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으로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책에다
무얼 담을 수 있을까
어차피 담을 시는 정해져 있는데
그렇게 흔들린다,는 내게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다가왔다
도대체, 시 하나로 책을 만든다는 게
시 하나로 독자와 만난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러면서
책을 만지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오른쪽으로 불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색이라고 해야할까
녹색과 푸른색이 섞인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켜
불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는
한 그루 나무는
흔들리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바람이 거센지
나무 이파리들은 온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시 한 줄이 나오기 전까지
책은 나무를 숲을 바람을
어둠속, 아직 시간을 잉태하기 전 시간으로
깊게 채색했다
바람은 불었으나
흔들림은 없었다
책 한쪽면을 가득 채운 푸른 나무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 것을 알 수 있었따.
큰 나무였다
그 무성했던
단단한 몸통을 가졌던 나무가
바람에
온통 바람에
이파리 몇 개 남긴
쓸쓸한 나무가 되고 말았다
“너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시를 읽으며
그림을 보며
이제야 “흔들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다
내가 그렇게 흔들렸던 것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기 위해
온 몸통으로 흔들렸었다는 것을
이파리 하나
가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그렇게 이를 부들부들 떨며
온몸으로 흔들렸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책
천천히 천천히
흔들리며 읽는 책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