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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 ㅣ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3
원종우.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7월
평점 :
세상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밝히는 학문이 양자역학이다. 그런데 왜 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할까. 전자들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있고 이것을 전자기력이라고 한다. 전자기력은 중력, 핵력과 더불어 사물의 운동을 만들어내는 4가지 힘들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손으로 책을 밀어 위치를 옮기는 힘은 전자기력이다. 책을 구성하는 원자의 전자와 손을 구성하는 원자의 전자가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손이 책을 통과하지 않고 책이 밀리면서 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은 운동에 관한 학문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은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 된다.
그런데 양자역학 이전의 고전역학(예를 들어 뉴턴의 운동법칙)도 운동에 관한 물리학이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양자(quantum)는 불연속적인 알갱이라는 뜻이며 에너지의 최소단위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에너지의 최소단위가 알갱이, 즉 입자라는 것은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띄엄 띄엄 떨어진 상태로 전달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에너지가 입자성이 아닌 파동성을 갖고 연속적으로 흐른다는 고전역학에 위배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자역학은 어떤 물리적 객체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말한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이유를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자연이 그렇게 '말도 안되게' 생겨먹은 것이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상식'에 위배되는 성질을 자연이 갖고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에 인간은 '이해'하기 전에 그 사실을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3>은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처드 파인만)는 양자역학을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한다. 일단은 고전역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이중 슬릿 실험부터 시작하는 기존의 '쉬운' 설명 방식과 달리 아주 친절하고 유용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이 어떻게 기존의 역학과 다른지에 대해서 간명하게 알 수 있고 그로써 양자역학이 물리학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는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으로 들어가서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님을 보여준다. 이로써 물리학은 결정론에서 확률론과 불확정성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거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자역학의 이러한 특성은 20세기 초반 모더니즘의 도래와 함께 세계를 보는 인식론적 시각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는 더이상 완성되고 안정된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파편화되고 상대화된 불안정한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확률성과 불확정성의 문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통해서 설명된다. 예를 들어 전자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전자를 맞고 튕겨나온 빛을 봐야 하는데, 그 순간 전자는 빛의 에너지에 의해 움직여버린다. 즉 '관측'이 전자의 위치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치를 정확히 알려 하면 할 수록 큰 에너지를 가진 빛을 써야 하고, 이는 전자의 속도가 불확실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아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이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위치와 속도가 가장 중요하며 임의의 순간 두가지가 확실히 결정되어 있어야만 운동이 이루어져 우주가 굴러간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위치와 속도를 단지 확률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 뒤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거쳐 다중우주까지 설명을 이어가면서 '관측'의 문제를 다시 한번 다룬다. 그리고 관측에 의해서 상태가 변한다면 과연 '실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는 양자역학과 시공간의 문제를 짧게 다루면서 책을 끝맺는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4> 는 3의 심화버전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론 자체의 심화라기 보다는 양자역학의 역사와 관련 과학자들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다루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3에 등장하지 않았거나 아주 짧게 언급된 양자도약이라든가 양자얽힘 등의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양자역학 비판에 대해서도 넉넉하게 다뤄준다. 그러면서 다시 실재나 실체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우주는 실체가 없다는 입장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우주를 알기 위해서는 우주 밖으로 나가서 관측해야 하는데 우주는 바깥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 양자 컴퓨터의 원리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해준다.
영자역학에 대해 간결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과학하고 앉아있네 3> 만 읽어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좀 더 가지를 쳐서 관련된 이런저런 이론에 대해 알고 싶다면 4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다가도 조금 생각하다보면 줄줄이 의문부호가 이어지긴 하지만 양자역학 입문용으로는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얇고 쉽게 읽히니 부담 없이 사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