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죽이다 데이브 거니 시리즈 3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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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스며드는 공포와 악인을 마주하다.

 

 존 버든의 <기꺼이 죽이다>는 <658,우연히>(2011,비채)를 시작으로 <악녀를 위한 밤>(2012, 비채)에 이어 세번째 데이브 거니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3번째 이야기다. 출간년도를 보니 데이브 거니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존 버든의 책을 마주 있게 됐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책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었던 질리언 페리 사건 때 당한 부상이 데이브 거니의 평범했던 일상을 놓게했고, 전직 뉴욕 경찰로서의 자부심과 그의 능력을 놓게 만들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차단 시키고, 집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며 아내인 매들린과 느슨하면서 힘이풀린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모든 총알을 피하면서도 어려운 이들을 구하는 히어로처럼 우뚝 선 그가 아킬레우스가 맞은 발목의 화살처럼 총알을 그의 머리로 막은 이후부터 그는 잦은 이명으로 그에 눈길을 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어느 지혜로운 이가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분노는 수면에 떠 있는 부표와 같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분노의 이유는 실제 문제의 끄트머리일 뿐이라고. 그게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무엇이 그 부표를 붙잡고 있는지는 끝까지 줄을 따라 가봐야 알 수 있다고. - p.108


그러던 중 그가 경찰로서 큰 활약을 했을 때 코니 클라크가 그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함으로서 데이브 거니라는 한 형사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전해졌다. 그 인연으로 알게 되었고, 코니 클라크는 자신의 딸 킴의 보호자겸 램TV에 방영될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자로 부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거니도 어려운 부탁을 해온 코니 클라크의 입장을 생각해 킴을 만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잘 따르는 킴에게 간단히 조언만 해줄 생각으로 만나게 됐지만 킴의 집안 곳곳에 떨어져 있는 핏방울과 칼, 혹은 갑자기 전기 차단기가 내려져 킴을 더 무서움에 떨게 한다.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귀게 된 전 남자친구와 10년 전에 벌어졌던 착한 양치기 사건을 다시 재조명해 그 시간 이후의 유족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분노와 슬픔, 이웃들과 차단되는 삶을 사는 이들을 그려낸다.


램TV 뉴스의 목사가 했던 말이 섬뜩함과 함께 되살아났다. 한 줄기 연기를 불어 없애듯 생명을 붙어 없애는 것, 한 줌 흙처럼 짓밟아버리는 것, 그게 바로 악의 근원이라는. - P.526


이야기 내내 킴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킴이 유족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거니는 그녀의 동태와 더불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곰곰히 따지며 착한 양치기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렸던 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착한 양치기 즉, 메르스데스를 탄 부유한 사람들만 죽임으로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범인의 선언문은 수학 공식처럼 경찰의 논리가 적확하게 그려놓았고 했지만 킴 주위에 벌어지는 자잘한 사건들을 조사하던 거니는 잘못된 상황을 인식하고 범인을 유인한다. 50구경 데저트 이글이라는 총을 소지하고 6건의 범죄 후 사라져 버린 범인의 모습은 보일듯 말듯 거니와 킴의 삶을 조여간다.


거니는 시종일관 침착하며 상황을 맞이하고, 전직 뉴욕 경찰로서 그동안 맡아왔던 사건을 경험삼아 자신의 감을 되찾아 간다. 경찰 동료인 하드윅에게 부탁해 경찰이 조사해 온 문서들을 미리 보는가 하면, 유족의 신상및 모르는 이들의 신상을 조사한다. 표면적으로는 거니가 서서히 사건을 조여 나가는 역할을 했지만, 물밑에서는 하드윅이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니와의 호흡을 자랑한다. 그들이 건네는 블랙유머도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무엇보다 <기꺼이 죽이다>는 빠른 템포의 스릴러가 아니라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고, 그 사건 속에서 소회를 느끼는 거니의 모습과 주변의 상황을 느릿느릿하게 관찰할 수 있다. 자칫 이야기가 지루 할 수 있지만 번뇌하고, 사건을 하나하나 따져가는 거니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조금 더 줄여서 표현했다면 더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느꼈을 것 같다. 시종일관 긴장감은 있지만, 그 긴장감이 조금 느슨하게 느껴져 짜릿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진중하면서도 차근차근 풀어가는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데이브 거니 시리즈는 무엇보다 고뇌하고, 상처받은 한 전직 경관의 이야기라 더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영웅이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영웅 조차도 완벽 할 수는 없다. 멋진 활약을 했음에도 상처를 입고,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있는 거니가 범인의 생각과 달리 약이 오르고, 감이오는 상황에서의 그는 모든 짐을 떨쳐 버리고 스스로 방패가 되어 사건을 마주 하는 모습이 좋았다. 무모할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이 사건의 종착역임을 다시금 깨달았던 작품이었다.


"세상의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단 걸 알게 되었죠. 예전엔 내가 가진 걸 항상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워드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죠. 소중한 건 결코 잃지 않을 거라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실은 살다보면 결국 모든 걸, 모두 잃게 된단 거예요.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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