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관료 출신으로 많은 토지를 소유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외삼촌 손에 자랐다. 그래서 외삼촌이 언급된 부분에 그분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1910년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었다. 술담배를 하지 않았고, 작은 키로 주목받는 분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단단하며 유연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적 배경이 암울하지만 글에서 맑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주로 느껴졌다.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관계에 그의 인격이 녹아있는 것 같았다. 뒤에 박완서 작가님의 추천사를 보면서도 뭉클해졌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경계를 잘 지킬 줄 아는 분이었다고 짐작해본다.

딸바보의 면모가 돋보였는데 글에 온통 서영이로 도배를 해서 딸만 하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들 둘이 더있다는걸 알게되서 놀랐다. 그분들이 좀 서운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는데 뒤에 아들의 글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수필이 어렵지 않은 글이고, 어떤 것이든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다른 글도 만나보고 싶다.

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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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를 보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원작 소설이 있다는걸 이제 알았다. 하울을 집필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이어위그는 집게벌레란 뜻이다. 주인공은 마르고 툭 튀어나온 이목구비로 호감형이 아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보육원에 아이를 두고가서 그곳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욕구가 충족되는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집으로 데려갔다. 부모는 마녀였는데 아이를 조수로 쓰기 위해 사기입양을 한 것이다. 그래도 마법을 배울 수 있을거란 기대를 품고 열심히 일했는데 그들이 자신에게 그럴 의사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화가 난 이어위그는 고양이 토마스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한다. 어떤 모범생 아이가 악당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기때문에 악역에게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던게 기억났다. 이어위그는 그런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아이가 원하는대로 바꿔가는 모습을 더 부각시켜 좋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어린이 버전?

작가의 마지막 책이라는 말에 기대했는데 솔직히 책은 좀 밋밋했다. 그래서 이걸 영화로 어떻게 만들겠다는건지 의아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생략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는걸 알게됐다. 총 4권의 시리즈로 있는 책이라 뒷이야기까지 읽어야 더 입체적이 되려나? 캐릭터도 책에서는 빨간머리 앤 같은 이미지였는데 영상에서는 통통하고 귀여운 어린이의 느낌이라 호감이 갔다. 그래서 영상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로 보는걸 추천! 자막으로 봤는데 더빙판은 김윤아의 노래가 다했다는 평이 있어 궁금하다.

