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아니, 상상할 수 없었던 눈이 내렸다.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잠깐 깨어보니,

재법 굵은 눈이 내리고 있다.

3월의 눈 내린 풍경도 이제는 익숙해져간다.

흘러간 겨울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문을 닫고 있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알 수 없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치면 더더욱 그렇다.

커튼 사이로 보는 흰 물체가 눈인걸 확인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눈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3월이다.

아침 7시 정도까지 내리던 눈을 곁눈질로 보고 있다.

눈이 반가운 건 아니다.

이상하게 이 눈을 보고 있으면 다시 눈을 볼 때까지

두 계절을 지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눈이 오고 있다.

그 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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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2002년 차가운 겨울날.

겨울방학 전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를 포함해 학급 친구들과 우리 담임선생님이

눈 덮인 하얀 운동장에 모여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고가는 눈덩이속에 절대 잊지 말고 살자는 우리들의 사랑과

서로에 대한 관심을 함께 뭉쳐 친구들에게 던지고 함께 웃고

즐기던 그 때를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눈싸움을 하다가 선생님이 앞번호부터 한사람씩 따로 불러

면담아닌 면담을 하신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책벌레 상진아.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꿈을 잃지 않고 책를 가까이 하는 상진이가 되길 바랄께.'

 

선생님의 그 따뜻한 한마디 때문인지, 책은 지금까지도 계속 꾸준히

읽으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의 면담이 끝나고 우리 모두는 공원에 모여 손을 모으고

보이지 않는 머나먼 약속을 한다.

 

"얘들아. 우리 10년 후 2012년 어린이 날에

바로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든거야.

각자 어떻게 살고 있던 우리 모두 이자리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는거야. 우리 모두 약속하자."

 

그래서 방학식날 나눠주시던

학급문고의 표지제목도 '10년 후의 약속' 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약속을 한지 10년째 2012년.

5월 5일 어린이날. 10년 전 꿈과 희망의 만남을 약속했던 그 장소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만나 꿈과 희망을 나눌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멋지게 이뤄지길.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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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영혼 2012-05-1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만남 이루셨는지 궁금해요^^ 아름다운 추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