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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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책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의 역사라고 할까?
고대 파피루스부터 인류에게 문자라는 것이 주어진 이후, 기록이란 것을 하게 된 이후, 소위 “읽는다는 것”을 위한 물성. 책.
그냥 흔하게 주변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이, 그 모습으로 나오기까지 어떤 지나난 과정을 지났는지, 언제부터 직사각형의 (대부분) 형태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냥 책은 책이라고 알고 있다가 처음부터 그런 모습의 존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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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겉표지에 이것은 제목이고, 이것은 책머리고 책발이고, 책홀이고 그동안은 그 이름조차, 그 기능조차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의 “나 여기 있어요.”라고 발현하는. 또 책 표지를 여는 순간 마주치는 첫 번째 페이지 (겉표지와 붙어있는) 를 “면지”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동안은 속표지? 하면서 내 맘대로 불렀는데!)..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뭐랄까, 책의 해부도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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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만드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책이 있으려면 우선 종이가 있어야한다. 고대에는 파피루스가 그 종이 역할을 했고, 그 다음엔 양피지를 비롯한 동물의 가죽을 얇게 작업해서 그 위에 썼고, 비단 위에도 썼고, 그 이후 종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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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종이에 글자를 입히는 일. 옛날에는 일일이 사람이 썼고, 구텐베르크가 가동활자를 만들어 42행 성경을 찍으면서 인쇄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빨리 중국에서는 목판화로 책을 찍어내기는 했다. 그 과정도 얼마나 치열한지. 어떤 활자를 만드느냐, 어떤 잉크를 찾느냐, 어떤 종이가 잘 맞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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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때 문맹자가 더 많았기 때문에, 책 속의 삽화는 필수였다.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중세의 책들을 보면, 필경사들이 직접 손으로 쓰고, 직접 그린 (화가가 따로 그리기도 했다) 멋들어진 삽화 부분에 가면 더 흥미진진해 진다. 그리고 구텐베르크 이후 기계로 책을 찍어내기 시작한 이후는 더 재미있다. 글자와 그림이 한 페이지에 있는 과정이 얼마나 고난의 길이었는지, 전면 삽화가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록된 삽화 (그림, 사진)들도 정말 귀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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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의 형태가 현재의 이 모습이 되는 과정을 알려준다. 최초의 파피루스 책은 두루마리 형태였다가, 편의에 의해 네모난 형태로 제본되고, 양피지로 만들다 보니 직사각형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귀한 책이다보니 가죽으로 장정하고, 일일이 손으로 꿰매어 제본했고, 그 제본술이 최근까지 이어지다가 19세기 중반에야 접착식 제본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책의 사이즈도,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하게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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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역사적 도정을 여러 가지 고고학적 자료가 뒷받침해 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쇄기계가 나온 이후의 설명은 진짜 어렵다. 인쇄기가 발전하는 과정은 공학이기 때문에 제시된 단어가 생경하고...하지만, 읽다 보니 인쇄기가 발전해서 오늘날의 컴퓨터로 이어지더라는. 책의 삽화도 사진술이 발전하면서 같이 발전했고. 그러다보니 첨부된 주석만도 120페이지에 달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마지막 클로폰 페이지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책의 책”을 그대로 소개한다. 종이는 중성지이며 636*900밀리미터 규격의 종이로 오프셋 컬러 평판 인쇄기로 인쇄해서 만들었다는. 책의 표지는 두꺼운 판지를 이용해서 만들었고, 가죽 표지에 자국을 내는 방식으로 표지에 글자를 찍었고..등등.
460여 페이지를 머리를 싸매고 읽어나가다가, 이 부분에 와서 무릎을 탁 치며 웃게 만든다. “그래, 수고했어. 책아. ” 아니지.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귀한 책을 만들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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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글 솜씨도 대단하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의 뜻은 아주 선명했다.” 아무리 컴퓨터와 전자책이 종이책을 빠르게 위협해도, 책은 책이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아주 귀한 책을 읽고 소유한다.

책 속으로
p15> 다 접어두고, 이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라. 가능하면 가장 크고 묵직한 양장본을 찾아라. 찾았으면, 손에 쥐어보라. 책을 펼치고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접착제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책장을 휙휙 넘기며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껴보라.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책에 비하면,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액정 뒤에 갇힌 전자책은 활성 活性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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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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