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엉기는 것을 상상한다.
엉긴피는 나를 잠식하여 발끝부터 썩어갈 수 도 있다.
과거는 비릿한 배경이 되어
분절하는 현재에 끼어들지만
지금 이순간을 살아내고,
미래는 없는 것 처럼
미래에 대한 상상이 크게 지배한 것이 나의 과거였다면,
지금은 지금.
현재에 가장 큰 사건, 어쩌면 미래에 일어날 큰 사건을
접수한 미래의 탐정과 같이
오늘의 의식을 쪼개고 맛본다.
뜨거운 태양과 바람의 촉감만이 육체의 일부인 생각을 몰아내듯이
온 신경이 몸에 쏠려있을때..
육신의 건강함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병자로서, 살아갈 처한 내 운명을
걸어갈것인가.. 놓아줄 것인가..
이것은 강요된 선택인가..
몇겹의 자신을 벗기려들때마다 그다지 나는 소중한 것인가?
무수한 영혼이 통과하는 반투명의 물질이 아닌가?
걷는 내 몸까지 의식하는 동떨어진 이탈.
뒤틀린 척추와 누런 자위들
세상의 진부한 말들을 소각장으로
발끝의 저림은 발톱하나를 뽑아내기를
실제와 실재가 혼용하는 처마 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