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츠요.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된 서점>

일본에 유서 깊은 헌책방이 많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이제 헌책방보다는 중고서점이 더 많아지고 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의 차이는 명백하다.

예전에는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제 중고서점은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예스24 중고서점처럼 대형서점이 지역마다 세우는 깔끔한 현대식 책방을 이르는 말로 변했다. 취급하는 책들도 대부분 깨끗한 책들 중심, 유명한 책들 중심으로 다시 읽는 책으로써의 기능을 위한 서점이다.

이에 반해 헌책방이라고 하면 조금은 더 시대가 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중고서점에서 취급하는 책들을 거의 다 취급한다. 그래서 그런 책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운영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중고서점에서는 2000년대 이전 책은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헌책방은 1990년대 책은 물론이고 1970년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로 쓰인 책들도 많고, 심지어는 고서점처럼 아주아주 오래된 책들을 취급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처럼, 헌책 시장이 없다. 헌책방이 있긴 하지만, 헌책을 사고 팔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가령 절판된 책이나 초판본, 사인본 같은 책들이 별도의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며 찾아다니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은 노란 책 표지에 헌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래, 이 느낌이야. 딱 그 느낌이 온다.


게다가 뒷표지에는 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김연수”가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어 놓아 뭔가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에 덥석 붙잡은 책이었다.


한국에 얼마 전 소개된 책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1년 동안 일본 헌책방을 순례하며 집필한 이 책은 딱 일본스러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식의 기획을 할 것 같지 않은, 솔직히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냈다면 결코 책이 팔릴 것 같지 않은(그러나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실제 판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너무 개인적이며 사설이 많은, 아니 어쩌면 사설 중심의 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사실은 한숨이 조금 나왔다. 내가 기대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책이었다. 다만 앞부분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처럼, 한국에는 어쨌든 이런 헌책방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일본에는 아직 이런 책방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샘이 났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맨 뒤에 “헌책방 일람”이라는 부록을 붙여 놨는데, 그 사이에 벌써 폐점해서 사라진 서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네 군데나 폐점되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서 헌책방을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개한 듯 보였다.

또 다른 일본 작가가 헌책방 순례를 하고 내부를 스케치하여 책으로 펴낸 걸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책이 훨씬 알찼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 이 많은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들고 부러웠던 책이었다. 한국의 헌책방은 부활할 수 있을까?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24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