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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햇살이 앞 유리창으로 비쳐 들어와 나를 감싸고 있었다. 눈을 감자 그 빛이 내 눈꺼풀에 따뜻하게 내리쪼이는 것이 느껴졌다. 태양빛이 멀고 먼 길을 더듬어 이 자그마한 혹성에 도착했고, 그리고 그 힘의 한 자락이 내 눈꺼풀을 따듯하게 데워 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자 야릇한 감동이 나를 휘감았다. 우주의 섭리는 나의 눈꺼풀 하나조차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알료샤 카라마조프의 기분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한정된 인생에는 한정된 축복이 부여될 수 있는 것이다. - p.321 -
이 책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한 장씩 번갈아가며 나온다.
계산사인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 '나'는 어떤 박사의 부름을 받고 이상한 건물에 들어선다.
폭포를 지나 박사의 연구소로 가서는 오른쪽 뇌와 왼쪽 뇌를 사용해서 일을 한다. 그게 무슨일인지는 읽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소리뽑기와 동물들의 두개골을 연구하는 박사의 연구와 주인공 '나' 만이 세계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계산사의 적인 기호사들과 암흑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괴물 야미쿠로...
이들을 이겨내고 세계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세상인 세계의 끝
이곳엔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디딘 주인공 '나'가 있다. 문앞에서 자신의 그림자와 헤어지고 마을로 들어선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음이란 게 없는 쓸쓸한 이 세계에서 '꿈읽기' 직업을 부여받는다. 그 꿈은 두개골에 담겨 있다
높디 높은 살아있는 벽에 둘러싸인 이 세계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 다시 그림자와 만나 어떻게든 나가고 싶지만 들어갈때와 달리 나갈때는 마음대로 나갈 수 가 없다...
1권을 읽으며 했던 나의 생각은 어느 정도는, 반쯤은 맞아들었다.
샤프링을 하기 위해 원더랜드의 주인공인 '나'는 뇌에 무슨 조작인가가 가해졌고 그로 인해 잠재된 의식 간에 브리지가 생겼지만 어떤 충격에 의해 브리지 하나가 끊기면서 세계의 끝에서 현재의 원더랜드로 돌아올 수가 없게된 것이다.
이제 몇시간만 지나면 완전히 세계의 끝에 갇히게 되는 '나'와 세계의 끝 속의 '내'가 그 세상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길을 정하는지를 2권에서 알려준다...
아...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지만, -뭔가 허를 찔린 듯한 느낌- 아쉬움이 남는 끝이 맘에 든다
하루키의 모든? 책이 그렇듯 열린 결말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인가? 하지만 하루키는 제임스 조이스를 언급한 적이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을 끝장내버리듯 알려주지 않고 그 후의 일은 네가 알아서 상상해라..식의 글쓰기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 음악이 있는 책 - Duran Duran : Ordinary World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듀란 듀란의 음악을 들었다 정말이지 잘 어울린다... 역시 올드팝이 최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