우리가 이곳에서 더 행복하게 살려면, 저 두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게 만들어야 해.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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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가의 부부는 좀 독특하다. 남편은 아내의 젊음과 외모 그리고 명랑함을 보고 결혼을 해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아내는 경박하며, 지출이 많고,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아들을 낳으면 큰 어려움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끝내 딸만 5명을 낳았다. 부부는 당시에 아가씨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강요하며 가르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당시 한사상속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집의 재산을 가문의 어떤 장남에게 넘겨야만 했다. 그래서 콜린스라는 사촌이 상속자의 자격으로 베넷가에 방문하게 되고, 겸사겸사 결혼할 사람도 찾고자 했다. 콜린스는 제인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엄마의 제안대로 엘리자베스로 결정했다. 제인은 가장 예뻤으며 부자 사위를 둘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사리분별을 잘 하기는 했지만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라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딸이었다. 게다가 딸의 결혼으로 베넷가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콜린스의 프로포즈를 거절했다. 어차피 엘리자베스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콜린스는 그녀의 친구인 샬롯과 결혼하게 된다. 샬롯은 가난한 가문의 맏딸로 부모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 결혼은 여성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이 한적한 동네에 빙리라는 부자청년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딸이 이 청년의 마음에 들어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었다. 무도회에서 본 그는 낙천적이며 호감을 품기에 충분한 인상을 주었다. 반면 그의 친구 다아시는 사교성도 없어보이는 데다가 무뚝뚝하고 무례해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인 연인을 만들지 않은 채 런던으로 떠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아시의 조언으로 빙리가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혐오하게 된다. 다아시는 이런 사실을 모른채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대차게 거절당했다. 거기에서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되고 오해를 풀고자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게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조용히 수습했고, 엘리자베스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오해했음을 인정했다.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었어!‘ 다아시는 부자였고 가문도 좋았기 때문에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잘보이려고 애썼을 것 같다.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빙리양과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은 그 집의 안주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면서 난 니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백그라운드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당찬 엘리자베스가 신선했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눈이 예쁜 엘리자베스가 그의 호감을 사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읽으면서 캐릭터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우유부단한 빙리, 무뚝뚝해서 오해받기 좋은 다아시, 타고난 외모와 나이스한 말씨로 타인을 속이는데 사용한 위컴, 억압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답답한 성격을 갖게 된 콜린스, 가난함에서 탈출하려고 한 샬롯, 천방지축 리디아, 자신의 답이 옳다고 확신하는 엘리자베스, 소극적인 제인, 방관하는 아버지, 푼수같은 엄마, 거만함의 끝을 보여주는 캐서린 귀부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애정이 갔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영화는 생략이 너무 많아서 꼭 책을 병행해서 봤으면 좋겠다. 책은 대사로 도배가 되있어서 시작부터 지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와 해피앤딩이 주는 안정감이 있지만 이런 앤딩을 좋아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매체에 노출되어버렸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위로받았을 당대의 여성들을 생각하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사상속이라는 말도 안되는 법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안타까웠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결혼, 남편의 폭력에 노출되도 쉽게 이혼할 수 없는 당시의 풍경들.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엄마에게 한사상속의 속성을 설명하려고 했다. 전에도 종종 시도해봤지만, 베넷 부인에게는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주제였다. 그러니 베넷 부인은 딸이 다섯이나 되는 집안의 재산을 아무 상관도 없는 남자에게, 그 사람 좋으라고 몽땅 넘기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비통한 심정으로 욕만 해댈 뿐이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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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가의 부부는 좀 독특하다. 남편은 아내의 젊음과 외모 그리고 명랑함을 보고 결혼을 해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아내는 경박하며, 지출이 많고,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아들을 낳으면 큰 어려움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끝내 딸만 5명을 낳았다. 부부는 당시에 아가씨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강요하며 가르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당시 한사상속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집의 재산을 가문의 어떤 장남에게 넘겨야만 했다. 그래서 콜린스라는 사촌이 상속자의 자격으로 베넷가에 방문하게 되고, 겸사겸사 결혼할 사람도 찾고자 했다. 콜린스는 제인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엄마의 제안대로 엘리자베스로 결정했다. 제인은 가장 예뻤으며 부자 사위를 둘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사리분별을 잘 하기는 했지만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라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딸이었다. 게다가 딸의 결혼으로 베넷가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콜린스의 프로포즈를 거절했다. 어차피 엘리자베스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콜린스는 그녀의 친구인 샬롯과 결혼하게 된다. 샬롯은 가난한 가문의 맏딸로 부모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 결혼은 여성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이 한적한 동네에 빙리라는 부자청년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딸이 이 청년의 마음에 들어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었다. 무도회에서 본 그는 낙천적이며 호감을 품기에 충분한 인상을 주었다. 반면 그의 친구 다아시는 사교성도 없어보이는 데다가 무뚝뚝하고 무례해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인 연인을 만들지 않은 채 런던으로 떠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아시의 조언으로 빙리가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혐오하게 된다. 다아시는 이런 사실을 모른채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대차게 거절당했다. 거기에서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되고 오해를 풀고자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게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조용히 수습했고, 엘리자베스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오해했음을 인정했다.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었어!‘ 다아시는 부자였고 가문도 좋았기 때문에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잘보이려고 애썼을 것 같다.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빙리양과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은 그 집의 안주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면서 난 니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백그라운드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당찬 엘리자베스가 신선했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눈이 예쁜 엘리자베스가 그의 호감을 사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읽으면서 캐릭터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우유부단한 빙리, 무뚝뚝해서 오해받기 좋은 다아시, 타고난 외모와 나이스한 말씨로 타인을 속이는데 사용한 위컴, 억압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답답한 성격을 갖게 된 콜린스, 가난함에서 탈출하려고 한 샬롯, 천방지축 리디아, 자신의 답이 옳다고 확신하는 엘리자베스, 소극적인 제인, 방관하는 아버지, 푼수같은 엄마, 거만함의 끝을 보여주는 캐서린 귀부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애정이 갔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영화는 생략이 너무 많아서 꼭 책을 병행해서 봤으면 좋겠다. 책은 대사로 도배가 되있어서 시작부터 지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와 해피앤딩이 주는 안정감이 있지만 이런 앤딩을 좋아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매체에 노출되어버렸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위로받았을 당대의 여성들을 생각하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사상속이라는 말도 안되는 법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안타까웠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결혼, 남편의 폭력에 노출되도 쉽게 이혼할 수 없는 당시의 풍경들.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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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가의 부부는 좀 독특하다. 남편은 아내의 젊음과 외모 그리고 명랑함을 보고 결혼을 해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 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아내는 경박하며, 지출이 많고,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아들을 낳으면 큰 어려움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끝내 딸만 5명을 낳았다. 부부는 당시에 아가씨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강요하며 가르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당시 한사상속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집의 재산을 가문의 어떤 장남에게 넘겨야만 했다. 그래서 콜린스라는 사촌이 상속자의 자격으로 베넷가에 방문하게 되고, 겸사겸사 결혼할 사람도 찾고자 했다. 콜린스는 제인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엄마의 제안대로 엘리자베스로 결정했다. 제인은 가장 예뻤으며 부자 사위를 둘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사리분별을 잘 하기는 했지만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라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딸이었다. 게다가 딸의 결혼으로 베넷가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콜린스의 프로포즈를 거절했다. 어차피 엘리자베스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콜린스는 그녀의 친구인 샬롯과 결혼하게 된다. 샬롯은 가난한 가문의 맏딸로 부모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 결혼은 여성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다.

