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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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윤동주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


고교시절

별헤는 밤

따뜻한 감성

'진달래꽃'을 쓴 '김소월'과 가끔 헛갈리기도 하지만 윤동주는 윤동주다.






윤동주의 자화상, 소년, 눈 오는 지도, 돌아와 보는 밤을 비롯해 쉽게 씌어진 시까지 주옥같은 시들을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바로 필사해볼 수 있는 필사북이 나왔다. 제목은 조금길다.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북'이다. 해설을 담아 펴낸 민윤기 역시 시인이자 문화비평가로 저널리스트이며 '월간시인'의 발행인이라고 한다. '시는 시다'를 비롯해 시집도 많이 냈고 윤동주 시인 관련 국내외 발굴 자료집' 윤동주 살아있다'라는 책을 내기도 한 민윤기의 설명을 들으며 하는 필사는 더욱 이해도를 높인다.


양장본이라 무게감이 있어 가방에 들고다니기보다는 책상 한켠에 고이 모셔두고 아침에 눈 뜰때마다, 잠들기 전에 한 번씩 끄적이기 좋은 필사북이다. 필사하고 나서 펼쳐보니 내가 필사를 하던 그 아침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시를 처음 알게 되었던 학교와 국어선생님도 떠오르며 추억여행하기에 좋다.


‘별 헤는 밤’을 펼쳐볼때면 나는 다시 이 글을 읽던 여고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설렐 정도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이 다시 가슴에 새겨지는 느낌이 든다. 명작은 몇 번이고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다르다고 하는 그 말이 다시 와닿는다.





윤동주는 이네들이 너무나 멀리 있다고 말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말이다. 어머니는 어떠한가 멀리 북간도에 있어 그리움이 사무치는 시이다.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북간도는 어디일까. 간도는 현재 북한땅이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간도는 두만강 북쪽 지역의 북간도(동간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간도라고 하면 간도 보다 더 북쪽으로 현재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일본 간사이 지방 4대 명문 사립대학 중 하나인 교토(일본의 옛 수도)에 위치한 도시샤 대학에 윤동주의 시비가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서시'를 쓴 윤동주와 가장 향토색이 짙은 시 '향수'를 쓴 시인 정지용의 시비가 이곳에 있다.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다녔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제 강점기때 도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교토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편입하며 유학을 했다. 젊은 문학청년 윤동주가 이 조용한 도시 교토에서 공부를 했다.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 받고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945년 2월 16일 옥중에서 돌연 사망했는데 그 당시 이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수감자 1800여명이 어떤 주사를 맞고 사망하였는데 윤동주도 그 주사를 맞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2025년 올해는 윤동주 서거 80주년이자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은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의미있는 해에 윤동주의 시를 필사할 수 있어 감동이다.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북'을 읽는 사이에 일본 오사카 자유여행을 하게 되었다. 오사카에서 자동차로 1시간남짓 달리면 교토가 나온다. 천년의 고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간직한 도시가 교토이다. 우리에게 청수사로 알려진 교토의 '기요미즈데라'는 한국의 경주 '불국사'만큼 유명한 곳이다. 중고생의 수학여행코스로 유명하다고 하니 말 다했다. 현재는 인구 270만명의 번화한 오사카를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도시 교토는 현재 140만명 정도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의외로 일본 최대의 IT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닌텐도의 본사가 교토에 있다. 100년전 닌텐도가 가내수공업 화투 제조업체로 시작해서라고 한다.




윤동주를 이야기하다 일본 교토가 나오고 닌텐도 이야기까지 갔다. 다시 윤동주 필사집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이라는 말이 맞다. 우리는 이미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했다. 윤동주의 시는 밑줄을 그어가며 국어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도 읽었고, 그냥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운 느낌을 받으면서도 읽었다. 따라서 낯설지 않은 시를 다시 읽는 느낌은 낡은 느낌이라기보다 사춘기 시절의 나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사나이, 어머니라는 단어에서는 결혼 전에 읽었을 때 느낌과 내가 엄마가 되고 난 뒤에 읽는 느낌이 다르다. 7장은 윤동주의 산문, 8장에는 나중에 발굴된 시를 만날 수 있다. 나중에 발굴된 시는 역시 '서시'같은 우리가 많이 아는 시와는 다르지만 윤동주 역시 성장하는 중이었고, 유명한 시인의 날것을 만날 수 있어 신선했다.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고 유명한 시인의 처음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에 또 희망을 갖는다. 천재성도 필요하지만 꾸준한 반복을 통해 누구나 원한다면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잠시 오사카 근교 교토에서 마신 응커피 사진을 들여다보며 도시샤대학에 들러 윤동주 시비를 보고 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필사를 한다고 윤동주처럼 유명한 시인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잠시나마 희망을 갖고 나도 시인인양 끄적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에 젖어들 수 있다.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을 만나서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시 하나를 남기고 마무리 하고 싶다.

'바람이 불어-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꼬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꼬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19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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