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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추 작은고추 ㅣ 비룡소 걸작선 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수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17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며 교실에서 접했던 어린이들의 생명력을 작품세계로 표출하며 일본에서는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하이타니겐지로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아이들의 생활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끌어온 재주가 대단합니다. 표제가 된 큰고추 작은 고추외에도 3편의 작품이 함께 하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 중 ‘로쿠베기다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덩이에 빠진 강아지 로쿠베를 구하기 위해 모여든 일학년짜리 동네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로쿠베를 구해내기 위한 노력은 가히 눈물겨운 것입니다. 로쿠베가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주고,비누방울도 불어주고 어른들에게 부탁도 해 보지만 다 허사입니다.결국 아이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로쿠베의 여자친구 강아지 쿠키를 바구니에 태워 구덩이로 내려보내 바구니에 함께 타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 결국 아이들은 바구니에 로쿠베를 태워 올라오는 데 성공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아이들의 말을 아무렇게나 무시해 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길을 지나가는 어른에게 구덩이에 빠진 로쿠베를 구해달라는 말을 했더니 구덩이를 쳐다보고 개라서 다행이다. 사람이면 큰일날뻔했구나.라고 말을 하고 구해줄줄 알았더니 그냥 그렇게 가버리더라.” 하는 부분에서는 참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것들을 우리들은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 외에도 ‘큰고추’ ‘큰고추 작은고추’ ‘왈가닥 나나 울보 순스케’ 등의 작품 모두 아이들의 작은 일상에서 끌어낸 작가의 섬세한 마음씀씀이가 돋보이는 수작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