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진실 -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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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진실을 찾아서


 TV속에 TV를 보는 기분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TV나 신문만이 있었던 시절에는 진실을 기반으로 기자들이 취재한 것들을 모든 이들이 사실처럼 믿곤 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매체는 확장되고, SNS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무엇을 보고, 진실에 기반하는지 모를만큼 모든 것이 확장된 시대이기도 하지만, 많은 정보들이 모두 팩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우리는 뉴스나 신문의 기사를 볼 때도 그들이 말한 의도에 대해, 배경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무엇을 노리고 그 발언을 했는가에 대해서.


비단 뉴스만이 아니라 우리가 배웠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책' 마저도 승자의 기록을 담았을 뿐 패자의 시선은 배제되었다. 시간이 지나 학교에서 배웠던 이야기들이 몇 번이나 시선을 뒤집으며 역사적 배경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어 버렸는지 지난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헥터 맥도널드의 <만들어진 진실>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진 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고, 어떻게 편집된 진실을 속성을 느끼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일전에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에서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이들의 모습을 마치 르포르타주처럼 그려 놓았다.이 책을 읽을 때 까지만 해도 가짜뉴스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몇 달 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앞의 아주머니가 카톡 알람소리를 듣고 핸드폰을 보더니 주변에서 보내온 유튜브의 영상을 보고 계셨다. 신변잡기의 내용이 아닌 정치적인 뉴스였고, 이내 그것을 보며 같이 온 일행에게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영상 속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느낌을 덧붙여서.


편집이란 그런 것이다. 진실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 생략과 관계없는 뉴스로 자꾸 말을 만들어 내거나 이전에 부분적인 이야기를 관련시키며 이야기 하는 것이다. 헥터 맥도널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들을 예시로 들어 쉽게 우리가 목도하고, 선택하는 팩트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조장하고, 늘려가지를 세밀하게 꼬집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어디를 만지느냐에 따라 코끼리의 모습은 각각 다르게 표현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서의 철수와 영국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왜 다른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하고, 편집하느냐에 다라 시선이 달라진다. 알고 있었음에도 <만들어진 진실>을 읽고 있으니 우리가 읽고 있는 모든 이야기 조차도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이야기만을 청취하고, 느끼고, 보며 진실의 면면을 오독하게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자 현재 사회의 한계점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부분적인 진실로, 유리한 기준의 설명으로, 집단적 특수성으로, 통계를 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더 크게(혹은 더 작게) 그려내는 일을 통해 자신이 믿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책은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가 오도자가 되지 않으며, 조심해야 할 사람들에 대해 일갈도 잊지 않는다. 많은 사건의 진실 속에서 우리가 진짜 이야기를 찾고 적확하게 판단하는 법을 명확하게 일러준다. 각종 사례를 읽는 재미와 때때로 우리가 믿었던 진실 사이에서 색깔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견고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마치 세상을 보는 렌즈를 다시 세척하고 바라보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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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자세히 보겠지만 노련한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현실을 재구성하기 위해 온갖 분야에서 편집된 진실이나 숫자, 스토리, 맥락, 바람직함, 도덕성 등을 적극 활용한다. - p.20


확증편향이란 새로운 진실이 기존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면 잘 받아들이고, 기존의 확립된 시각과 배치되면 저항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 p.25


우리는 다들 서로 다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렌즈는 대개 우리가 듣거나 읽는 서로 다른 진실에 의해 형성된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들은 계속해서 진실의 어느 한 측면 내지는 어느 한 해석 쪽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 p.26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사람도, 조직도, 국가도 자신이 채택한 정체성에 의거해 행동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우리는 역사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 관료들이 역사를 새로 쓰려고 기를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과거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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