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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눈곱만 떼고 소파에 누웠는데 꼼짝하기 싫은 날.
분명 만나고픈 약속이긴 한데 괜히 움직이기 싫어서 비비적대는 날.
그렇다고 딱히 핑계 댈 이유도 없는데 취소하긴 그렇고...
그럴 때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엄청 미안해하면서 연락하면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날.
그런 생각은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사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보통 에세이를 읽으면 내가 작가와 마주 앉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이 책은 내가 작가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녀를 생각하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도 보면 아련한 그녀는 보고 서 있으면 그녀의 삶이 과거형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그래서 현실에 그녀를 다시 마주하고 있으면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의 마음을 알아.' 하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
"몇 개의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배웠다. 지킬 것이 많다는 게 꼭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걸 가지고도 아무것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도 아주 많은 걸 지켰다.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30대, 엄마 친구들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을 지겹도록 받을 나이, 부유하고 명랑한 독거노인이 희망인 그녀이기에 돈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돈에 연연하며 살기보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가 나여서' 기쁜 순간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하는 삶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파고 파고 또 파도 내 매력은 계속 나올껄? ㅋㅋㅋ
특별하지 않으면 어때? 평범해도 즐거운 사람이 되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기대되는 나만의 세계',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은 짱도 아닌 개짱이지만 그보다 더 짱인 게 있다. 돈이 최고라고 말하는 내가 그 피 같은 돈을 써서라도 웃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벅찬 순간. 모순 같지만 그런 순간을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 자꾸만 돈돈거리며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