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 - 내가 지금 뭐 하고 사나 싶은 당신에게
김혜원 지음 / 느린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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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다. 원하던 결혼이건 원치않던 결혼이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딩크족으로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를 낳고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간다. 여자는 그렇게 가정주부, 전업주부가 되어간다. 워킹맘인 여자는 워킹맘대로 아이에게, 남편에게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전업주부는 아이와 남편에게 시간을 쏟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나중에 영화화 되기도 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나는 소설을 읽고나서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워 영화도 찾아 보았다.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인 가정주부 82년생 김지영의 '남편'이 나쁘게 상상되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남편이 '공유'로 캐스팅되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캐스팅의 오류라는 것이다. 공유는 가정주부에게 상당히 좋은 이미지의 배우이기에 영화속 그의 대사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영화화되었을 때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가 바로 너무 착한 남편의 캐스팅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다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캐스팅한다면 남자주인공은 특히 가정주부에게 혐오스러운 배우로 캐스팅해야 이 영화의 묘미가 살아날 것이다. 공유의 이미지처럼 좋은 남편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남편을 둔 여성이 더 많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공유같은 이미지의 남편을 두었다면 '82년생 김지영'이 복에 겨운 여자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남편이었다면 이 영화에 빠져드는 깊이감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10년간 전업주부의 삶을 살다가 사회로 나오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직장여성에서 결혼 후 아이와 남편을 바라보며 살며 느끼는 행복감도 있지만, 점점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내용이 나도 10년차 주부가 되며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글을 쓰고 표현할 줄 아는 저자이기에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글쓰기를 하는 이유도 이렇게 하나씩 풀다보면 자신의 응어리진 부분도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글쓰기는 스스로 질문하고 풀어내고, 설명하다보면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되는 치유의 성질이 있는 듯 하다.


육아를 경험하면서 느끼게 된 서글픈 사실이 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여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영역을 쉽게 넘나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임신을 했을 때는 외모가 변하면서 사람들도 알아채게 된다. 임신하셨군요. 그 뒤로 지하철 임산부 좌석에 앉거나 타인에게 이해받기가 쉽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여전히 힘든 상황이 있는데, 외모는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오면 예전만큼 이해받지 못한 삶을 살게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 바로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이름을 찾기로 했다.'의 내용이다. 나역시 첫째가 3살정도 되었을 때 내 친구보다 아이친구들 엄마를 자주 만나고, 남편도 점점 아이엄마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이름은 사라지고 누구엄마로 남게된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의 경력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가정주부의 일을 외주하기로 마음먹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자라는 아이의 모습도 옆에서 지켜봐주고 싶고, 남편의 내조도 잘하고 싶었다. 집도 예쁘게 꾸미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잘하기에 내 시간과 체력은 항상 부족했다. 24시간 붙어있는 아이와 집을 예쁘게 꾸미기는 커녕 설거지와 집안청소만 해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아이는 밤에도 몇 번씩 깬다. 기저귀를 뗄 무렵에는 밤에 이불도 적신다. 정신없이 젖은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내일 아침에 널 수 있게 예약을 해둔다. 새 이불을 꺼내 다시 펴고 잠자리에 들면 그날은 잠은 잔 것같지 않다. 다음날 내내 피곤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일들을 매번 겪어내는 여성들은 그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는 걸까. 그건 그 다음 생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20년간은 매일매일이 바쁘다. 그나마 한숨 돌리려고 하면 아이가 결혼을 할 무렵이 아닐까 싶다. 그마저도 아이가 결혼해 황혼육아를 시작하면 그 인생은 또 쳇바퀴 굴러가듯 비슷한 인상의 연속으로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사나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이 책의 이름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이름을 찾기로 했다.'이다. 결혼식 웨딩드레스가 예쁜 이유는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과 육아는 여성의 이름을 지우는 지우개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여성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그녀는 '오늘, 전업주부를 졸업합니다.'라고 마지막 소제목을 지었지만 나는 역시 씁쓸함을 느끼고 책을 덮었다. 여성들이 잃어버린 것 그것을 찾아 나서며 그녀가 겪을 또다른 힘겨움을 느꼈다고나 할까.


내가 결혼 전에 가졌던 생각이 난다. 미혼으로 남자친구도 없던 당시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어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갖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쳐왔다. 매달 나가는 생활비, 아이들이 커가며 늘어나는 교육비, 점점 줄어드는 수입원, 게다가 내 말은 점점 안듣는 남편, 하나같이 내 편은 없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었다. 모든 일이 그러한가보다. 밖에서보면 아름답지만 막상 그 속으로 들어가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속내가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82년생 김지영' 뿐만 아니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이름을 찾기로 했다'라는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그녀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름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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