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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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퀴어 소설가 구묘진의 유작. 파리 유학생 조에는 연인 솜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후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 스무 편의 연애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이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한 채로도 스스로 완성되는 그 사랑의 집요함이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 그런 식으로 완성된 폐쇄적 사랑은 죽음을 결말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 비장한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완성시킨 조에의 예술가적 정신은 충분히 그 의의가 있다. 조에는 솜이, 솜의 가족이, 사회가, 피하고 놓아버린 솜과 자신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탐색한다. 연인으로부터 유폐된 채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자기분열과 아이러니 속에서도 편지는 끝내 앞으로 나아가며 마침내 유서가 된다(유서로 완성되는 데 성공한다). 조에가 죽음을 불사하고 그토록 사랑에 매달렸던 까닭은 그에게 사랑이 자신을 압도하는 "운명"(143쪽)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여기서 조에가 말하는 운명론은 단순한 낭만이나 정해진 숙명이 아니라 타인들이, 사회가 너무도 쉽게 놓아버린 관계와 존재의 잠재력에 대한 존중이자 신봉이다.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퀴어 시민들의 죽음이 이곳저곳에서 비보로 들려오는 지금, 성소수자들의 비극적인 운명이 아니라 조에가 삶을 불태우며 기록한 바와 같이 존재를 결정짓는 운명적 잠재력으로서의 사랑을 존중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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