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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오늘을 잊지 말자...
나는 누군가에게 그랬던 적이 있던가....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던 적이 있을까...
한밤중에..새벽에 전화를 걸어도 받아줄수 있는 그런사람이었던가..혹은 그런사람이 있었던가...
책을 산지 한참이나 됐는데도...난 책을 선뜻 읽지 못했다...
내가 무슨 생각들을 할지 알고 있어서...?
어릴때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작가인데..읽지 못하고 있었다...아니...읽지 않고 있었다.
책을 사자마자 몇 페이지를 읽고 덮어버렸다...맘이 뭉클해질거 같아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할일도 없어서 그랬는지, 집에 혼자 있어서 그랬는지, 무슨 바람이 분건지...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졌다..내가 가장좋아하는 일...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
시간이 많아도 좋아하는거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줄은 몰랐다...
어렸을땐 이런거 저런거 안재고 하고싶으면 했는데....
나이가 들으니 하고 싶은일들도 맘을 먹어야 한다...
[에드워드 엘가]의 소품집?을 CD player에 넣고 쇼파에 앉았다..
책을 넘기면서도, 작가가 무슨말을 할지 아는것처럼 가슴이 저려왔다...
그들의 이름을 다시 되뇌어 본다...
정윤, 단이, 명서, 윤미루...
나랑 같이 지냈던 사람들 처럼 낯설지가 않다...
아니..마치 내가 그들중 한사람인것 같다...그런것처럼 맘이 아프다...
이 말들을 쏟아내느라...작가는 얼마나 힘이들었을까....
정윤과 명서와 미루와 낙수장 등...낙산을 갔을때 명서의 고백이 마치 내가 그 고백을 들은 것처럼 귓가에 맴돈다...
책의 모든 문장이 아픔답고 가슴아프지만...
난 이부분이 가장 좋다...그리고 슬프다...
사랑을 기쁨으로만 표현하지 않은 것...
좋아해, 정윤
윤미루 만큼?
작은 참새를 손에 쥐고 있을 때...그때의 그 기쁨만큼...
윤미루 만큼?
형들이 참새를 구워서 돌려줬을때..그때의 그 슬픔만큼...
윤미루 만큼?
친구들과 처음으로 참새구이를 먹었을때...그때의 그 절망만큼...
정윤이 생각한 것처럼...나도 생각한다...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이지만은 않을까...왜 슬픔이고 절망이기도 할까....
정윤과 명서와 미루와 단이에게는 사랑하는것은...기쁨만은 아니었다...기쁠수만은 없었다...기쁨이 커진만큼, 슬픔도, 절망도 커져갔을테니까....
중학교때부터 신경숙의 책들은 모조리 읽었었는데....다시 책이 나와서 기뻤다....기쁜 동시에 조금 슬펐다고 할까...
이 작가는 어떻게 어린시절을 보냈던 걸까...하고 항상 궁금해 했었다...외딴방의 그 아이처럼?? 아니면, 깊은 슬픔 속의 은서처럼???
꼭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삶이 베어있겠지....그녀의 작품에는....
언젠가 그녀가 결혼을 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봤을때...이젠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속으로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작가의 글에 쓴 것처럼...우리말로 씌여진 우리의 문학작품들이 점점 줄어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기에는 정말로, 앙드레 지드나 헤르만헤세 등 세계문학 전집에 푹 빠져 있었고...대학생이 되어서는 하루키 열풍이 불면서 일본 소설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지금은 웬지 휑한 느낌이다..
책을 읽어도 중요한것은 빠진 듯한 느낌...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
하지만 신경숙의 글을 읽으면서....아직은 우리에게도 이런 작가가 있다....이렇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속이 꽉찬...좋은 글을 읽게 해주니까....
책을 읽고 가슴이 저려서 한동안 멍했지만.....
이렇게 쏟아내버리니 조금 나아진다...
어렸을때 읽던 신경숙의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지...
책 중간에 소금호수와 고양이가 나오는....[여행이 끝나면 남들한테도 말하리]가 들어있는 [아름다운 그늘]도...
어릴때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나?' 싶을 정도로 가슴아프게 읽었던 [외딴방]도....
아직도 동생이 '은시야~'라고 부를것 같은...이름마저도 슬픈 은서가 나오는 [깊은슬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