 가해자의 진술이 더 필요했는지를, 또 사실과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가해자가 기득권인지 아닌지에 따라 판결이 다를수도 있다는 점은 참 가슴아프게 했다. 당사자가 아닌 대다수는 괜히 관심 가졌다가 자기 인생이 복잡해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며 복잡한쪽보다 단순한쪽을 선택한다. 왜냐면 그러는 편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무관심보다 더 잔인한 이런 비관심이 당사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언의 폭력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간 시기가 묘하게 올해초부터 등장하는 '미투운동'과 연결짓지 않을수가 없다.
'미투운동'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기득권-피해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경우와 치환해보면,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긴말 필요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의 '마야'는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야는 내 가족들, 나의 누나 나의 동생, 나의 아내 그리고 나의 딸이 될수 있으니 말이다.
<이 가족은 패배라는 걸 모른다. 패배로 몰린 상황이라도 그렇다. 탕-탕-탕-탕-탕...........이 가족에게 패배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알게 될 것이다.>
결국 결과는 무죄로 판결 나서 당사자에게는 비극으로 결론지어지는 것 같고, 가해자는 아무 죄도 일으키지 않은 것처럼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그런 평범한 하루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도 정말 많은 기득권들이 법의 심판대에서 '기각', '부결'이라는 단어로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경우를 목도한다. 겉보기에 그들은 벌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케빈과 그 아이들은 베어타운 구단을 자발적으로 떠나 헤드구단을 선택했다고 하겠지만 사실은 베어타운에서 쫒겨난것이나 다름 없다. 끝까지 베어타운을 지킨 아이들은 누군지를 안다면 이 소설은 절대 비극이 아닌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이 베어타운을 떠나야하는 사람은 '마야'가 아닌 '케빈'이었다
이 인물들중에서 가장 애정이 갔던 등장인물은 '마야 가족'들이다.
페테르를 통해서 한때는 잘나갔던 선수였지만, 현재는 구단을 힘들게 이끌면서 고독한 단장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보여주었으며, 냉철한 커리어 우먼이자 모정이라고는 없을줄 알았던 미라를 통해서 베어타운에서 가정과 일을 지키는 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상처가 많았던 반전있는 여성이었는지를, 하키를 대표하는 단장의 딸로서 자라서 그 가족에게는 하키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하키가 그 가정의 모든 의미였던 가족에게 동시에 '하키'와 관련해서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사건이 그녀에게 발생하였지만 마야는 결국 문제의 본질에서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았다. 정말 '하키'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하키'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키'를 지켜야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해준 마야의 용기있는 행동이 가족을 움직였고 나를 움직이게 해줬다.
덜 중요하고 더 중요한 캐릭터 없이 모든 캐릭터 하나 하나가 의미있게 다가왔고 마음에 콕콕 박히는 구절이 얼마나 많은지 또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울것 같은 질리지 않을 소설이었습니다. 우정과 사랑, 가족의 의미, 성 주체성, 조직 생활, 올바른 지도자의 의미 민감한 주제도 위트있게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게 어느 주제 하나 놓치지 않고 조연도 주연처럼 주연은 더 멋진 주연처럼 균형있게 다루는 작가의 섬세한 글에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준 작가와 다산북스에게 감사합니다^^
<"너희들 중에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지. 운이 좋아서 모든걸 거저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아이스 링크 밖으로 나서면 모두 똑같다는 걸 기억해라. 그리고 너희들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항상 간절함이 운을 이긴다는 거.">54p
<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은 좋아한다.>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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