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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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픈 역사로 남아있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그녀의 비극적인 삶은 그동안 드라마로,영화로 많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번엔 정치적인 명성황후가 아닌, 여자 민자영의 사랑을 다루었다. 단아한 아름다움의 수애가 민자영을,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 무명을 조승우가 열연했다. 하지만 배우들을 보는 재미만 있었다. 화면의 때깔(?)은 좋았고 액션 신도 마음에 드는게 있었다. 그래픽에서 말이 많은데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내용은 흡입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과한 부분이 많아서 영화의 완성도를 조금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저 수애와 조승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을 영화다.

고종의 아내로, 흥성 대원군의 며느리가 되기 전날 민자영은 아버지와 함께 거닐던 바다를 보러 간다. 홀로 길을 나선 자영은 나루터에 배를 대고있던 무명과 만난다. 아름다운 자영에게 한눈에 반한 무명은 그녀를 웃게 만들고, 처음 보는 바닷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이걸로 끝이었다. 그녀는 내일이면 한 나라의 국모가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한것이 깊은 상처로 남은 무명은 자영을 곁에서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궁에 입궐하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자영과 재회하게 된다. 그 뒤로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무명. 왕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시아버지와 작은 의견차이를 벌이는 등 어디에서도 위안을 찾지 못한 자영은 무명에게 서서히 마음을 주게 된다. 하지만 왕이 자영을 아끼게 되면서 마치 삼각관계처럼 되어간다.  

흥선대원군이 군대를 이끌고 대궐로 향하는 장면은 과하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그 많은 군대를 무명 혼자 싸우는 부분은 말도 안되지 않는가. 거기다 무명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흥선대원군이 스스로 물러나다니! 아무튼 자영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내건 싸움을 한 무명. 자영이 위험에 빠진걸 알자 그녀를 지키기위해 뛰어들었던 무명. 그런 무명에게 이루 말할수 없는 안타까움과 사랑을 느끼게 된 자영. 죽기 직전 "요한"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무명이 듣지 못한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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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혼돈 - Quiet Chao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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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큰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다. 병에 걸려 사망 선고를 받아도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든데, 하물며 영화 속 남자주인공 처럼 뜻하지 않은 부인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됐다면 과연 어떨까? 그것도 동생과 함께 물에 빠진 낯선 여인(이름조차 모르는)을 구한 시간에 부인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면? 다른 생명을 구한 그 시간에 아내는 남편없이 고독한 죽음을 맞았다. 눈물도 쏟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아내의 시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공허한 눈과, 왜 이제서야 왔냐며 울부짖는 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장례식 이후 피에트로는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면서 한가지 약속을 한다. 딸이 수업을 받을동안 학교 앞 공원 벤치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섭섭하게도 딸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 아버지의 약속을 믿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피에트로는 그 약속을 지킨다. 하루 종일 벤치에 앉아 있다가 수업을 마친 딸을 마중 나간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 껴서. 아마 그에겐 처음 경험해본 일이었을 것이다. 외국 회사와의 합병 때문에 뒤숭숭한 회사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벤치에 앉아 있는 피에트로. 사람들은 그런 남자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아내의 죽음때문에 큰 충격을 받아 그러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피에트로는 이곳에서 슬픔을 극복하고 있다. 적어도 그래보인다.  

 말 동무도 없이 홀로 벤치는 지키는 중년 남성이라. 얼핏 생각하면 지루하고 심심한 하루를 보낼것 같다. 하지만 벤치에서의 그는 지루할 틈이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 다운증후군 소년과 엄마를 위해 자동차의 '삑삑'소리를 들려주고, 큰 개를 산책시키는 미모의 여성과의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찾아와 이런 저런 회사일을 알려주고 조언을 구하는 회사 동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의 차,식사는 공원내 카페에서 해결하고, 공원 근처에 사는 한 남자가 프에트로를 점심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와 과거에 관계가 있었던 처제가 나타나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용하지만 그리 조용하지 않는 일상이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는 아내를 추억하건 눈물을 쏟진 않는다. 아내와 살가운 관계도 아니었고, 그녀가 살아있을땐 몰랐던 사실을 아내의 메일함을 통해 알게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에트로가 슬프지 않은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탔던 비행기 리스트, 이사 갔던 곳 리스트를 자꾸 생각해내며, 그녀의 죽음 대신 다른것을 생각해내려 애쓴다. 어찌보면 별것도 아닌것들을 끄집어내면서 말이다. 그렇게 꾹꾹 눌러 담고, 겉으로 봤을땐 상처를 극복한것 처럼 보이는 피에트로. 하지만 그는 학부모 모임에서 기절을 한 날, 차 안에서 펑펑 운다. 그동안 내 놓지 않았던 눈물을 원없이 흘린다. 그렇게 피에트로의 마음에 난 상처가 터지고 딱지가 앉고 단단해진다.  

