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후기> 방민호 교수의 서울문학기행

 

들어갈 땐 통상적인 문학 기행문이겠거니 하고 무심히, 버스 타고 서울을 지나는 것처럼, , 저기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 정도의 호기심 수준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이건 각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적인 논문이나 저널로 발표해도 충분한, 아니 그 이상의 깊이와 넓이가 있는 매우 감동 깊은 내용이 가득 있었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이자 교과서 집필저자이기도 한 방민호 작가의 서울문학기행책은 서울이라는 지리적 탈을 스케치로 배경을 그리고 그 위에 3D로 작가의 개인적이고도 숨겨진 이력과, 개인적 삶의 궤적으로 인해 탄생한 문학 작품에 대한 분석과, 그러한 분석이 지리적인 요소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자신만의 어조로 결코 대중이 어렵지 않게, 그러나 문학적이면서도 고고학적인 탐구까지 모조리 밝혀 프린트 한, 뛰어난, 매우 좋은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작품이다.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의욕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살라 넣은 하나의 작품이다.

문학이라는 틀을 이용하여 3D로 작품을 출력한 고차원의 작품이다.

 

청년 시절, 김수영 작가의 시를 몽땅 모아 간직하면서 읽어보고, 그에 대한 생활도 탐구해봤었기에 이번 책에 실린 각 작가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고학적 탐색에 대한 그의 노력은 백 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고, 또 다른 문학평론으로의 디딤돌로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 책을 위해 박완서 작가를 만나고, 손창섭 작가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지는 않았겠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하나둘 모여 이 책이 완성되었기에 서울에서 터를 잡고 문학활동을 한 대한민국의 선배 작가 10명에 대한 이야기는 숭늉처럼 구수했다.

 

방민호 교수는 우리들이 학교 수업 수준에서 머물렀던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미처 몰랐던 그들의 사생활, 역사적 배경, 지리적 배경을 축으로 삼아 움직였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탐색하고, 이러한 관계를 각 작품의 내용과 일일이 비교해가며 유추하고 증명함으로써,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행문이라고 적었지만 사실은 문학탐구 책이다. 서울이라는 지리적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에 불과하다. 이상과 윤동주, 이광수까지는 익히 너무 잘 알려진 작가라 조금은 밋밋한 부분도 있었지만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한 궤적 탐구에 들어가면서부터 그의 문학론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던 임화 시인의 이야기며, 박인환과 김수영의 관계, 육이오 전쟁으로 인해 생사가 왔다갔다 했던 김수영의 험난한 사상 충돌이 가져온 그의 작품들, 일본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은둔 작가 손창섭의 파격적인 작품들 그리고 박완서의 전쟁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배경이 되어준 서울역과 일본이 만든 미쓰코시 백화점과 미군의 PX 변신까지. 한 권의 책에서 담아내는 이야기의 깊이는 끝이 없다. 그가 풀어낸 모든 작품을 모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욕망과 책임에 사로잡힌다.


기행문을 읽고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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