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괜찮아, 먹고 싶은 건 매일 있으니까!"
사노 요코, 미사마 유키오 등 최고의 작가들이 사랑한 '소확행' 정신의 선구자,
모리 마리의 국내 첫 산문집.
모리 마리작가는 처음 접하는 작가님인데 거기에 에세이로 만나게 됐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사랑스럽고 귀엽고 맛있다..라는 느낌이 크다. 사랑듬뿍 받고 자란 아기자기한 아가시의 꿈 많고 행복 많은 글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초반 소개 부분은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한 작가의 일대기.
알고 보니 50근처의 작가님의 이야기였었다. 과거 자신의 이야기도 있었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남편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단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식 이야기다. 일본의 음식에 대해서 잘 몰라 처음엔 아리송하지만 일본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 나온다. 거기에 그날 그날 분위기와 그녀의 기분에 요리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처음엔 나도 먹고 싶다. 보고 싶다. 이 느낌이었는데 읽다 보면 그녀의 기본적인 성향이 이런 소소한 음식과 다양한 감정에 행복과 만족감을 많이 느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연역이 초반에 나온 것에 대한 이해가 읽다 보면 이해가 되는...
그만큼 이 책은 과거 앤의 성장과정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고 할까?
나는 이미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다. 여태 컷 마음이 어른스러워 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제 죽을 때까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기보다 언제까지나 나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인, 곤란한 인간인 것 같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말했듯 선종의 법력이 높은 스님을 찾아간다 해도 안 될 것 같다. 쓸 수 있는 약이 없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나 자신만 생각할 테지!
맞는 말 같으면서도 의외로 이 사회에는 어른스러움을 강조하는 게 많아서 작가의 분위기가 어린아이 같다가도 이렇게 살면 또 어때 하는 마음도 든다. 그야말로 소확행...
나 자신만을 생각하면 어찌하겠는가.. 이 또한 나의 삶의 행복이니..
현실을 생각하면 포기해야 하고 찌들어야 하고 힘들어야 하는 것이 지천에 널렸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렇게도 힐링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으로 그녀를 보고 있다면 반대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침대 위에서의 요리하는 부분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현실인데..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녀만의 행복은 언제 어디서든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분명 부정적인 생각도 가끔 침범할 수 있으니 주의하면서 그녀의 이야기에 빠지길 바라본다. ㅎ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와 나의 감성이 맞으면 참 재미나고 뿌듯함을 느낀다. 거기에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 마른 감성에 한줄기 물방이 와닿은 느낌이랄까... 그녀의 이야기 중 아버지가 등장하면 참 미묘한 감정이 든다.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아버지의 이야기. 알게 모르게 그녀의 삶의 아버지의 존재가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가끔 등장하는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어찌 그리 가슴 통증을 전해주는지... 나야 뭐 정반대의 아버지에게 커서 상상도 못한 아버지와의 에피소드임이 틀림없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이야기는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야기여서 인지 읽다 보면 진짜 이렇게 삶을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끼면서 읽었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아직도 이어지는 거라 생각이 든다.
새로운 작가님의 에세이를 만나 반갑고 오랜만에 만난 소녀감성과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를 본거 같아 재미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