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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 제2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
이생문 외 지음, (사)한국시인협회.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엮음,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5년 4월
평점 :
도서를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이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설렜습니다. 아마도 '폴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의 여운이 있어서였을까요, 부모님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고, 부모님께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 또한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몸 상태와 생각, 마음을 자꾸만 헤아리게 됩니다. 머지않은 미래의 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여 공감이 되고, 부모님의 입장에서 제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읽다 보면 부모님의 재치와 애환에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오랜 세월의 인생 경험이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뭉클한 흑색 유머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지혜의 말들이 시처럼 녹아들어, 단숨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 한 번의 독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듯이, 여러 번 읽고 싶어집니다.
특히 ‘배려’라는 시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세 번 하는 마누라는 영감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의 배려이고, 영감이 세 번 듣는 이유는 마누라가 무안해할까 봐”라는 대목은 정말 재치 있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바지사장’이라는 시에서는 돈을 벌어다주어도 가장이라 할 수 없고, TV 리모컨은 항상 마누라 손에 있는 모습이 저희 집 풍경과 닮아 있어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또한 ‘늦는 남편’이라는 구절에서는 젊어서는 술값을 많이 쓸까 봐 걱정하고, 나이 들어서는 길에 쓰러졌을까 봐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어 정말 웃프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서로를 향해 보이는 걱정과 사랑이 담담하면서도 진하게 전해져 더욱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고기는 있는데 이빨이 없고, 시간은 있는데 약속이 없고, 자식은 있는데 내 곁에 없고, 추억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라는 구절에서는 어머님의 쓸쓸한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회사에서 힘들게 돌아와 이야기할 거리도 없이 퉁명스럽게 대하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야겠다며 투덜대던 제 모습이 너무나 미안해졌습니다.
이 시집은 부모님의 애틋한 마음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며 부딪히는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묵묵히 저희를 보살펴 주셨는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며, 부모님께 더욱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곁에 계시는 것이 아니며,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게 해 주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시집입니다.
사랑이 가득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 주어 더욱 소중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