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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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마지막 수업(알퐁스 도데)' 이 연상되었습니다. 

책은 제목을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참 중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어쨌든 제목부터 제 호기심을 잘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영풍문고에서 봤을 땐, 그냥 책만 판매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보니 'WISH BOOK' 이라는 부록까지 함께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구매를 했습니다. ^^ 

책을 사기 전에 서평 등을 보니,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대학교수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들을 강의한 내용이라는 정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 죽을 지 알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얘기를 했을까하는 궁금증에 별다른 고민없이 책을 선택했죠. 

이 책의 저자는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 대학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라는 컴퓨터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는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입니다. 물론 책의 내용은 어려운 학문적 내용이 아니라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카네기멜론 대학의 종신교수가 되었지만, 47살이던 2007년에 은퇴를 하게 되고 은퇴를 하면서 자신의 학생들과 일반 청중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강의를 준비합니다. 

2007년 9월 18일 "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마지막 강의는 유튜브 등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과 결혼,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이루거나 이루어가는 과정에 대한 얘기 등 마지막 강의에서 발표된 내용들과 함께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과 강의를 하고 난 후 느낌과 생각들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 일상의 삶 속에서는 그런 거시적 관점의 삶의 목표와는 괴리감이 있는 선택과 행동도 종종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본받을 만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외부의 신선한 자극을 받을 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각오도 새롭게 다지는 계기를 맞게 되죠. 

이 책도 2009년 초 새록새록했던 제 각오가 좀 시들해진 요즘, 한발짝 벗어나 좀 더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마지막 강의를 준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음으로써 남은 삶을 정리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게 됐고, 그 동안 중요했지만 일상에 바빠 미루어왔던 일들도 차근차근 해나감으로써 후회스러울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덜고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너무 먼 남의 얘기처럼 멀리 두고 준비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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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뇌 - 일상의 심리작용을 지배하는 뇌의 비밀
이케가야 유지 지음, 김성기 옮김 / 리더스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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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마음, 정신, 영혼' 

요즘 제가 관심을 갖는 분야입니다. 뭐... 道에 빠진 것은 아니구요... ^^; 

문득 문득 '생명이란 얼마나 신기한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을 할까', '생각의 실체는 뭘까',...... 이런 호기심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과학을 좋아한다. 결과가 나타난 원인들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논리적인 과정을 명쾌하게 뽑아내는 절차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런데, '두뇌, 마음, 정신, 영혼'이라는 분야는 아직까지 명쾌한 논리나 설명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혹 서점에서 '뇌'나 '마음' 등에 관한 책이 있으면 가급적 구매해서 읽는 편입니다.  

이 책도 오랜만에 제목만 보고 끌려서 구입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책 선정 안목에 스스로 자찬하고 있지요~^^ 

이 책은 일본의 약학 박사로서 오랫동안 뇌관련 질환을 연구한 '이케가야 유지'라는 분이 저술했습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호기심을 갖을 만한 26가지의 화두(예를 들면, '나이가 들면 머리가 나빠질까', '사랑에 빠진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간은 정말 죽을 때까지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할까' 등등)를 던지고,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나가는 저자의 글쓰기 실력이 놀랍습니다. 뇌에 대한 호기심도 더 왕성해졌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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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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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습니다.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열일곱살짜리 소녀를 강간살해하고, 그 어머니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죽인 사형수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한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입밖에 내지 못하도록 압박당해, 응어리를 진 채 살아오면서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한 30대 여성이 그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형수를 교화하게 된 주인공 여성과 사형수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가진 상처를 만져주고, 각자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늘 살얼음판 같은 공포의 아침을 맞던 어느 날,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제목만 보고는 내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면 왠지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을 것 같은 막연한 추측을 했었는데... 

