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2017년 같은 작가의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은 지 2년 만에 읽게 된 책이다. 전작이 동물의 생각 즉 그들의 똑똑함, 지식을 알아보는 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동물의 감정을 알아보는 책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는 유명한 영장류 학자로 대부분의 사례는 침팬지를 연구한 것으로 설명된다. 물론 코끼리나 원숭이 등 다른 모든 동물에 대한 소개가 간헐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의 전공은 영장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약간은 확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게 필요하다.

 

어린 시절을 강아지와 함께 보냈던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굳이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동물에게도 당연히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는 것을.

 

그렇더라도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연구를 통해 기존 이론을 뛰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물학자 사이에서는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는 이론이 우세했기 때문에 동물에게도 인간과 비슷한 감정이 있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통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함으로써 기존 이론이 틀렸고 새로운 이론인 동물감정론을 주류 이론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전작에서 8가지로 분류한 지능 관찰 항목 가운데 자아개념’, ‘공감 능력’, ‘기억’, ‘협력’, ‘얼굴 인식의 다섯 가지 항목은 이번 책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에서 중복 확장되어 설명된다.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저자는 동물의 지능을 검사할 때 늑대의 지능은 늑대가, 고양이의 지능은 고양이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기준으로 검사하는 것은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동물을 그 사진의 생물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고 인간 중심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 유인원을 사용해 유인원을 테스트하고, 늑대를 사용해 늑대를 테스트하고, 인간 어른을 사용해 아이를 테스트해야만 그 종의 고유한 진화적 맥락에서 사회인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250)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가령 강아지에게 쇼파에 앉으면 안 돼같은 규칙이 과연 적절하게 이해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모든 규칙은 인간중심적 태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왜 그것을 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인지 동물은 알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강요하는 이 금지들은 정말 기묘하지 않은가! 싱가포르에서 왜 껌을 씹으면 안 되는지 내가 이해하기 어렵듯이, 동물의 입장에서는 이런 규칙들이 과연 적절한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233)

 

저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동물에게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는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과학이 그것을 간과하고 약소하게 평가해 왔기 때문에 다소 분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분노는 때로 창작열을 북돋우는데 저자의 이 책이 바로 그 결실이라고 보면 되겠다.

 

신경과학자인 팡크세프는 동물은 제한된 반응을 가진 입력-출력 시스템으로 간주할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을 참아내지 못했다.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애서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이론에 가장 걸림돌이 된 학파는 스키너의 행동주의 학파였다. 스키너 학파는 동물의 감정에 대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감정이 뇌와 연결되어 있고, 뇌가 수천 수만 수억 개의 신경망으로 신체와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은 신체 감각에 의해 일어난다고 하면, 오히려 우리 인간보다 훨씬 더 예민한 신체 감각을 갖고 있는 동물이 더 풍부한 감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생각은 저자보다 한 걸음 앞서 필자가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이다. 동물이 인간보다 감정이 단순하거나 없다고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또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로 동물에 비해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앞세우는 이론이다.

 

인터넷 두산백과 사전에 따르면 감정이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이다. 공포심, 분노, 쾌감, 웃음, 고통 등은 생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그밖에 심리적 원인에 의한 성취감, 실패감이 있고 사회적 원인에 의한 열등감, 애증 등이 있다.

 

저자는 공포심, 분노, 쾌감, 웃음, 고통 같은 신체적인 감각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감정의 동질성 외에 동물에게는 없을 것 같은 심리적 원인이나 사회적 원인에 의한 감정들도 영장류의 경우 대부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가장 재미있었던 실험은 최후통첩 게임이었다. 최후통첩 게임은 인간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황금 기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령 100달러를 다른 사람과 나눠가지도록 하되, 분배비율은 그 사람이 정할 수 있다. 가령 50 50으로 정할 수도 있고, 자기가 많이 가지기 위해 90 10으로 나눌 수도 있다. 배분비율 주도권은 돈을 가진 사람이 쥐고 있는데 문제는 돈을 분배받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만약 상대방이 자신에게 분배되어 오는 금액을 거부하면 둘 다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분배자는 상대방의 심리적 임계점을 잘 파악하여 상대방에게서 불평이 나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분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어른이나 아이의 경우 많은 사람이 50 50의 비율로 분배했다. 하지만 동물은 어떨까.

 

침팬지에게 실시한 방법은 이렇다. 한 침팬지에게 두 가지 색의 토큰을 선택하게 하는데, 가령 파란색을 선택하면 그 침팬지에게 바나나 다섯 조각을 주고 다른 침팬지에게는 한 조각을 준다. 만약 빨간색 토큰을 선택하면 두 침팬지에게 각각 세 조각씩을 준다. 선택권을 가진 침팬지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와 자신의 몫이 줄어들지만 상대방에게도 많은 몫이 돌아가는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그 선택에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침팬지는 둘 다에게 같은 결과를 주는 토큰을 선택했다. 간혹 이기심을 나타낸 침팬지에게는 상대 침팬지가 창살을 치거나, 입속의 물을 뱉어내는 등의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인간과 동물은 생각, 감정 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동물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이지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끊임없이 사랑하고, 위로하고, 분노하고, 협력하고, 지지하고 추억한다. 식물들도 잎사귀를 따면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는가. 그들만의 감정을 표시하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 레오의 슬픈 눈망울을 기억한다. 곧 서평을 쓰려고 벼르고 있는 김성동 작가의 염소를 읽어보라.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지. 그들의 말을,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감정을 우리가 인지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동물학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계 안에서 각각의 부품은 대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래서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완전체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난폭한 취급을 견딜 수 있는 생물은 없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403)

 

동물은 시계부품처럼 조립되는 개체가 아니다. 우리가 함부로 다루고 취급할 수 없다. 우리는 고기를 먹기 위해,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자신의 배설물 위에 서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동물의 생각과 감정을 애써 외면한다. 얼마 전에 서평을 쓴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동물들을 읽어보라. 우리는 동물을 지배하는 자가 아니다. 지구촌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청지기다. 우리는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문자를 만들고 도시를 건설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지구의 주인인 양 살아가지만, 지구는 인간을 위한 고독한 섬이 아니다. 모든 식물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섭리 안에 놓여 있는 곳이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가득하다. 간지럼 태우기를 바라는 눈빛의 생쥐를 본 적이 있는가. 생쥐도 즐거움의 감정을 표현한다. 당연히 우리는 강아지들이 드러누워 놀아달라고 간청하는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교만과 오만을 내려놓게 하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감정은 좋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고,

추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3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