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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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변호사 최유나의 우리 이만 헤어져요



 

그녀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분야 등록증을 받은 이혼전문그리고 가사법전문변호사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그녀는 이 타이틀을 얻기까지 꽤 고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

매우 위험한 제목이다. 이 대화를 하는 사람이 그냥 연인 사이가 아니라 부부라면 말이다. 부부 사이라면 홧김에 결코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 말은 이제 진짜 당신과 사는 것이 힘들다. 이혼하자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처럼,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것처럼, 부부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한 마디 말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모임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올해 초에 결혼한 남자 직원이 아직 미혼인 다른 직원에게 절대로 결혼하지 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직 1년도 안 지난 신혼이면 깨가 쏟아져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우수수 떨어질 때인데, 벌써 결혼반대론자로 돌아서다니. 그에게 신혼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나라는 명절이 끝난 뒤 유난히 이혼 상담이 많다고 했다. 명절 뒤 이혼소송이 많다는 말은 그저 지나가는 우스개 소리처럼, 카더라 통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회사 직원도 얼마 전 추석 명절을 치르고 난 뒤 두 사람만의 결혼이 아니라 두 가족간의 결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것처럼 보였다.

 

20198월에 초판 1쇄를 찍은 뒤 20일 만에 3쇄를 찍은 이 책은 이미 인터넷에서 메리지 레드(marriage red)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공감웹툰으로 16만 명의 독자를 가지고 있던 어마무시한 책이었다. 절반은 김현원 그림의 웹툰으로 절반은 최변호사의 에세이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세상 상황이 주는 안타까움과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슬프지만 희망을 보게 하는 책으로 탄생하였다. 친구 결혼식에 화환을 보냈더니 이혼전문 변호사타이틀이 리본에 커다랗게 박힌 꽃이 배달되어 친구의 결혼식을 망쳤다거나, 결혼도 안 해본 변호사가 어떻게 이혼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변호를 할 수 있냐며 타박을 들은 이야기들은 약방에 감초처럼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녀는 상담하기를 좋아해 변호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오래 전 일이지만, 2년 가량 가정상담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참 많은 상담을 했는데 오전에 한 건, 오후에 두 건 상담을 하고 나면 온 몸에 진이 다 빠져버려 개인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상담은 그만큼 영적인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다. 책에서 저자가 밝히기도 했지만, 이혼 하기 전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이 있을 때 가보라고 조언하는 그 상담소였다. 외도 상담, 의처증/의부증 상담, 가정폭력 상담 등을 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부부들이 힘들어하는 갈등의 원인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함만큼이나 서로의 생각이 다름 또한 알 수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양가 부모이나, 양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어 결국 이혼하게 되는 사례들은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해도 많이 안타까웠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녀도 정작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양육 문제에 있어 잘 도와주지 않는 남편과의 갈등도 생기고 아이와의 실랑이에 육체적 힘듦을 어찌 할 수 없었나보다. 그래서 그녀도 결혼하지 않은 후배를 만난 자리에서 결혼 하지 마라고 폭탄 발언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말은 해석이 필요하다.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문장이 아니라 은유적인 표현으로 약간의 해석이 필요한 말이다. 저자가 해준 해석은 이랬다.

 

결혼한 이들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결혼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얻으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말 아닐까. (313)



 

30년 이상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져 살아가는데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문화와 환경이 다르니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많은 성격들이 드러날 것이다. 부부는 이때 상대를 향해 비난하고 자신과 다름을 틀리다고 지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한 걸음의 양보와 배려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다.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채워주는 사람이다. 내가 채워주는 능동체가 먼저 되어야 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결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보다 실체적으로 이해하는 책이 될 것이다.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약간의 갈등이 있는 부부라면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많은 사색과 대화를 통해 긴장과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이를 풀어내야 할 것이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저자의 따스함. 가정 그리고 각 의뢰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이 땅에 더 이상 힘들어하는 부부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자라 다시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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