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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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고 파는 게 과연 가능할까?

무슨 SF 영화에나 나옴직한 시간을 축으로 하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다. 과거로 떠나고 미래로 떠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오롯이 우리가 속한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담론을 담고 있다.

 

7년 전이긴 하지만 김선영 작가의 전작 시간을 파는 상점을 워낙 재미있게, 강렬하게 읽었던지라 지금도 서재에는 그 책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번에 7년의 세월, 61320시간이 흐른 뒤에 같은 작가의 2집이 나왔다. 이 책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시간을 판다는 개념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어떤 문제를 주인공 백온조가 운영하는 사이트 시간을 파는 상점에 의뢰한다. 그러면 그 문제에 해당하는 몇 시간을 빌려오는 것인데, 나중에 타인의 요청에 자신이 참여할 수 있으면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빌려온 시간을 되갚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보면 시간을 모으고 축적하는 기본개념을 차용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 몫이지.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 뿐이다.” (모모, 249)

 

시간을 파는 상점전편이 시간의 개념과 상점의 개념에 좀더 치중한 작품이란면 이번 2집은 시간을 파는 개념에 대한 이론이 어느 정도 튼튼하게 구축된 뒤에 작업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시간을 파는 상점2는 보다 사회파 소설에 가깝게 다가가 있다.

 

작가는 고양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보안관 해고 철회 시위를 통해 복직 결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같은 처지에 있던 학교의 비정규직 수백 명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기사를 읽고 소설의 뼈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간을 파는 상점2는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해고를 철회하고 복직시키기 위한 시위로 시작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배경으로 남고, 새롭게 운영자로 올라온 난주, 혜지, 이현과 졸업생 강준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이성간의 삼각관계도 살짝 포함된다. 독자층이 청소년인 것을 생각해서인지 이러한 썸타는 이야기가 약간의 재미를 더할 수 있고 현실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는 있으나, 이러한 관계로 인해 진행하던 문제에 차질을 일으키는 스토리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온조의 엄마가 벌이는 두꺼비 산란장인 방죽 살리기와 새롭게 상점에 의뢰된 숲속의 비단은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을 담당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섞이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혼란이 생기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이현은 숲속의 비단사건을 풀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려는 아저씨의 부탁을 받으면서 삶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한다. 바로 아저씨가 이현에게 질문처럼 던진 살아 있는 것살아가는 것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다.

 

살아 있는 것살아가는 것에 대한 통찰은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복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단지 살아만 있는 학생이 아니라,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학생들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2는 전편에 비해 더욱 성숙한 학생들이 나온다. 사회적 문제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면서 어른이 저지른 부당한 잘못을 청소년들이 바로 잡는 쾌거를 이룬다. 하지만 그들이 이룬 성과는 수많은 모래알 가운데 하나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모래 해변에 올라온 수많은 불가사 중 하나를 겨우 바다에 다시 던져준 것과 같다. 모든 불가사리를 다 살려줄 순 없을지라도 그 한 마리에게는 생명을 다시 살려준 것이기 때문에 그 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그 행동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불가사리를 바다에 던져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너희들은 해냈잖아. 그리고 너희들의 행동이 앞으로 많은 파급력을 낳을 거야. 세상은 그렇게 더 좋아지기도 더 나빠지기고 하는 것 같아. 나빠지는 속도는 무척 빠른데 한번 나빠진 것을 되돌리는 것은 더디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래. 그런 세상에 점을 찍는 일이 될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겠어? 어른들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일을 한 거야.” (193)

 

인간은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시간의 유한성을 안고 있다. 그 유한성의 시간을 어떻게, 어디에 쓸 것인가는 자신에게 속해 있다. 우리는 대부분 늘 바빠서 어딘가 다른 사람의 일에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런데 정말 바쁜 것일까? 저자는 책에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말한다.

 

그러니까, 시간을 내고 안 내고는 마음에 달려 있는 거란 얘기지.”

오올~ 그러니까,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마음이 없다는 말과 같은 거네.” (120)

 

시간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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