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한대수 님입니다. 이 분의 저서 '물좀 주소 목마르요'. '올드보이 한대수'를 열독했습니다.
한대수 님이 귀국해서 다시 정착하시기 전부터 이 분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시엔 구하기 쉽지 않았죠.
겨우 어느 음반점 구석에 운좋게 재고가 남아 있던 테이프를 구해 듣고는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뒤에 한대수 님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속속 발매되는 음반들을 모두 구해서 들어 보았습니다.
이 분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바람보다도 더 자유롭게 살아온 삶 속에서 꽃피운 삶의 철학들이 무척이나
강렬한 느낌을 선사해 주더군요. 한번쯤 만나 뵙고 깊은 가르침을 받고 싶은 분입니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괴도신사 아르세느 뤼팽!
어떤 인물로든 변신이 가능한 그 변화무쌍함!
대단한 프랑스 경찰들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그 대담함!
귀하의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예고장을 미리 보내버리는 그 뻔뻔함!
한번쯤 살아 보고 싶은 기상천외한 생애가 아닐까요?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마크 트웨인의 '불가사의한 이방인'이 떠오릅니다. 읽기 전엔 무슨 괴담류의 으시시한 얘기를 상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괴작이더군요. 도저히 그 유쾌한 마크 트웨인의 작품으로 여겨
지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경험을 선사해준 이상한 작품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내용은 자세히 밝히
진 못하겠지만 완전히 제 취향에 딱 들어맞는 책이더군요. 이 경우는 좋은 의미에서 '낚인' 책이라고 하겠
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숨겨진 보물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시공사에서 나왔던 '솔라리스' 커버입니다. 어쩐지 신비로우면서도 환상적인 커버 아트가
책 내용과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깊은 인상에 남는 멋진 표지였습니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웰즈의 다양한 SF 저작들이 몹시 보고프네요. 쥘 베른마저 속속 완역되어 나오고 있는데
어찌 이 거장의 주옥같은 작품들만은 이리도 보기가 쉽지 않은 걸까요? 특히 어린 시절
아동용으로 보았던 '달세계 모험담'은 꼭 완역판으로 다시 보고 싶은 원트 리스트 0순위 책입니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너무 심해서 책 전체가 오탈자로 범벅이 됐거나 우리말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이상한 문장들로 뒤덮이지만 않았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박수동 선생님의 '번데기 야구단'과 '신판 오성과 한음'입니다.
박수동 님의 작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두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걸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뭉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아이들이 벌이는 한판 신나는 소동은 전형적인 70년대 스타일이지만
지금 읽어 봐도 그 즐거움만은 여전한 고마운 책들입니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톰 소여의 모험'입니다. 광대한 미시시피 강이라는 최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어린 소년들이 겪게 되는 온갖 경험들은 이제는 미국 내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낭만적인 시대에 대한 향수를 절로 불러일으켜 주는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겪게 되는 톰과 베키, 그리고 톰과 허크의 모험들은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인 것 같군요. 책 길이로야 이것보다 더 긴 책도 많겠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기가 이 책처럼 오래 걸리는 책도 드물 거라는 점에서 모두 완독하고
나면 단순한 길이 이상의 대단한 성취감을 안겨 주는 대작입니다. 상당히 길고 난해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조이스 특유의 짓궂은 유머 때문에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만드는 이상한 책이
기도 합니다. 참으로 유쾌한 책입니다.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두드림 출판사가 마음에 남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에도가와 란포의 모든 단편을 전부 번역해서
내놓는 뚝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애정이 갑니다. 정성을 가득 담은 소장본 세트까지 특별히
제작해서 내놓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진정한 매니아 기질은 이런 거라는 것을 짙게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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