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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1 - 김종광 장편소설
김종광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올해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기 전 조선통신사에 대한 기초지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위해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과거 선조들의 기록물들이 가치를 인정받아 축하할 일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 기록물들이 일본에 많이 있을 것 같은 예상이 들어 아쉬운 점도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아쉬운 점들을 뒤로하고
조선 후기 조선을 떠나 일본을 다녀온 공식적인 외교사절단으로 문화교류에 영향을 주었다는 조선통신사의 간략한 정보를 시작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 진입 장벽이 좀 높다.
이들을 이끌 책임자부터 밑으로 삼사, 제술관, 서기, 군관, 역관, 의원, 뱃사람 등등.. 이 많은 이들이 모아지기 위한 과정부터 해서 이분이 누구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주인공들의 이름과 함께 책을 보면서 여러 번 사전을 보고 또 보고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갔다고 할까..
이리 어렵게 초반 진입을 하는 도중에 과연 내가 이 오백 명의 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다행이 초반이 지나고 그들이 점차적으로 모이고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주인공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순항을 달듯이 빠르게 읽혀 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의 장벽만 이겨낸다 하면 이들의 재미난 여정들을 함께 할 수 있으니 나와 같은 한문 직역 등등이 어색한 초보자들에게 힘내라는 조언을 먼저 해두고 싶다.
초반 그들이 모이는 것부터 떠나고자 일어나는 여러 폐단들부터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모였으니 거기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 인생역전 등등.
말이 문화 교류 단이지 속 안의 대화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동네 남동생, 오빠, 삼촌, 아저씨들의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운 대화들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너희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도 가도록 하여라."
1763년, 왕명을 받잡고 조선의 5백 사내가 일본을 향해 떠났다.
온갖 오소리잡놈이 다 모였다!

계미사행단의 일정은 지도에 보여진 것처럼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각 고을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대마도로 대마도에서 본토로 뱃길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그런지 날씨와 여러 여건으로 인해 기다림의 연속인 여행길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 목마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선비들의 글씨들을 받아 가는 모습이 자주 볼 수 있었다.
" 조선 사람의 필적을 얻어서 간직해두면 많은 복리가 있다, 뭐 그런 믿음 같은 게 있답니다. 우리나라 부적과 같은 거겠죠. 고가에 거래도 된다고 하던데요. ..." 1권 p285
일본 어디를 가던 저들의 글씨를 얻기 위해 달라붙는 일본인들이 많기에 아마 유네스코 기록물들도 대부분 일본인들의 소장이 많은 듯한 씁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잡다한 사담을 나눈 필적도 가져가겠다고 챙기니...
이런 부분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지만 통신사 일행들은 일본에 가서 무언가를 얻어오고 배워오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부분도 기록에서 오는 시점의 차이이겠지만 일본 역시 당시에는 많은 무역을 하는 곳이었기에 전 세계의 기록물들이 모인다는 종놈의 일기를 보면 일본에 가서 그런 부분을 깨닫지 못하고 온 부분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는 하다. 종들도 눈대중으로 아는데 선비들의 시선에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너무 한쪽으로 만 대쪽같은 선비들의 여행이었나 싶은 아쉬움마저 들기는 하지만 당시 선조들의 생각에 일본을 낮게 보는 성향이 강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호에 머무는 통신사는, 사사건건 무식하고 해괴한 오랑캐 놈들이라 깔보려고 애썼다. 한데 어쩐지 오랑캐 놈들의 격물과 문화가 더 발전되고 불 만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2권 p138
한데 또 계속 읽다 보면 통신사의 개개인에 얽힌 이해관계를 뒤로하고 너무 순진하게 일본을 방문한 느낌도 든다. 일본인들에게 받은 물건들을 다시 일본인에게 하사하고 이득이라는 것을 취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일본이 막대한 돈을 들여 그들을 대접했다고 하지만 그만큼 다시 받아 내는 것도 많을 듯해 보여서 조선인들은 정말 여행의 목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달까.. ( 긴 일본 체류 기간의 아쉬움마저 든다. )
그럼에도 그런 조선인들에게 접근해서 염탐하듯이 인삼 재배법이라든지 산 높이 추정법이라든지 사상의학에 관한 의료기술을 배우고자 접근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실 이득은 일본이었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들의 험난한 여정은 강호에 도착해 모든 일정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또 다른 긴 여정이 시작이 된다. 가는 도중에는 기대감이 부풀고 기다림에 지쳤다고 한다면 집으로 가는 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초초함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오는 도중에 일어난 사건 사고가 가는 중에도 없지 않기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으로 의도하지 않게 일본에 더 머무르게 된다. 오는 도중에도 사고로 앓다 죽은 이도 있었지만 일본인에 의한 피살 살인은 또 다른 외교 문제를 일으키기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범인을 잡아서 다행히지 범인도 못 잡았으면 어쩔 뻔했을 것인가.?