이 한적한 동네에 빙리라는 부자청년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머니들은 자신들의 딸이 이 청년의 마음에 들어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었다. 무도회에서 본 그는 낙천적이며 호감을 품기에 충분한 인상을 주었다. 반면 그의 친구 다아시는 사교성도 없어보이는 데다가 무뚝뚝하고 무례해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인 연인을 만들지 않은 채 런던으로 떠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아시의 조언으로 빙리가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혐오하게 된다. 다아시는 이런 사실을 모른채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대차게 거절당했다. 거기에서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되고 오해를 풀고자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게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조용히 수습했고, 엘리자베스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오해했음을 인정했다.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가 떠올랐다.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었어!‘ 다아시는 부자였고 가문도 좋았기 때문에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잘보이려고 애썼을 것 같다.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빙리양과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은 그 집의 안주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면서 난 니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백그라운드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당찬 엘리자베스가 신선했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눈이 예쁜 엘리자베스가 그의 호감을 사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읽으면서 캐릭터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우유부단한 빙리, 무뚝뚝해서 오해받기 좋은 다아시, 타고난 외모와 나이스한 말씨로 타인을 속이는데 사용한 위컴, 억압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답답한 성격을 갖게 된 콜린스, 가난함에서 탈출하려고 한 샬롯, 천방지축 리디아, 자신의 답이 옳다고 확신하는 엘리자베스, 소극적인 제인, 방관하는 아버지, 푼수같은 엄마, 거만함의 끝을 보여주는 캐서린 귀부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애정이 갔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영화는 생략이 너무 많아서 꼭 책을 병행해서 봤으면 좋겠다. 책은 대사로 도배가 되있어서 시작부터 지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와 해피앤딩이 주는 안정감이 있지만 이런 앤딩을 좋아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매체에 노출되어버렸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위로받았을 당대의 여성들을 생각하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사상속이라는 말도 안되는 법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안타까웠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결혼, 남편의 폭력에 노출되도 쉽게 이혼할 수 없는 당시의 풍경들.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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