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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수업 -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04] 1인 출판사 수업
저자 : 최수진
출판사 : 세나북스
발행일 : 2019년 12월1일 초판 1쇄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는 가능한 걸까?
프리랜서가 가지는 자유로움은 재정 불안정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와 1인 기업 대표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모든 직종, 모든 사업은 개별적이고 상대적인 특성을 가지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 선구자로 비쳐지는 사업 선배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만큼 인생후배, 사업후배에게 유혹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사업을 꾸려나가는 대표의 성격이 쾌활한가, 조용한가, 사교적인가 하는 부분에서부터, 경영을 방만하게 꾸리는지, 알뜰하게 영수증 하나 챙기면서 사업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은 개인의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초기에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이것 말고 또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는지 등 실제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소한 것 하나부터 굵직한 문제들까지 모두 안개와 같아서 새로 그 길을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주저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지름길을 안내해주는 지도가 되기도 하고, 표준 지침이 되기도 하며, 똑같이 따라 해도 어느 정도 실패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이 되기도 한다.
지긋지긋한 회사라는 곳에서 탈출하여 자신만의 사업체를 꾸리거나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예비 프리랜서, 지금은 직장에 얽매여 상사가 시키는 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기필코 독립하고 말리라, 이를 갈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아직도 꿈속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독자가 꿈꾸고 있는 꿈의 프리랜서 선배가 5년간의 경험을 직접 밝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설령 프리랜서의 좋은 점만 가득 풀어 놓았다 해도 우리는 이 책을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가보지 못한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의 소중한 체험담이므로.
이 책은 세나북스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리고, 5년 동안 전자책을 포함하여 거의 50권에 달하는 책을 출판해 내고 생존함으로써 1인 출판사의 성공신화를 이끈 최수진 세나북스 대표의 세나북스 생존기가 담긴 책이다.
나 역시 저자와 같이 자신의 글을 출판해줄 곳을 찾지 못해 스스로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다. 동화를 출판하기 위해 ‘행복한풀잎’이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전자책 두어 권을 출판했었다. 그러나 저자처럼 끈기를 가지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기존 직장을 버리고 1인 출판사에 인생을 걸고 독립에 성공한 것에 반해 나는 결국 출판사를 폐업 처리하고 말았다.
저자는 지금도 1인 출판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두 손 들어 말린다고 한다. 그녀는 이전에 출판사라는 곳에 1도 근무한 적이 없었다. 출판의 경험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1인 출판사의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이런 책을 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들어가며’에 이런 고백이 나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인 출판사 운영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편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8년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해지한 개인연금은 사업에 다 투자했습니다. 이런 힘든 상태는 2017년 중반까지 계속되었습니다. (4쪽)
그러니까 저자는 2015년 자신의 첫 책을 출판한 뒤 2017년까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개인의 자산을 계속 투자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최소 2년간 들어오는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대체방안이 없다면 쉽사리 이 길로 들어설 수 없음을 암묵적으로 알 수 있다.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배우자의 월급이든, 적금이든, 퇴직금이든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자금이나 생활력이 있어야 사업은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가 왜 두 손 두 발 다 들어 말리는지, 1인 출판사 99%는 망한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들어가며’의 소제목을 ‘1인 출판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적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1인 출판사 일은 매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리랜서가 가지는 장점을 모두 충족시킬 수가 있었다. 일과 가정이 혼돈해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녀들에 대한 시간을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남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가 이제는 실패하지 말고 성공하는 1인 출판사를 돕기 위해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새로 출발하는 사람들의 앞길을 비추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바라면서.
주변에서 1인 출판사를 한다고 하면 일단 말립니다. 그 이유는 준비 없이 시작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다 쓰고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7쪽)
1인 출판사, 프리랜서의 장점은 무엇일까, 저자가 직접 경험한 장점들을 손꼽아 보자.
1. 일과 삶의 경계가 없이 혼연일체되는 생활이 가능하다.
2.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아이들 키우기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3. 취미와 일의 경계도 없다.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일 때문이지만 날마다 서점에 갈 수 있다.
4. 끊임없이 도전할 일이 있다. 모든 업무를 혼자 다 처리해야 하므로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도전할 것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5. 글을 쓰고 작가님들 만나는 일이 일상이다. 그녀는 이 일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작가들과 만나면 책 이야기, 출판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도 읽었던 책이지만, 그녀가 세스 고딘의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따온 이야기는 너무나 내 아픈 곳을 건드렸다. 아, 아킬레스 건이여.
“당신이 지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은 당신 자신의 것이 아니다.” (18쪽)
책이 인쇄되어 처음 만나는 날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을 품고 잠시 눈을 감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런 일이 가능한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19쪽)
저자의 행복과 기쁨에 나도 도취된다. 미칠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아직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을. 이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나에게 다시 워워~ 하며 꿈 깨라는 신호를 보낸다. 너 그거 진짜 욕망이야? 하고 물어본다. 저자는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을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가짜 욕망과 진짜 욕망을 구분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정말 출판을 하고 싶은 걸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자꾸만 적어야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오늘의 나는 어떤 일을 했고 뭐가 되고 싶은지, 앞에서 언급한 일기나 메모가 나의 진짜 욕망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8쪽)
매우 작은 판형에 (세나북스의 책은 모두 매우 작고 얇다.) 얇아서 어디서나 쉽게 펼칠 수 있는 책이 세나북스의 책이다. 굳이 300쪽의 두꺼운 책을 만들 필요는 없다. 쉽고 들고 다닐 수 있는 세나북스의 작은 책이 오히려 좋다. 아마추어 냄새가 약간 나지만 표지도 단순하고 글도 순수하다.
앞서 출판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책에서는 프리랜서 번역가의 힘든 점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요인, 그리고 구체적인 준비사항이 많이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은 제목만 훑어보아도 1인 출판사에 대한 깨알 같은 팁들이 가득한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작고 얇다고 얕보지 말라는 말이다.

140쪽에 불과하지만 11,000원이라는 책값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작은 책방을 꿈꾸는 사람, 1인 출판사를 꿈꾸는 사람,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선한리뷰]
99%는 망한다. 알고 시작하라.
회사 다니면서 꾸준히 준비하라.
길게 준비하는 만큼 성공에 도달하는 시간도 짧아질 것이다.
당신의 진짜 욕망을 확인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