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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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의 변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름다운을 보는 학문인 '미학'에 대해서는 늘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다. 미를 추구하는 것, 예술을 깊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어찌하면 가질 수 있을까. 저자인 문광훈 교수는 전공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어려움을 미학 수업이라는 이름 아래 예술을 우리의 삶과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그래서 자칫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예술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책 속에 다양한 도판들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느껴진다. 무수히 들어봤던 화가의 이름 앞에 그들의 그림은 다소 생소한 작품들이 많았다. 익숙하게 봤던 그림에 대해서는 문광훈 교수의 섬세한 해석이 뒤따라 그림을 더 세밀하게 보도록 독자를 유도한다. 그림 속에는 그들의 삶이 있고, 캔버스 밖에는 그림을 보는 이의 나의 삶이 있다. 두 사람의 삶이 작품을 보는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공간을 떠나 그들의 이야기를 교훈삼아 우리는 삶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다. 


우리는 예술 속에서 혼자가 아니며, 이 작품들을 쓴 시인이나 화가 혹은 음악가와 영혼적으로 어울린다. 좋은 작품은 예외 없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요 창이며 다리다. 이 세계에서 지평은 열려 있다. 이 트인 지평에서 우리는 이미 풍요롭다. 마치 세상에서 처음 눈을 뜬 아이처럼 그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하는 것, 이렇게 경탄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카뮈A. Camus는 썼다. - p.9


책 속에 많은 문학 작품들이 등장하지만 카뮈의 이 말이 참 좋았다. 시적이면서도 동시에 연결이 되는 매개체 같은 글귀가 깊이 들어왔다. 서예를 하듯 그림에 대한 세세한 분석이 아니라 예술로 빚어놓은 그림 속에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들어선 지점에서 저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작품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동시에 그림을 보고 바뀐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풍경화를 제대로 보려면 홀로 있어야 한다. 수도사처럼 혼자 서서 느끼고 생각하며 돌아봐야 한다. 정신의 내면적 눈은 이때 생긴다. 생명은 지워지는 하나의 점이면서 무한의 우주로 이어진 고리다. 이 무한성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알아왔던 세계가 일부일 뿐이며, 그 일부의 세계 너머에 알 수 없는 무엇이, 또 다른 광활함이 있음을 감지한다. 그러면서 이곳이 저편과 어떻게 얽혔는지, 부분은 어떻게 전체로 이어지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늘의 삶에서 이런 생각은 하기 어렵다. - p.42


시를 읽는 것 만큼이나 그림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린 이의 숨은 의도를 찾으려 애쓰지만 어느 때는 그들의 의도를 발견하지 못하고 뒤돌아선다. 항상 누군가의 의도만 찾으려다보니 마음으로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저자는 풍경화를 보려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혼자 그곳에 있어야 했다. 산책을 하듯 천천히 그 세계를 음미하는 것. 어쩌면 그림을 보는 행위 조차도 우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걷는 산책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리며 산다. 나는 숨쉬며 그린다. 나는 그리며 견디고 웃으며 그린다." 판화 속 렘브란트는 이렇게 그리며 내게 말한다. "지금은 일할 때, 네 세계를 구출할 때" 라고.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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