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경이로움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속되지 않는 즐거움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아이스크림이겠거니, 하면서 젤라토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처음 젤라토를 베어 문 맛은 강렬했다. 익숙하게 접했던 아이스크림 맛이 아니라 더 진하고 단맛이 강했다. 그 후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스페인 광장에서 먹었던 젤라토가 생각나 거기서 사 먹었던 맛있던 젤라토가 기억이 났다. 처음에는 강한 맛에 적응을 못했지만 나중에는 맛있게 먹었던 한 입처럼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불완전한 경이로움>은 자주 접하지 못해 생경했지만 읽다보면 젤라토처럼 은근히 중독되는 맛이 나는 소설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죠? 그 달콤하고 떫으면서 타닌 성분이 약간 느껴지는 확실한 맛을 아주 잘 보존했습니다. 더 순하게도 축축하게도 만들지 않고 본연의 맛의 정신을 포착했죠. 당신은 진실과 쾌락 사이의 정확한 정점을 찾았습니다." - p.116


갑작스러운 정전 때문에 밀레나가 일하는 젤라토 가게는 '비상상황'이었다. 점점 녹아드는 젤라토를 어디로 옮길 수 없었다. 휴가철이 지나 지나가는 행인도 별로 없었고, 누군가 많은 젤라토를 안기면 이상한 눈초리로 볼까봐 그녀는 인근 가게에 사정을 설명하고 젤라토를 먹어보라며 나누어준다. 그러다 한 통의 주문전화로 밀레나는 한 숨 돌리게 된다. 10kg의 젤라토를 그녀는 용기에 담아 배달을 나서고 그곳에서 비봉커즈 밴드인 리더 닉을 만나게 된다. '불완전하 경이로움'이라는 젤라토 가게를 연 밀레나는 누구보다 젤라토를 천연재료를 써서 최상의 젤라토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이 강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먹을 때도 녹아들기 이전의 맛을 고수하려는 젤라토의 맛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녀를 알아준 것은 그녀가 배달가서도 몰라봤던 한 남자였다. 술을 마시고 숙취로 기분이 다운 된 그의 집에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멤버들이 하나 둘 모이고, 세번째 결혼식을 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모든 일상이 배를 탄듯 울렁이는 불안감을 느끼던 그는 결혼을 하고자 마음 먹었지만 서로를 마주보지 않는 상황은 앞으로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측하게 만든다.


밀레나 역시 함께 동거를 하고 있는 비비안과의 생활이 평탄치 않다. 비비안은 밀레나가 임신을 하기를 원하고, 밀레나는 그것이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 비비안을 통해 배달 갔다가 만난 그 남자가 유명밴드인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은 깊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서로 알게된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엄마의 무관심 때문에 상처를 받았던 닉은 어느 상대를 만나도 자신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다 에일리가 시킨 유명가게의 젤라토를 먹는 순간 맛에 반했고, 그는 '불완전한 경이로움'을 찾아간다.


자신을 반기지 않는 밀레나를 보고서도 그는 그녀가 젤라토를 만드는 곳에 발걸음을 디디고 그곳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이마에 키스를 남기고 돌아선다. 그는 일탈적인 스포츠를 즐기면서 날아올랐다가 추락하는 시간 속에서 밀레나와의 만남을 떠올린다. 그들이 마주하는 정점은 작지만 서로의 불안한 근원적인 물음을 그들이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유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깊은 사이라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관계의 모순과 혼란을 잘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이야기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더 재밌게,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처음 젤라토를 먹었던 맛의 생경함을 느꼈던 것처럼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맛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경이로움은 왜 불완전할까요?"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기다린다. 그녀는 정답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농담으로 대답해야 하는지 의아했지만 결국 생각 없이 말해 버렸다.


"지속되지 않으니까요."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살폈다. 그의 시선은 아주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며 어떤 말을 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는 점에서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사라지죠. 그것을 가지고 있는 놀라움, 호기심, 사소한 관심, 재미, 쾌락, 즐거움과 같이요."


"맛있는 아이스크림처럼 말이죠."


그녀는 자신과 그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면서 이상하게도 그런 점이 전염되어 자신도 비슷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순간은 부드러움과 견고함이 매혹적으로 균형을 이뤄 맛을 아주 적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차갑죠. 그럴 때 맛볼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그러다가 금세 다 먹게 되죠. 그 맛이 똑같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나 더 먹을 수도 없어요." - p.120~121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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