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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줌 오 줌 ㅣ 나의 학급문고 5
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 / 재미마주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선생님이 결근하신 날의 풍경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동화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 주변의 가장 흔하고 편한 것을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결근하시던 날 생각이 나서 웃음이 머금어 지더군요. 유난히 선생님이 늦게 까지 오지 않던 날,옆반선생님께서 오셔서 말씀하셨죠.
“이 놈들아. 니네들이 하도 떠들고 속을 썪여서 선생님이 병이 나셨단다.” 한때는 심각하게 선생님의 병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부분은 선생님의 출장이 그 원인이었지요. 그렇지만 옆반 선생님들은 담임없는 아이들의 통제수단으로 우리에게 그 핑계를 대셨지요.
우리들은 약간의 충격으로 조용해졌지만 이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엉망으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었습니다. 조용히 하라며 탁자를 쳐대던 지도위원의 모습을 뒤로 하고 어떤 아이는 복도에서 원껏 뛰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바라던 친구와 짝이 되어 자리를 바꾸어 앉기도 하고 ,쪽지도 주고 받고,떠드는 친구 이름을 고자질 용으로 적기도 하고......
이제 그 때 입장과는 정반대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내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교사인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옆반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아이들 자습용으로 <공명선거를 위한 글짓기>잘 쓴 사람은 상 줌 이라고 쓰시고 나가는 모습에서 교실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것 같아 속으로 뜨끔하며 반성하기도 했구요.
좋은 글을 쓰시는 김영주 선생님이 2000년 참교육 문학상 동화부분 입상작을 책으로 엮은 작품입니다. 아이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을 하나의 동화작품으로 완성해낸 솜씨가 놀랍습니다. 마지막 “상 줌”이라는 글씨를 고치며 일어나는 재미있는 반전에는 모두가 미소지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