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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 전2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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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비에리..필명 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 소설. 오래전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영화를 보고 (2014년 작) 책으로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스위스 베른에서 고전문헌학 교사로 있는 그레고리우스는 어느날 비가 쏫아지는
등교길에 다리에서 투신 직전의 여자를구하다. 그녀가 내뱉은 포르투게즈 라는 단 한마디에 전율을 느끼고, 포르투갈 전문 고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언어의 연금술사’ 라는 책을 만난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 의사& 저자.1975년출판)
프라두의 책을 읽으며 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충동으로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타고, 열차 안에서 사업가 실우베이라를 만나고 도움을 받는다.
액자 소설의 형식을 가진다.
영민하고 존경받는 의사였던 프라두는 독재자 살라자르 시대를 살았고, 당시 후이 루이스 멩지스(리스본의 인간 백정)을 치료해 준 이후 타격을 받는다.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데, 혁명 직전 동맥류로 사망한다. 프라두가 써 놓은 글을 누이동생 아드리아나가 사후, 출판한다.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에서, 프라두의 집, 생가, 다녔던 학교 등을 방문하며 그의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프라두를 가까이 알게 된다. 프라두를 알게 될수록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처럼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회의한다.
읽다보니 영화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도 좋았지만 책을 읽으니 영화 장면 속의 보여지지 않았던 부분들이 채워진다. 느리게 읽어야 하는 책이라 2시간에 모든 것을 담은 영화는 뭔가 부족했던 듯. 영화는 리스본에 정착하는 그레고리우스를 그렸는데, 원작은 다르다. 아니, 또 모르지. 돌아갔는지.
주어진 삶,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것으로 알았던 삶과, 만약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쨌을까 하는 갈망이 도처에 놓여있다. 프라두가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의사로 살았던 것처럼, 그레고리우스는 어린 시절 가고자 했으나 포기했던 이스파한을 열망한다. 그때 떠났다면 어쨌을까? 그런 열망은 평생을 바쳤던 고전 문헌학, 그간 읽고 연구했던 30만권의 책에서 모르는 단어가 없었던 삶에서, 갑자기 한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 불안으로 연결된다. 나중에 기억이 나긴 한다. 리스트론, 홀 바닥을 청소할 때 쓰이는 쇠꼬챙이. 현실에는 필요없는 글자 그대로 책 속의 단어.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말한다.
-더이상 원하지 않는 무언가에서 떠나는 그런 행동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필연적인 첫 발걸음이라는 것입니다....불가피한 떠남이란 다시 말해 나의 어떤 부분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도달하고 싶어하는 그 상태도 결국은 의무, 가능성, 불가능성의 경계를 지닙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은 도덕적인 의무감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입니다. 떠나고 싶지만 쉽지 않아요. 자제하는게 마땅하지요. 그래서....판타지가 필요합니다. (대략 추렸다)
주옥같은 은유적인 멋진 문장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우리를 스치고 흘러가는 생각과 상과 느낌의 강물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 강물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우연히, 정말 우연하게 도 우리 자신의 말과 일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말을 쓸어내고 지워버린다.혹시 남겨둔다면 기적이다. 나는 다른가? 내 마음의 강물이 방향을 바꿀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귀울인 적이 있었던가?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개인적인 삶의 시입니다. 시가 우리를 지탱해줄 만큼 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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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나와 남이 말하는 나. 어느쪽이 진실에 가까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은 얼마나 온전히 내 것인가?
막막했던 어느 순간, 자동차의 핸들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고싶다는 충동을 느껴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혼연히 떨쳐 일어나서 떠날 수 있었던 그레고리우스를 질투했다. 남들이 볼 때, 무척이나 외로운 삶이, 참으로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