누구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다. 정신없이 울거나 떠나간 사람의 흔적을 찾기도 한다. 그 사람과의 기쁜 추억을 자꾸 되새기거나 못해줬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에트로처럼 조용하지만 그 혼돈을 이겨내는 방법도 있다.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과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말이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테지만 결국은 이겨내기 마련이다. 딸이 피에트로에게 이젠 학교에 안 와도 된다며,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상처와 슬픔에게 그렇게 말할수 있을것이다. 난 서서히 이겨냈다고, 더이상 혼돈스럽지 않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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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혼돈 - Quiet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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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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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 - Coco before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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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이 자신만의 독자 브랜드를 만들고 패션계의 큰 혁명을 이룬 이야기, 그녀의 성공 스토리가 주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덧붙여 샤넬의 사생활과 사랑도 양념처럼 나올거라고 여겼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화려한 패션업계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 사람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샤넬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거기에 틈틈이 개성있는 패션 스타일을 만드는 샤넬의 모습이 나올 뿐이다. 비율을 따지면 6:4 정도 랄까? 완전한 사랑이야기도, 완전한 패션 이야기도 없어서 좀 밍숭맹숭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샤넬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샤넬과 언니는 아버지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고 이 기억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방문객이 있는 사람은 따라 오라는 수녀님의 말에 당당히 따라나섰다가 (아버지가 당연히 올거라고 여겼던 샤넬) 자신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걸 안 순간의 쓸쓸한 뒷모습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자매는 고아원에서 배운 재봉 기술 덕분에 일도 하면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당시만 해도 샤넬은 디자이너 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하늘이 그녀에게 준 재능은 배우가 아니라 의상디자이너였다. 우연히 만난 에띠엔느 발장을 이용해 오디션 기회를 따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으니 말이다.  

배우의 꿈은 좌절됐지만 그녀의 남다른 미적 감각과 실용적인 디자인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많은 레이스와 장식으로 몸을 휘감았던 귀족 여성들과는 달리 그녀는 남성 셔츠와 커튼을 이용해 심플한 드레스를 만들어 입었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모자를 만들었다. 코르셋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여성들과는 반대로 그녀는 여성의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불편한 여성용 승마 치마 대신 과감하게 승마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이런 샤넬의 능력을 높이 산 사람이 있었으니, 샤넬이 진정 사랑했던 남자 아서 카펠이 그 주인공이다. 샤넬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그녀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했으며 가게를 열도록 후원을 한 사람. 비록 그들은 결혼 하지도 못했고, 비극적인 사고 때문에 평생 함께 하지도 못했지만 이 만남은 샤넬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일과 사랑 모두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여성들은 남자에 의해 신분이 결정됐지만(샤넬의 언니처럼) 그녀는 아서 카펠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잃은 슬픔은 더 컸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오랜 시간이 흘러 성공을 한 샤넬의 모습이 나온다. 그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모든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마지막 순간, 샤넬은 과거를 회상한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매듭짓는 느낌이 났다. (샤넬을 더 나이들게 분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시간 제약도 있고, 자칫 영화가 산만해질수 있는 단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샤넬의 젊은 시절만 담으려고 했다면 거기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좀 아쉽고 조금은 심심한 영화였다. 그래도 오드리 토투의 연기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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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맨틱 가이드 - My Life in R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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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니아 발다로스가 이번엔 아예 그리스로 갔다. 여행가이드라는 역할 덕분에 그리스의 멋진 곳이 화면 구석구석 나와서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전작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웠다. 관광객들의 캐릭터도 이상했고(물건을 훔치는 할머니는 보기 불편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도 내 정서엔 안맞는 부분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쌩뚱맞은 이야기 전개도 영화를 매끄럽게 해주지 못했다. 이 영화는 정말 킬링타임용이다. 잘만든 킬링타임용은 아니지만..

조지아는 그리스에 교수로 채용돼서 왔다. 그런데 교수에 재임용되지 못하면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고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이 여행 가이드였다. 그녀는 다시 교수로 임용될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여행가이드라는 직업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일뿐, 그녀가 모든 열정을 쏟을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관광객들에겐 지루한 가이드로 평가받기 일쑤였고, 여행사 사장은 조지아가 열정이 없다며 스스로 그만두기를 바랄 정도였다. 조지아 또한 이번을 끝으로 그만둘 생각이었다.  

반면 같은 여행사의 남자가이드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유적지에선 장황한 설명 대신 판넬을 세워 사진찍기 좋게 해주고, 잘나가는 클럽을 데려다주고 주구장창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쇼핑쇼핑쇼핑~!

내가보기엔 이런 일정이 재미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한다. 꼭 그리스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들을 왜 이렇게나 좋아하는걸까? 아마 관광객들 대부분은 그리스의 경치를 배경삼아 푹 쉬고, 멋진 사람과 교제하며 즐겁게 노는걸 가장 좋아해서 그런듯싶다. 물론 내가 그리스로 여행을 간다면 조지아 스타일이 더 좋을것 같다. 비행기표도 비싼데 술먹고 놀기보다는 멋진 유적지를 둘러보는게 더 나을테니까. 싸구려 기념품 살 시간에 말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남자 가이드와 조지아의 스타일이 계속 비교되면서 재미를 준다. 조지아는 유명한 유적을 보여주며 관광객들에게 그리스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마치 교수가 학생에게 수업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조지아의 설명을 지루해하고 관심없어한다. 그럴때마다 조지아의 열정은 싹 틀 기미도 안생긴다.

에어콘도 안되는 버스, 말도 없고 수염이 덥수룩한 운전기사 포르코피, 자신이 하는 말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관광객들과 씨름하면서 조지아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일 자체가 싫어진다. 그러다 관광객 중 한명인 할아버지 어브의 조언에 따라 그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내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된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괴짜 손님들과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도 포르코피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생기가 돌게되는 조지아.

그전에는 재미와 열정이 없었던 가이드 일이 이젠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잡은 조지아.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상이 되지않는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덕분에 조지아의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작위적인 설정이 너무 티나지만, 어쨌든 조지아의 가이드는 앞으로도 쭉 로맨틱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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