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산책자 - 파리, 베를린, 도쿄, 경성을 거닐다
이창남 지음 / 사월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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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을 읽으면서 산책자( 그 책에서는 걷는 여자 플라뇌즈라는 신조어를 저자가 만들어 소개했다. 걷는 남자인 플라뇌르에서 나온 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 스스로 매일 한시간 걷기를 실천에 옮기려 애쓰고 있는데, 걷기는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고, 걷다보면 신체 뿐 아니라 왠지 머리 속도 맑아지고 그 과정에서 나의 일상을 또는 읽고 있던 책을 한번씩 되새기게 된다. 평범한 일반인인 나도 이럴진대, 지식인- 예술가 산책자들은 어떠했을까?

이 책에서 산책자는 그 의미가 매우 확장된다. 트랜스내셔널하면서 (즉, 국경을 넘는다) 여행도 하지만 (여행자처럼 랜드 마크도 열심히 방문하지만) 산책자의 마음을 가진 자로, 장소와 상관없이 산책할 때처럼 주변을 관찰하는 그 마음을 가진자다.

19세기 프랑스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의 대대적인 파리 대정비사업에서 비롯한 근대 도시의 출현은 인근 제국주의 도시들, 나아가 식민도시들로 확장된다. 그 도시를 걷게 된 직장인들(노동자와 구분되는)은 꽉 쫘여진 시스템에서의 탈출을 조성된 대로변( 당시는 파사주)의 영화관, 백화점 등을 거닐고 출입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실현한다. 그 과정에서 산책자들은 군중속에서 스며들면서 일체감을 느끼고 그 와중에 고독을 느끼고, 스쳐지나가는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벤야민, 크라카우어 등 산책자들은 군중의 모습에서 집 밖을 떠도는 유목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통 사회에서 정주하던 사람들과 상반되는) 그들이 끝없이 탈출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주하고자 하는 목마름을 읽는다. 이율배반된 그 의식은 동경, 경성으로 오면서 서양인들이 동양을 대할 때 느끼던 무의식과 식민지 청년들의 복잡한 심경으로 연결된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인한 변화가 전통적 가치관과의 괴리로 불편하게 드러난다. 근대도시의 허영적 면모와 공간적 개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입장에 따라, 젠더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파리, 베를린, 동경, 경성을 거닐다’라는 부제 답게, 각 도시마다 산책자들의 의식이 달라서 재미있다. 특히 일제 식민치하의 경성을 배경으로 이상의 시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나혜석을 통해서 본 분석은 내가 한국인이라서 더 와닿았다.

산책을 매개로, 근대 사회로 바뀌면서 도출된 여러 사회 변화를 유명 사상가들의 시각을 통해 관찰, 분석한 책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저 느긋하게 걸으며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산책을 했는데, 산책자의 진화에 슬쩍 발 하나 얹어보는 것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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