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그를 픽 불행한 존재로 가소롭게 여겼다. 그의앞에 설 때 슬퍼지고 측은한 마음이 앞을 가리곤 하였다.
마는 돌이켜 생각컨대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 없을듯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지는 못할망정 자양분이 있다 하거늘 어디로 간들 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생활의 불평이 있을소냐. 칙칙하면 솔솔 솔바람이 불어오고, 심심하면 새가 와서 노래를부르다 가고, 촐촐하면 한 줄기 비가 오고, 밤이면 수많은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고 보다 나무는 행동의방향이란 거추장스런 과제에 봉착하지 않고 인위적으로든 우연으로서는 탄생시켜준 자리를 지켜 무진무궁한 영양소를 흡취하고 영롱한 햇빛을 받아들여 손쉽게 생활을 영위하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뻗어질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스럽지 않으냐.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