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타이는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에 바탕하여 해석 일반에 대한 정립을 꾀한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해석학의 적용 대상은 그리스 문학이나 성서일 것이다.
딜타이는 해석이 적용가능한 대상을 예술적으로 외화된 대상으로 한정하여 이해한다. 지속적으로 고정된 삶의 외화에 대한 예술적 이해를 해석 혹은 이해라고 부르는 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문헌 속에 포함된 인간 존재의 잔영에 대한 해석과 이해가 그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해석에 대한 정의에 바탕하여 딜타이가 界定하는 해석학은 문서로 기록된 유품에 대한 해석술이다.(39)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학파의 문헌학은 수사학의 전통 위에서 형성하고 발전하는데, 도서관에 수집되고 소장되는 문헌을 토대로 문인들은 저마다의 서평과 비판, 해석과 가치규정을 가하며 고대의 문헌학을 다듬어간다. 예컨대 호머의 서사시에 대한 분석들
성서해석에 있어서는 구약과 신약, 유대교와 기독교의 내적 연관을 밝히기 위해, 혹은 로고스 개념을 구약에 적용하기 위해 삼단논법식 해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후 비교적 체계적인 성서 해석학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교부들에 의해 발전하게 된다.
종교개혁과 더불어 핵심 논쟁은 성서의 해석문제였다. 즉 성서 자체만으로는 풍부하고 보편타당한 성서 해석을 도출할 수 없다고 보며 이로부터 문헌 해석법을 도입. 예컨대 플라시우스는 텍스트 속의 맥락, 목적, 비례, 개별부분 등의 보조 수단에 주목했고, 작품의 내적 형식에서 양식과 개별 영향 요소의 구별에 주의를 요했다. 그에게 있어 저술은 모종의 규칙에 의해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젬러에 의해서 성서 해석학은 언어활용의 해석학과 역사적 정황의 해석학으로 양분된다.(56)
슐라이어마허는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는 기술로서의 해석을 넘어, 이해의 분석, 해석 목적 행위 자체의 인식으로 회귀한다. 슐러이어마허는 해석이 작동하는 인간의 인식으로부터 보편타당한 해석 가능성, 보조수단, 한계와 규칙들을 도출해내는 동시에 모방과 재구성을 통해 문학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텍스트의 해석과 이해를 진행함에 있어 새로운 심리학적, 역사적 직관에 관심을 가졌다.
해석자는 저자가 본인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슐라이어마허)
해석의 목적은 작자의 성격과 작품의 예술적 형식 사이의 통일성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일성의 추구 속에서 작자의 가장 내면적 의도를 담고 있는 주저와 기타 저작 사이의 연관성이 드러나게 된다.
감각적으로 주어진 정신적 삶의 표현을 인식하는 과정을 이해라고 부른다. 그런 삶의 표현들이 다양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의 인식 유형은 일정한 공통성을 지닌다. 문자로 고정되어 표현된 삶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해석이라 부른다. (69)
셸링과 헤겔의 사변적 체계가 무너진 19세기 말 딜타이는 정신과학의 체계와 역사기초를 정립하는데 주목했다. 그는 정신과학의 실천적 목표가 윤리학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에 근거하여 도덕판단을 연구한다. 도덕적 행위를 규정하는 근거들 즉 보편타당한 규범과 도덕감에 대해 모색한다.
딜타이에게 있어 경험은 외적 감각에 의한 경험 외에도, 인지 즉 내적인 지각도 동시에 내포한다. 정신과학은 경험적 명제(역사적) 외에도 가치판단과 규범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과학과 구별된다.
딜타이는 역사철학을 거부했는데, 역사인식은 개별과학의 과제지만 전체로서의 역사 의미는 형이상학적 구성물로 인식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체험, 표현, 이해는 정신과학의 근본개념이다. 체험은 인식론적으로 내면화의 의미와 관련있다. 체험에서 내적인 것, 내가 자각하는 내용은 하나다. 체험은 의문시될 수 없는 독자적 확실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