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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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하게 너울거리는 빛.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와 <하늘의 푸른빛>을 접하기 전에 이미 나는 그의 글에 편견을 가졌다. 그의 이름이 너무 익숙하게 다가와 그가 써놓은 저작들이 궁금해 한 온라인 서점을 검색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에로티즘'이라는 제목이 박혀왔고 그 글이 어떻게 쓰여졌던 간에 왠지 '야시시한' 이미지만 찐득하게 기억되어 왔다. 아마도 <눈 이야기>와 <하늘의 푸른빛>을 읽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조르주 바타유의 이미지를 그렇게 기억해왔을 것이다. <눈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 표지의 은밀함이 부끄러워 차로 이동 할 때는 표지를 가리고 책을 읽었으나 생각과 다른 이미지의 글이 명징하게 놓여있었다. 바타유의 시선 아래 보여지는 초현실적인 사랑 나눔은 우리가 알던 살색의 향연이 아니었다.

 

기존과는 다른 남녀의 합일과 악몽과 사디즘,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인공들의 행위는 마치 기괴스러웠다. 포근한 침대에서의 육체적인 결합이 아니라 마치 죽어있는 사람들이 모여져 있는 무덤에서 그 행위를 오가는 모습들이 불안정하게 너울거리는 빛처럼 보였다. 밤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별 조차도 그는 죽음의 상징으로 여긴다. 아마도 그의 글을 화면 밖으로 끄집어 낸다면 기괴한 호러의 영화가 될 것 같다.

 

그의 첫 소설인 <눈 이야기>를 센세이션하면서도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읽혔다면, <하늘의 푸른빛>은 그가 <눈 이야기>로 명성을 얻은 후 7년 뒤에 퇴고한 작품이다. 첫 작품을 아무런 이물감없이 읽어왔다면, <하늘의 푸른빛>은 너울성 파도처럼 쉼없이 흔들거렸다. 나치즘이 서서히 유럽의 모든 것을 장악할 무렵의 배경을 그리고 있기에 이 책의 주인공은 '트로프만'은 남녀간의 육체적 결합을 욕망 이상으로 폭력과 죽음에 더하여 그의 사유를 담고 있다. 외설적인 결합의 면면이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욕망의 척도가 아니라 당시 발발되는 전쟁의 신호탄으로 느껴져 그의 행위는 더없이 황폐하고 결격하게 다가온다.

 

국가간의 전쟁이 한 개인으로 하여금 어떻게 폭력에 노출되고, 그것을 폭발적으로 상기시키는지 조르주 바타유의 글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눈 이야기> 보다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의 확장된 이야기는 더없이 철학적인 탐구와 인간의 본성이 틈입되어 나타난다. 야욕적인 본성의 날과 한 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불안정한 정국의 모습이 '트로프만'의 생각과 행동으로 그려졌다. 상반된 이미지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어 호러니 사디즘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조르주 바타유의 문장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더없이 그의 문장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일지만 그가 말하고 있는 사유의 내면은 확연히 다르다.

 

바타유가 천착하고 있는 에로티슴은 늘, 금기와 위반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같은 재료에 따라 맛깔스러운 음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조악한 음식맛을 내기도 한다. 비록 그의 작품은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눈 이야기>와 <하늘의 푸른빛>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분야에 '진짜가 나타났다.'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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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떠 있었다. 그것은 소리를 지르게 할 만큼 부조리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적대적인 부조리였다. 어서 빨리 동이 텄으면, 태양이 떠올랐으면 싶었다. 별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거리에 나가 있을 것이다. 원래 별이 뜰 무려보다 동틀 무렵이 더 무서웠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오후 2시쯤 난 카루젤 다리 위에 있었다. 파리의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도살장의 소형 트럭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가죽을 벗긴 양들의 머리 없는 목들이 천 밖으로 비죽 튀어나와 있었고, 푸른색과 흰색 줄무니를 넣은 백정들의 작업복은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했다. 트럭은 쨍쨍한 햇빛 속을 느릿느릿 지나갔다. 어렸을 때 나는 태양을 좋아했다. 두 눈을 감으면 눈꺼풀 너머의 태양은 붉은 색이었다. 태양은 무시무시했고, 폭발할 것 같았다. 태양이 폭발하여 생명을 죽이는 것처럼, 아스팔트 위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보다 더 태양다운 것이 있을까? 그 짙은 더움 속에서 나는 빛에 취하고 말았다. 그래서 또다시 내 앞의 자자르는 그저 한 마리의 흉조, 더럽고 하찮은 한 마리의 흉조에 불과하게 되었다. 내 두 눈은 실제로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 속으로가 아니라 정오의 하늘의 푸른빛 속으로 잠겨들었다. 나는 그 찬란한 푸른 빛 속으로 몰입하려고 눈을 감았다. - P.157~158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며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길을 돌아서는 순간 빈 공간이 우리 발아래로 펼쳐졌다. 이상하게 그 빈 공간은 우리 머리 위의 별이 총총한 하늘만큼이나 무한해 보였다. 무수히 많은 작은 빛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어둠 속에서 수백 개씩 불타오르고 있었다. 땅 위에서 환하게 밝혀진 묘비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나는 도로테아의 팔을 잡았다. 우리는 죽음을 연상시키는 별들의 심연에 매혹되었다. 도로테아가 내게 다가왔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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