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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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중반까지 화자의 감정에 치중하고 있다.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해석은 본래 어려운 이야기지만 쉽게 잘 풀어썼다. 오래 결혼생활을 유지한 사람들의 고민도 양쪽의 입장모두가 등장한다. 소개에 나오는 사건은 비교적 늦게 등장한다. 종교, 선택의 자유, 생명권 사이에서 팽팽한 대립이 이어진다. 이 셋은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같은 편이 되기도 한다. 판사라는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조금 혼란스럽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결말이 맞는지 자꾸 자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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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방된 세계
김창규 지음 / 아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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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F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우연히 보다가 소개하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보게 되었다. 첫 번째 단편에서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다. 잘 모르는 이론이 나와서 그런가. 그래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쭉 읽어나갔다. SF이긴 하지만 충분히 현실성 있는 상황과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가까운 미래를 보는 듯했다. 여러 단편 중에서 ‘백중’이 기억난다. 귀신도 사람도 아닌 무엇과 수사하는 모습이 나오는. 단편으로 끝나기에는 좀 아쉬웠다. 뭔가 여러 사건을 해결하면서 어우러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밖에도 시술을 한 사람은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찰도 계속 이어진다. 충분히 있을 법한 혼란이었다. 지금 사회의 갈등에서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지 같다고 느껴졌다. 다른 작품이 있다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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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각의 레기오스 1 - NT Novel
아마기 슈스케 지음, 김소연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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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먼저 보고 애니메이션을 본다. 이 책은 드물게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책을 산 케이스다. 예전에 10권정도 한 번에 샀다가 최근에서야 완결이 난 것을 알았다.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서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세계의 이야기다. 초반의 액션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샀던 것 같다. 물론 애니메이션보다는 책에서 역동적인 면이 조금 덜 묘사되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소설이나 만화가 완결되기까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25권이면 비교적 빠르게 완결되어서 좋다. 다른 책도 몇 가지 있는데 조금씩 읽어야겠다. 아직 완결나지 않은 게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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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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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신간인가. 꼭 필요한 책을 사는 김에 넣었다. 처음에 한 문장을 본 이후로 계속 기억에 남아 있어서 장바구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문장이었다.

 

전쟁의 비극은 철로 된 무기나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 같은 데서 발견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만큼만 울었을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 그 자체니까. (13쪽)

 

자꾸 눈길이 가는 소설이다. 뭔가 <아무도 아닌>을 봤을 때와 비슷하고도 또 다른 느낌이랄까. 특별한 재능은 있는 사람이, 소위 말하는 영웅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는 이야기다. 어쩌면 얼핏 지나가며 들어본 적 있을 법한. 여러 작품 중에서 ‘빛의 호위’, ‘사물과의 작별’, ‘잘 가, 언니’가 마음에 들었다. 소곤소곤 조용히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올해의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 예감이 맞았다. 2017년이 다 가기 전에 또 어떤 책을 읽게 될 지 기대가 크다.

사라졌으므로 부재하지만 기억하기에 현존하는 그 투명한 테두리의 공간 바깥으로는 바람이 일었다. (69)

엄밀히 말하면 그 이야기는 유실물을 사용한 누군가의 손때로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누군가를 잃어버린 유실물은 선반의 고정된 자리에서 과거의 왕국을 홀로 지켜가는 것이다. (73)

우리는 그 문장이 빠진 그들의 결여된 이야기를 지붕 위로 펼쳐지는 별들의 수신호처럼 상상의 영역에서 해독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신념은 나의 것이기도 하다. 개인은 세계에 앞서고, 세계는 우리의 상상을 억압할 수 없다. (111)

용서할 수 없었던 그 무력한 시절은 어느날엔 단 하나의 진실처럼, 또 다른 날엔 악의적인 거짓말처럼 끊임없이 그에게 되돌아왔을 것이다. (113)

생존은 스스로 해결하되 세상이 인정하고 우대해주는 직업에 연연하지 말라고, 눈 가린 말들처럼 정해진 트랙을 달릴 필요 없다고, 종강 즈음이면 한 학기를 정리하며 그녀는 학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속된 세계로의 편입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지키는 한 어떤 형태의 가난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다고도 했다.(124)

훗날 백발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에 이른 할머니의 큰언니는 다행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해요. 늙어서, 잊어가고 있어서,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126)

한 사람은 죽었고 그 사람이 있던 자리는 머리카락 한올 남지 않은 공백뿐인데, 왜 나는 아직 살아남았고 계속해서 살아야 하는가. (127)

동질감을 느꼈다. 아니, 느끼고 싶었다. 악의적인 운명에 단 하나였던 우주를 빼앗긴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믿음이, 그것이 공동의 현상이라는 증거가, 그때는 위로가 됐다. (128)

서른살 이후로 당신은 더이상 나이 들지 않고 있으니 서른여덟살의 저는 이제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되어버린 셈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의 사라진 미래는 저 차창 안에 있는 건가요, 저토록 좁고 어둡고 고독한 곳이 당신이 있는 곳인가요, 말해주세요. 그곳에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비에 젖어 추워할 일도 없으며 발이 사라지지도 않다고, 그곳은 그런 곳이라고…… (156)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긴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202)

상처는 영혼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박적인 성실함으로 영혼을 좀먹는다. 상처를 이겨내면서 성숙해졌다는 말은 균이 살아온 세계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239-240)

어떤 이야기도 한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표현되는 순간보다 더 훨씬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작가의 말,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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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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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쉬지 않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읽었다. 그리 두께가 두껍지 않은 데도 가독성이 있다. 다리 위에서 쓰러진 채 죽은 한 남자가 발견된다. 그는 왜 그곳에서 죽은 것일까. ‘누가’, 도대체 ‘왜’ 그를 죽였는가. 가가 형사 콤비의 추리가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사실과 진실 사이를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연결하는 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드러난 정보에 따라 휙휙 바뀌는 사람들의 태도를 잘 묘사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빼놓지 않았다.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 경우에는 직원과 회사의 관계가 해당된다.

 

엄청 오랜만에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었다. 처음에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마지막의 결말이 약간 아쉬웠다. 그렇지만 A와 B 사건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은 눈치 채지 못했다. 작가님이 뭔가 조금씩 드러내 보여주기는 하는데 하나의 사실을 도출해 낼 능력이 되지는 못하나 보다. 또한, 가가 형사와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아마도 사건에서 ‘아버지’가 등장하니까 가가 형사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사건에 등장한 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자식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사촌은 언제 등장한 것일까. 다른 시리즈도 보면서 궁금증을 해결해봐야겠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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