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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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숨어있는, 진지한 추리소설.


어린아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혹하다. 인간은 원래 타고나길 파괴 충동을 고스한히 드러낸는, 더할 나위 없이 흉악하고 난폭한 생물이다. 남자아이들은 환성을 지르며 곤충과 작은 동물들을 밟아 죽인다. 여자아이들은 미소를 지으며 풀을 잡아 뽑고 꽃을 봉오리째 꺾어버린다. - p.28


 낯선 작가를 처음 만날 때는 설레임과 이 작가가 쓴 작품이 재밌을까? 하는 의문을 반쯤 갖고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간다. 처음 작품을 내놓은 작가가 아니라면 내가 처음 이 작가를 만났더라도, 많은 이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작가라면 물음표 가득한 의문을 저만치 치워버리고 책을 펼쳐즌다. 가와이 간지의 <단델라이언>을 펼쳐들 때 나는 후자의 기분으로 가와이 간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데드맨> (2013, 작가정신)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그는 제 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을 때도 읽은 독자들 대부분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만큼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다음 작품인 <드래곤플라이>(2016, 작가정신)가 나왔을 때도 간지 작가의 작품에 호응이 컸다.


<데드맨> <드래곤플라이>에 이어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의 완결편인 <단델라이언>으로 데드맨 시리즈가 끝이났다. 위의 두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 전작인 두 편은 말하기 힘들지만 <단델라이언>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조곤조곤한 말투와 이야기의 높낮이가 없이 진중함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 어떤 인물의 성격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와이 간지의 해박한 지식과 동화, 고전, 인간에 대한 고찰, 사회적인 문제가 결합되어 있는 작품이다. 한 편의 추리소설로서 읽히는 반면 이 소설이 갖는 살인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연하게 갖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채로운 문체로 문제의식을 일으키며 사건으로 진입하게 만든다.


'하늘을 나는 소녀'에 대한 동화같은 이야기가 프롤로그로 시작된 <단델라이언>은 히노하라 촌 폐목장의 탑형 샤일로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시체가 발견된다. 시신의 신원은 히나타 에미였고, 놀랍게도 그 시신은 16전에 실종된 열아홉 살의 여대생이었지만 미라화되어 시신의 상태가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다. 쇠파이프로 하늘을 나는 듯한 에미가 허공에 고정되어 있다. 안쪽에는 빗장이 걸려있고 바깥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으며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사방의 20센티미터 크기의 창구멍이 있어 그 누구도 나갈수도 올 수도 없는 공간 속에 범인은 어떻게 나갔을까? 처음 프롤로그에 나왔던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키며 에미가 있는 곳에는 온통 민들레 천지였다.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에미를 죽였고, 이상한 방법으로 허공에 시신을 뜨게 했을까?


그러던 중 보수 야당인 민생당의 국회의원 모토야마의 비서 가와호리가 고층 호텔에 불이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모든 엘리베이터와 입구를 폐쇄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피의자의 시신과 휴대전화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두 사건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가부라기 형사 수사팀은 수사를 하게 되고 그 사건을 조사하다가 에미가 대학생때 가입했던 환경 동아리 '민들레 모임'이 두둥실 떠오르게 된다. 순수하게 시작되었던 모임이 에미를 포함해 4명이었던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음모와 계략이 숨쉬고 있을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하게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가와이 간지의 <단델라이언>은 그가 썼다는 것만으로도 믿고 보는 작가가 틀림없을 정도로 진중하면서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면에 있어서도 탁월하게 느껴졌다. 안타까운 마음과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 가득한 이야기라 그런지 읽는 내내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이 한 권의 책만으로도 가와이 간지의 팬이 될 정도로 재미와 감동, 이야기의 씁쓸함이 동시에 자리 잡게 된다. 왜 많은 독자들이 가와이 간지 작품이 나오면 서로 읽겠다며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찐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읽지 못했던 앞의 두 편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와이 간지의 팬이 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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