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사람들 NFF (New Face of Fiction)
톰 래크먼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사실 아예 안보니까 무관심 하다는 편이 더 적절할 듯 하네요) 오고가는 이야기에 살짝 귀를 기울여 보면 간간히  '약간 막장스럽고 뻔하긴 하지만 재미있다.' 류의 드라마가 출몰하여 인기를 끌곤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터넷상에서 욕도 많이 먹고 지탄도 많이 받는 것이 '막장'이라는 테마인데, 왜 드라마에서는 끊임없이 양산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합니다.

 '막장'이라는 단어를 '인과관계와 개연성 없이 극적 효과만을 위한 장치'라고 정의 한다면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솔깃하지 않을수 없는 제안 일 것입니다. 제작자는 아무래도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은 인기를 얻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허나 요즘의 시청자들은 워낙 자극적인 소재들에 길들여 져있는지라 현실의 평범한 이야기만으로는 시선을 끌기에 역부족입니다. 즉 막장이라는 개념은 더이상 현실의 평범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 끌기위한 마지막 선택지인 셈입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개연성과 완결성은 포기한채 극적인 반전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잘 먹혀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해져버린 것 같습니다. 왠만한 불치병들, 숨겨진 가족 관계들은 얼추 예상 가능합니다.

 서두가 좀 길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입니다. 요즘의 방송 매체들에서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에 읽은 책 <불완전한 사람들>. 이 책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싸움도 잘하고 잘생긴 윤성 이민호. 키도 크고 잘생기고 인기도 높은 독고진 차승원. 거의 완전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들은 현실에는 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이요. (물론 요새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소위 엄친딸, 엄친아로 분류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요.) 이 소설은 불완전한 11명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약간은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소위 완전한 사람들께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드립니다.)

 또한 사랑, 우정, 자아성찰과 깨달음, 다툼, 배신, 불편한 상황 등 현실 세계에서 흔히 존재하는 감정들이 그들의 이야기의 주제가 됩니다. 신문사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되고 11명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로 비유되는 셈입니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자신이 정리해고한 인물과 만나는 상황
일밖에 모르던 남성. 그리고 그의 어린 애인의 불륜.
직장 동료들의 무시와 따돌림에 괴로워하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것만 손꼽아 기다리는 인물,
지극히 현실에 있을 법 해서 드라마로 펼쳐지기에는 역부족인 듯한 이야기.
그것이 이 책이 보여주는 우리들의 이야기 입니다.

 
 띠지에 적혀진 문구 '일일드라마보다 중독성 있고 주말 예능보다 재미있는 리얼 인생 버라이어티'. 솔직히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극적인 이야기를 위해 배수진을 친 일일 드라마나 재미에 목숨거는 예능에 평범한 우리 이야기가 대적 가능하겠습니까?

 허나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작위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복잡하고 말초적인 각종 매체에 둘러사인 현실에서 이렇게 우리들의 평범한 이야기에 살짝 귀기울여 보고 공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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