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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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 사람이 죽은 뒤 집 청소를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여러 이유로 미완 상태로 끝맺었지만.

김영사에서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쓰다만 소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표현하기가 좀 그렇지만 이유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당시 생소한 그 직업을 조사하는 일이 쉽지 않아 애먹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어쨌든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흥미를 느꼈는데, 운 좋게 서평단이 되어 읽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말한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끊임없이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은 자의 흔적을 지우며, 자신은 왜 살고 있고 우리는 왜 살고 싶고 죽고 싶어 하는지 자문한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는다. 길다면 길고 짧은 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답은 많지 않으니.

답은 얻을 수 없어도, 스스로 자문하는 저자를 보며 나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는 있었다. ​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바로 등 뒤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당장 10분 뒤에 나는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 사실을 잊고 달리다 보면 내 삶의 가치도 잊게 된다. 나는 왜 살고,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떻게 살고자 했는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잊고 있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읽고 남는 것이 있는가? 인데 이 책은 읽고 남는 게 많았다. 타인의 죽음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 참 몹쓸 짓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것 아닌가. 

읽고 배우는 것이 있는 책은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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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문지 스펙트럼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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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을 읽는 것"

다들 중요하다고,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왜 중요하고 왜 읽어야 할까?

옛날 사람도 현재의 우리처럼 많이 고민하며 살아갔다.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닥친 절망 앞에서 죽음을 택할지 살아갈지.

옛날 사람 역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고, 우리는 여전히 그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고전이 중요하다고, 살아가며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이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고민했던 문제는 여전히 우리도 하는 고민이며,

그들이 생각 끝에 낸 나름의 결론을 참고할 수 있으며,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

삶에 대한 고민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도 있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 생각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던져주기도 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고전 문학·사상서를 책으로 묶어 출간했다.

'문지 스펙트럼' 두 번째 시리즈가 그것이다.

오늘 내가 읽어볼 책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모자>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오스트리아 작가로,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질병, 혼란, 고독, 파멸, 죽음, 정신착란 등 어둡고 우울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비춘 주제를 다룬다.


문지 스펙트럼으로 묶여 나온 <모자>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목차는 참고를 위해 아래 적어두겠다.

두 명의 교사/모자/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야우레크/프랑스 대사관 문정관/

인스부르크 상인 아들의 범죄/목수/슈틸프스의 미들랜드/비옷/오르틀러에서―고마고이에서 온 소식

그중 몇 편을 꼽아 소개해볼까 한다.


불면증을 겪는 새로 온 교사와 오랜 시간 학교에 다닌 교사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소설 <두 명의 교사>

- 5장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불면증을 겪던 교사가 죽인 동물이 무엇이었는지, 그는 어떻게 미쳐갔는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거 산림학자였지 정신착란과 두통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형의 집에 머무는 주인공.

어느 날 주운 모자의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그의 이야기가 담긴 표제작, <모자>

- 삶의 희망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인간. 주운 모자 하나에 어쩔 줄 모르는 화자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문을 쓰던 화자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극장으로 간다. 근처를 배회하던 그는 시간을 묻는 중년 남자와 함께 걷게 된다.

이윽고 그는 중년 남자가 여자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

기묘한 동행, 중년은 묻는다. 저 극장에서 상영하는 연극이 희극이오, 비극이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왜 여성의 복식을 하고 걷던 걸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 독서 후 한 마디

단편집을 읽는 동안 인간의 어두운 면에 몰두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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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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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여자>의 저자 줄리엔 반 룬은 누구를 여성 철학자로 정의할 수 있는지, 철학이란 무엇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소설가, 교수, 역사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일상에서 하는 생각과 그들이 가진 철학적 사유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총 6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놀이|일|두려움|경이|우정 이 그것이다.

기존 철학서는 철학자가 펼친 사상과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을 이해하고 배운다.

그러나 <생각하는 여자>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글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어떤 개념을 알려주거나,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기존 서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낯선 이 방식은 책을 읽으며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나눈 대화,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 인터뷰이의 일화 등이 뒤섞여 집중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사실, 간통에 대해 다루는 <사랑> 챕터에서는 공감이나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챕터는 <일>에 대해 다루는 챕터였다. 이 챕터는 "어떻게 스스로를 팔지 않고 일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보수적인 철학계에서 여성 교수로 '살아남은' 낸시 홈스트랭과의 대화에서 여성과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자본주의가 여성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사회체제인가? 라는 물음은 나에게도 큰 질문이 되어 다가왔다. 한 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직위의 한계,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등… .

이 챕터를 읽으며, 여성의 경력단절과 자본주의에서 여성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상 생활과 결코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없는 철학. <생각하는 여자>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 "일상"과 "철학"을 솜씨 좋게 연결한다.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상황, 환경, 대화에서 생각의 소재를 포착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확장시켜 이야기 하는 여성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자극이 되는 것을 느꼈다.

여성의 사유도 철학적 사유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때론 무언가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얻을 수 있고, 위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너무나 젊고, 생각의 길이가 짧아 <생각하는 여자>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성의 한계와 여성이 가져야 할 자세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비슷한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다시 꺼내보면 어떨까. 그때는 좀 더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깊은 이해를 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생각하는 여자>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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