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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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24] 법은 공정한가, 멈출 수 없는 몰입도 <집행관들>

 

법치가 무너진 사회.

그들이 직접 심판하기 시작했다.

 

신간 중에서 워낙 좋은 소문이 많았던 책.

기회가 닿아 책을 구할 수 있었고, 책을 잡자 손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루에 여섯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을 이틀만에 독파할 수 있었다. 그만큼 흡입력이 좋았다.

 

한국 땅에서 온갖 비리와 불법을 저지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갑 중의 갑.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대단한 인맥을 가지고 있어서 법이 무서워 벌벌 떨었다.

 

아직 친일파 후손들이 여전히 떵떵거리며 부와 권력을 챙겨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마치 독립투사들의 자손은 독립운동을 위해 전 재산을 헌납하고 그들의 후손은 이름도 삼켜진 채 가난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이땅은 여전히 불공평했다. 21세기 수많은 경찰과 검찰과 정부가 사법부의 칼날을 쥐고 있어도 부자와 권력자는 불법이어도 당당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스스로 심판관이자 증언자이자 법 집행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들의 활극을 소설로 만나는 공간이다. 치밀한 자료 수집으로 그들의 불법을 밝혀내고, 법으로 다스리지 못한 법 조항을 가지고 직접 응징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불공평한 법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불신의 화살을 정의 실현으로 보상하려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

(141)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에게는 죽음의 집행이 내려졌고, 사람들은 법이 집행하지 못한 정의의 실현이라며 오히려 집행관들을 영웅시하게 된다.

 

검찰은 발칵 뒤집히고, 수사본부는 확대되고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연이은 살인 사건, 발톱이 하나씩 뽑혀있는 사건 현장, 시체에 쓰여있는 의문의 숫자들.

이들은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아주일보에 정의 사회 구현을 외치며 칼럼을 연재하던 역사학자 최주호 교수는 기억에도 없던 동기 허동식의 전화를 받고, 최후 생존 친일파 노창룡에 대한 자료를 구해주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집행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글의 힘에서 칼의 힘으로 옮겨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지 주저하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분노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하지만 방법이 틀렸어. 다른 방법도 많잖아.”

이게 가장 확실해.”

(161)

 

하지만 아무리 흉악하고 악질의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들의 죄를 정당한 법 울타리 밖에서 직접 응징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을까. 그들의 행위는 또다른 범죄행위는 아닐까. 그리고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이 세상이 달라지기나 할까. 집행관은 말한다.

 

그들 몇 명을 없앤다고 해서 세상이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저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될 쓰레기를 청소하고 싶은 것뿐이지.”

…….”

누구나 하나쯤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174)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크게 힘을 준 명제가 공정이었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공정은 우리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불의한 자를 직접 심판하는 것이 정당할 수는 없다.

그것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검사와 집행관의 쫓고 쫓기는 두뇌싸움과 추격신도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페이저 터너다. 여름에 출간되었다면 더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주었을 것이다.

그들의 다시 일어설 것인가? 2편이 기대되는 책이다.

 

 

(선한리뷰)

책은 이틀만에 순삭하며 읽었지만, 사회파 미스터리답게 가슴에 묵직한 돌 하나를 매달아준다. 바로 내가 발 딛고 사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가진 자가 법 위에 있음을 안다.

책 속 주인공처럼 글로 울분을 토해낼 수도 있지만, 집행관들처럼 대신 응징할 수는 없다. 우리는 최소한 법의 심판대에서 최대한 공정하게 그들이 심판을 받기를 기대할 뿐이다.

 

오늘 읽은 다른 책에 나온 글이 떠오른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해 줄 것인가?

그러나 내가 나 자신만을 위한다면, 나는 누구인가? (현자, 힐렐의 말)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곳이다.

내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나를 조금 양보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괴물이 아니다.

 

나는, 나를 심판하자.

너만을 위한 하루를 살았느냐!!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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