조금은 낯선 이야기를 다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생소함 만큼이나 새로운 감동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이야기 전개가 조금 특이합니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사형수가 작성한 일기가 조금씩 소개되는데, 소설을 읽는 흥미를 더해주는 구조인 듯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먼 관심밖의 이야기였던 '사형제'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김영삼 정부 때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23명을 사형하면서 몇 십년만에 최대 규모로 사형을 집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공지영 작가는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길 택시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이 뉴스를 들었다고 후기에 소개합니다. 당시 뉴스를 들었을 때의 뭔지 뭐를 울컥함과 분노, 회한의 감정들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하시네요. 

우리는 저마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더 행복한 삶을 꿈꾸고 더 행복한 삶에 집중하느라 종종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그냥 흘려버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릴 줄 모르는 사람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갑자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저도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나갈 것을 안다면, 언젠가는 추억이 될 거라는 걸 안다면, 삶의 매 순간순간들을 좀 더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작가는 우리가 지금 각자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어쩌면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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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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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조금 극단적으로 조명한 소설인 줄만 알았더니... 2005년 광주 인화학교라는 곳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진 소설이더군요..

소설은 독실한 기독교 장로로서 사회적 명성을 쌓은 '자애학원' 교장과 그 쌍둥이 동생이자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을 성폭행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중심이 되는 사건 자체도 약간 거북한데, 사건 변두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참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인 안면이 있다고 감사를 꺼리는 교육청 담당자의 태도...
신의 시험에 들었다며 십일조를 두둑히 하는 교장이자 장로에 대한 목사의 애정어린 설교와 맹목적인 신도들의 지지...
경찰, 검찰의 비호...
보수언론의 색깔론...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서 이 이야기가 그토록 경악스럽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려니 하고 지나칠수가 없을만큼 요즘 세태를 너무도 콕 짚어낸 것 같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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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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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입니다. 현 정부 들어 '법치'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법치 좋아라 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책을 좀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책 제목이 참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후불제 민주주의라...  

프롤로그에 책 제목을 지은 이유에 대해 나오는데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힘입어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했고, 이후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국의 영향을 받아 독립 3년만에 헌법이라는 것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수백년의 왕조시대를 지나 40여년간의 식민 통치가 끝나자 바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헌법 기반의 통치 시스템인 민주공화국이 뚝딱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이런 체제의 혁신은 각 개인들에게는 엄청난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일인데 말이죠... 

프랑스 혁명이나, 미국의 독립 전쟁, 노예 해방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단계적으로 국가 제도를 형성해간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가 얼마나 수월하게 국가 제도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개인은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 후불제 민주주의, 21page 

이후 우리 역사에 새로이 쓰여진 419혁명, 518 광주항쟁, 1987년 6월 항쟁과 같은 사건들은 공짜로 얻은 듯 보이는 민주공화국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후불'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쩌면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 - 촛불집회 등등 - 역시 아직 다 치르지 못한 비용을 납부하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쉽게 얻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고유의 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많은 사람들의 희생위에 어렵게 세워진 민주주의 - 결코 쉽게 얻었다고 하기엔 희생이 너무 많았던 - 라는 가치가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얻어졌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다시금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고 불공정하게 기회를 빼앗기는 사회가 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다시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까요? 

지난 2007년 12월, 2008년 4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경제적 부흥에 대한 기대'를 그 동안 누려왔던 자유, 평등, 인권이라는 너무도 익숙해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잠시 잊고 있어던 가치들과 맞바꾼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유시민 전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많은 활동을 했던 분입니다. 얼마 전 참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셨던 분이죠. 

책의 후반부에서는 참여정부에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소개가 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법안을 상정해서 통과시키는 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 열린우리당이 가진 정치사적 의미.... 

후불제 민주주의는 각 개인이 어떤 자세를 갖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던 없던 보편적 상식에 기초해 읽고 이해하기엔 참 좋은 정치 서적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등학교 교재로 쓰이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경제' 교과서보다 더 좋은 현대 정치학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에필로그에 나온 '시'를 소개합니다. 

   
 

선의 연대와 민주주의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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