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그가 한 사람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였으며,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나를 "일꾼"으로 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버지가 누구에게든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다-아버지가 존경하는 모든 사람은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진정한 일꾼"이었다. - P333

아버지는 우리 둘 다 활자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니 놀랍지 않으냐고 물었다. 식자공과 타자수가 나란히 일하다니.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가 하는 일에서 공통된 특징을 여러 가지 발견했고, 그런 특징이 세상에 대한 우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했다. 예컨대 나는 아버지에게 시간을 다르게 경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타자로 치는 단어는 늘 과거에 있는 반면, 내가 생각하는 단어는 늘 미래에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식자용 스틱에 활자를 하나 끼워넣으면서 다음 활자의 새김눈과 활자면을 보았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일이 인생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세상을 뒤집어서 보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라고도 했다. 그게 식자공과 혁명가의 중요한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세상의 원형이 뒤집혀 있다는 걸 알았고, 현실이 뒤집혀 있어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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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문체를 통해 조바심을 전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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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을까요? 돈이 바로 그거잖아요. 모든 것.
최소한 돈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가치를 측정하는 보편적 상품이에요. 그리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사무실을 감싸는 호선을 그렸고, 그건 그 너머의 건물을 의미했다.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 P260

도러시 세이어스, 캐럴린 웰스, 메리 라인하트, 마저리 앨링엄. 청소년이 되고 한참 지나서까지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돌봐준 건 이 여자들이었다.
‘나는 이들의 소설에 들어 있는 질서라는 관념에 위안을 받았다.
그들의 소설은 전부 범죄와 혼란으로 시작되었다. 분별력과 의미자체마저 시험대에 올랐다-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 동기는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법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짧은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질서와 조화가 회복되었다. 모든 것이분명해지고 설명되고 세상과 어우러졌다. 이 점이 내게 어마어마한 평화를 주었다. 아마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 여자들이 내게 여성적 세계의 전형적 개념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연애나 가정의 축복만을 다루지 않았다. 그들의 책에는 폭력이 있었다-그들이 통제하는 폭력. 이 작가들은 직접 모범이 되어, 내가 위험한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들은 믿음직한 사람 혹은 순종적인 사람이 되는 데는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독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존재하는 건, 의도적으로 그런 기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뒤집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내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작가들이었다. - P264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낸다. - P274

어려서 받은 교육 때문에 나는 돈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지폐는 문자 그대로 "착취당하는 대중의 땀으로 얼룩져" 있는 만큼, 내가 익숙하게 다뤄 온 기름지고 주름진 1달러짜리와 5달러짜리 지폐에 묻은 손때는 도덕적인 것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의 신조를 떨쳐버리면서, 나의 윤리적 거부감은 녹아내려 무관심이 되었다. 나는 더이상 돈의 물리적 형태에 대해 좋게도,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다ㅡ돈은 그저 상업적 거래를 하는 만질 수 있는 매체라고 본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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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 대부분은 침묵을 지켰지만, 문으로 다가갈수록 고요함이 바짝 조여왔다. 우리는 혼자였다. 그리고, 공기중에 적대적인 느낌은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맞서고 있었다. - P242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금융자본을 경멸했다. 아버지는 금융자본이 모든 사회적 불의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어쩌다 물가를 걸을 때마다, 아버지는 로어맨해튼을 가리키고 손가락으로 그 스카이라인을 따라 그리며 그중에 정말로 존재하는 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신기루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저 모든 높은 건물에도불구하고 저 모든 강철과 콘크리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월스트리트가 허구라고 말했다. 나는 이 연설을 여러 번 들었기에 모든 주요 구절과 모티프, 크레센도, 카덴차, 웅장한 피날레를 외우고 있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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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삐걱거리다 멈추게 하는 소수의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다음번의 강력한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의 결과로 혜택을 보거나 괴로워하며 그 사건들 사이의 세월을 보낸다. 한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처럼 결정적인 상황의 수에 따라 정해진다. 늘 성공을 거둘 필요는 없다. 패배에도 위대한 영광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서사시든 비극이든 결정적인 장면의 주연이어야 한다. - P201

과거가 우리에게 무엇을 건네주었든,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내는 건 우리들 각자에게 맡겨진 일이다. - P201

이기적인 손길은 닿는 범위가 좁다. - P202

한 아이의 교육은 아이가 태어나기 몇 세대 전에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나의 금융 교육은 백 년도 더 전에, 나의 증조부인 윌리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증조부에게서 기업가적 대담함을 물려받았다. 이런 가르침은 내게 수학적 사고를 물려준 조부에게 이어졌으며, 틀림없는 직관력을 일부 전해준 나의 아버지에게서 끝을 맺었다. - P207

우리의 행동은 하나하나 경제의 법칙에 지배된다. 아침에 처음 눈을 뜨는 것은 이익과 휴식을 교환하는 것이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건 이윤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시간을 포기하고 힘을 회복하는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하루종일 무수히 많은 교환에 참여한다. 노력을 최소화하고 소득을 높일 방법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사업적거래를 하는 셈이다. 상대가 우리 자신이라도 말이다. 이런 협상은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깊이 배어 있어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실, 우리 존재는 이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 P217

살아 있는 다른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우리는 번창하거나 쇠퇴한다. 이것이 삶이라는 영역 전체를 다스리는 근본적 법칙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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