하지만 그 후 일본인들이 벌이는 사건의 해결이 각자의 언어 장벽으로 인해 오해와 불신만 심어주게 되면서 가는 길 내내 편치 않은 그들을 볼 수가 있었다. 과연 사건의 진짜 주범도 그였는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오랜 기간 함께한 그들이기에 각자의 불만과 이해관계를 두고 따지다 보니 결국엔 아쉬운 마무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통신사 여정 중 생각지 못한 큰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가고픈 조선이 바로 앞인데도 가지 못한 날씨의 여건까지 더해져 마지막까지 고민에 고민을 하는 책임자 조엄의 고민이 후반에 가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초반에도 서얼 출신의 사문사를 달래고 무리를 이끌더니 가는 길 내내 조선인들이 이야기와 대마도주의 이야기 사이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조엄의 고민이 계속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할까.
사또께선 고생만 죽도록 하고 모든 책임을 떠안고 좌천당하실 겁니다. .....
그래서 이놈의 통신사 주장 자리를 아무도 안 맡으려고 하는 겁니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조금만 잘못되면 혼자 다 책임져야 하니까. 2권 p267
몇 년 전 세월호 사고가 눈에 아른거리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이들의 책임자 자리가 어려우면서도 많은 이들의 목숨을 쥐고 있으니 조엄이 그 기간 얼마나 고생했을지... 오백인들의 험난한 여정에 고생을 안한 이가 없을까 싶지만 이들의 여정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안전하게 다시 조선으로 올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조엄의 판단이었기에... 칭찬을 해주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결국은 돌아오는 도중 일어난 피살 사건의 책임으로 삭탈관직 당했으니.. 마지막까지 그의 노고를 취하지 못해 독자로서 안타까웠다. 그가 후에 어떤 이가 되었던지..
"왕후장상과 영웅호걸이 나오지 않는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 글에서는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주인공은 없다. 그렇다고 끝까지 선하고 정의로운 주인공도 없고 흔한 조선인들의 양반들과 그를 따르는 종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상하관계를 떠나 각자의 삶을 바탕으로 일본에 가서 자신의 능력을 그들 사이에서 조그마한 사회처럼 보여주었기에 어느 편에서는 다른 이가 주인공이 되고 어느 편에서는 통신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초반의 어려운 직역들만 이겨낸다고 하면 친근한 말투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들기 가득 담긴 우리 조선인들의 이야기였다고 할까..
읽는 내내 대략적 문화 교류단이라 알고 있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기록물들은 찾고 한편의 기행문처럼 이야기를 쓰신 작가님이 대단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입장에서 지필 한 글이었을 수도 있고 객관적이었을 수도 있었을 내용들을 재미난 대화와 이야기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세에 어떤 사람이 말이야, 우리가 쓴 일기를 가지고 고증을 한다고 해보세. 내 일기를 보면 퍽 어지럽지 않겠나.?"
"고증을 위해 일기를 남기시려는 겁니까?"
"아니야, 아니야, 그저 의무감이야. 기록을 남겨놔야만 할 것 같아."
"어쭙짢은 소견으로는, 어떤 기록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물며 사신이 남긴 기록은 각별한 가치로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자네가 듣기 좋은 말도 참 잘한다니까. 나를 이나마 건강하게 해 준 건 뜸이나 약재가 아니라 자네가 읽기 좋게 잘 써준 일기와 듣기 좋게 해준 말인지 모르겠어." -1권 p180 대화중.
거기에 일기와 기록에 대한 소중함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