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군함도 세트 - 전2권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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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일상의 평화로움 속에 숨어있는 민족적 폭력의 진실>



영화를 한다는 정보를 알기 전, 한수산 작가의 책이 있다는 정보를 알기 전에는 하지마섬 일명 군함도라는 곳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을 떠올려보니, 나카사키 항구로부터 19km 떨어진 타카시마 해저탄광 섬, 그곳에서 다시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하시마 섬이 세계문화유산인 유네스코로 등재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무고한 징용자들이 희생을 당한 곳이기에 반대를 했지만 유네스코는 일본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했다.



 무한도전 하하팀이 2015년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하지마 섬을 찾았다. 이때 서경덕 교수는 유네스코 등재를 막기 위해 21개국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들에게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각국 언어로 제작하여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zuwWncDoxAM)

 

한수산 작가는 1989년 일본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만난 뒤 원폭 피해자들과 군함도에서 일어난 가혹한 조선인 노동자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1993년 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하였으나 완료를 못하고 실패하고, 2003년 다시 <까마귀>라는 제목으로 5권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이 책 역시 스스로 보기에 빙산의 일각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쓰기 시작하여 2016년 지금의 두 권짜리 책으로 만들어냈다.


 한수산 작가는 한국의 원로 작가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90년대 초반에 고려원의 <성이여 계절이여>, 삼진기획의 <바다로 간 목마>를 읽은 것도 같다. 그는 오래된 작가였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의 기둥이 되어 주었지만 큰 빛을 받지는 못한 작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군함도가 세상에 나오지 전까지는.



 

어느새 72세의 고령 할아버지가 된 그가, 여전히 생생한 필력으로 군함도 2권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가 작가에게 안겨준 마지막 숙제라는 부담감, 책임감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광복을 맞이한 바로 그 다음해에 태어난 광복둥이다. 그가 태어난 그 시기, 역사는 혼란 속에 놓여 있었다. 그는 알지 못했지만 그가 태어나기 1년 전에 하지마섬에서는 책에서 신형폭탄이라고 언급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하지마 섬을 찾았고, “배가 고파요라고 탄광벽에 쓰여진 사진을 보았다. 사람들은 배가 고팠고 허기를 달래려 깻묵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는 책중 성식이로 나오는 사람의 실제 모델인 원폭 피해자 서정우 선생을 만났다. 서정우 선생은 열다섯 살에 끌려가 광부생활을 했다. 작가는 일본에 대한 민족적인 감정보다도 그렇게 무자비하게 어린 소년의 한 인생을 무너뜨리고 궤멸시킨 행위에 대한 거룩한 분노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았고, 피폭 희생자, 하지마섬 탄광노동자들을 만나고, 섬을 둘러보며 발품을 팔았다.

 

알려진 것처럼, 황정민과 송중기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군함도영화가 대히트를 치고 있지만, 이 책은 영화의 원작도 아니고 영화의 내용과도 많이 다르다. 나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고 예고편만 보았지만,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영화의 스펙터클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 책 이야기는 조금 싱겁고 밋밋할 수 있겠다.

 

<군함도>는 친일파 자녀였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군함도로 징용되어 끌려가는, 자신의 이데올로기는 친일이 아닌, 갓 결혼하여 아내(서형)가 임신한 상태의 남편인 지성의 이야기로 실타래를 푼다. 일본은 그만큼 패전 앞에 물불 가리지 않았고, 조선 땅에 남아 있던 남자들은 모조리 끌어모아 군수장비 만드는 곳에 보냈다.

 

군함도 희생자들은 어찌보면 우리의 위안부 할머니와 비슷하다. 그들은 끌려왔다. 그곳에서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지하에서 죽어나가면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섬을 탈출할 수도 없었다. 익히 예상하는 것처럼 탈출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책속의 주인공들은 노동파업을 일으키기도 하고, 탈출에 실패하여 죽기도 하고, 탈출에 성공하기도 하고(지성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일본 미쯔비시중공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 다른 탈출 성공자 우석 역시, 다른 곳에서 터널 공사를 하게 된다.)

 

그러니까 하지마섬을 탈출해도 그들은 살기 위해 결국, 일본의 노동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은 그들 모두가 19458, 미국의 집요한 공격과 최후 원자폭탄 앞에서 모두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았다. 원자폭탄은 동경과 나가사끼에 떨어졌다. 하지마섬에 있던 대부분의 조선인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원자폭탄의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마섬을 탈출했지만 여전히 그 근방에 있었던 모든 조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조선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마섬이 유네스코 지정을 받게 된 것은,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의 과거에, 그리고 크기도 작은 그 조그만 섬에 고층 아파트, 학교, 상가, 목욕탕 그리고 유곽까지 갖추어 완벽한 도시가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군함도의 아픔은 그래서 더 크다. 탄광만 벗어나면 그곳은 완벽한 생활이 가능했다. 그곳에는 일본인 노동자, 조선인 노동자, 그리고 조선인 징용자의 세 그룹이 혼재했다. 월급을 받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하면서 탄광일을 했다. 그러나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막사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끊임없는 박해와 매질과 폭력이 있었다.



 

군함도 1과 군함도 2의 표지는 군함도 위를 날아다니는 것이 새냐, 비행기냐의 차이가 있다. 자유를 잃어버린 섬



군함도는 일본이 유네스코 지정을 받으면서 최근 관광지로 바꾸고 있다. 자신들이 원폭 피해자인 양 세상을 향해 거짓 눈물을 뿌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선인들을. 우리의 선조들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잊지 않기 위해. 27년 만에 세 번에 걸쳐 결국 이 책을 완간한 한수산 할아버지 작가에게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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