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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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1.02.26~2021.02.28 읽음.

 

 이 책에 관해서 독서평을 남기려는 나의 마음은 사뭇 복잡하다.

일단 나는 물을 질색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5번 이상 익사할 뻔했었고, 단원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물이란 트라우마 그 자체이다.  내가 직접적인 피해 입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에게는 물이 상당히 공포스러운 존재로 다가오기는 그 이유가 충분하다.

 더군다나 나는 지독한 맥주병이어서 물에 뜨지 않기도 하고 수영으로 이 트라우마를 깨부수겠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 결정타는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이었다.

 

 

 내 꿈 중에 한 가지는 서른 전에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었고 유럽여행 중반쯤 나는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날씨가 더웠었던 곳에 있다가 부다페스트로 넘어오니 날씨가 다시 제법 쌀쌀 해졌다.

 여행 내내 비를 몰고 다니던 나 답게 아니나 다를까 부다페스트로 넘어온지 2시간이 안 되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더니 천둥 번개까지 쳤었다.

 

 비가 어느정도 약해지자 저녁 식사도 할 겸 주변 관광을 나갔는데 여전히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일정을 같이하던 일행이 자신은 배를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같이 다뉴브 강의 유람선을 타자고 제안했고, 트라우마도 있고 날씨 자체가 불길하다고 느꼈던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내일도 비가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탑승하지 말고 내일 추이를 보다가 타던지 하자고.. 오늘은 느낌이 별로 안 좋고 낮에 천둥 번개도 쳤으니 자제하자고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배경으로 내리는 애꿎은 비를 바라보며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에서 새벽 사이에 유럽 여행을 하던 도중에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던 밤이 되었다.

 

다름아니라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배가 가라앉아 난리가 났었던 것.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다시 잠들었던 그날 밤과 그다음 날이 아직도 영사기를 틀어 놓은 듯 생생하다.

 

다음날 숙소를 나서서 다뉴브 강을 따라 걸으니 분위기는 약간 뒤숭숭했다.

매서운 빗방울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비는 내렸고 다뉴브 강의 높아진 수심과 어지럽고 세찬 물살을 보면서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절대로 물과 가까이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난 30년이 넘는 인생을 살면서 여전히 물이 무섭고 싫다.

 

 

 

그런 나와 달리 이 책은 초등학교 수영부에서 에이스를 맡고 있는 ‘강나루’라는 아이의 뜨거운 여름이 담겨있는 책이다. 정말 나와는 완전 다른 주인공인 나루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하면서 수영만이 제 세상이고 전부이며 삶의 모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딱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생각을 하는 그런 아이이다.

체육 중학교에 입학하고, 국가대표가 되어서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그런 아이. 그런 나루에게는 같이 수영을 하다가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뀐 자신의 친언니인 버들이를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수영을 놓아 버릴 수 있냐며 버들이에게 분노한다.

 

자신보다 조금 늦게 수영을 시작했지만 신체적 조건이 유리한 라이벌 초희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경기 성적도 조금은 떨어지고 결국엔 초희의 부적이라는 반짝 거리는 수영복을 뜻하지 않게 훔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태양이랑 연애도 하고. 결국 초희와 코치님 그리고 자신의 초등학교 수영부 친구들 에게까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정정 당당하게 초희와 대회에서 겨뤄서 또 초희에게 지면서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된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아닌 완연한 어른이고 성인이다. 나루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다가도 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밖에 안 됐다는 걸 상기시키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작가가 문장을 너무 흡입력 있게 풀어내서 마치 초등학교 6학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나루는 다시 시합장에 설 자신이 없었다.

다이빙대에 오른 이상, 누군가 밀쳐 떨어지기보다는 스스로 뛰어내려야 한다.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은 결국 자신에게 떳떳해야 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내 인생관과 가장 맞닿아 있는 문장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소설의 마무리가 흐지부지하게 된 것 같다고 느껴졌으나 뜨거운 여름의 한강초등학교 수영부를 방문하여 나루의 일상을 몰래 훔쳐본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 줄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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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보급판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 뜨인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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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목요일에 원장님께서 리더쉽에 관한 내용을 말씀하신다고 하여 링크를 눌러 해당 동영상들을 다 시청하고, 관련한 다른 동영상도 살펴보니 이 인듀어런스 호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져서 주말에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끌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의 부제는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이다.


세상은 과정보다는 늘 결과에 더 이목이 쏠리고 나 역시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니스트 섀클턴경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찬란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낸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의 리더쉽은 마치 나침반과 같다. 나침반은 사람을 목표하는 곳까지 다다르게 했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늘 방향을 제시한다. 섀클턴 경의 리더쉽도 그와 같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결국 가능하도록 기적을 만든 건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늘 본인보다는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배려심, 그리고 책임감이 그를 나침반처럼 계속해서 끝없이 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세우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나는 변수를 상당히 싫어하는 사람이지만(물론 누가 변수를 좋아하겠냐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에 끝없는 변수가 있다. 당장 아마 평범할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더군다나 망망대해에 배 한 척에 의지한다는 건 그야말로 변수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지는것과 같다. 생사를 오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니스트 섀클턴경은 용기있고 낙천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믿고 있는 대원들과 살아서 귀환하기위해 끊임없이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의 항해 자체가 결코 낭만적일수 없었던 항해 여정이었고, 누군가는 반드시 비관적인 생각을 가졌을 텐데 비관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주고, 항상 부하들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선원들도 그를 믿고 기다리다가 결국 전원 구조라는 기적에 도달한것이 아닐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속에서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모든 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의 모습 자체가 대원들에게는 삶에 대한 열망을 놓아버리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의 나침반 그 자체였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나침반이다. 그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현재의 상황속에서 빠르게 판단하여 팀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지표가 되어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이 때로는 잘못 될 수 있기에 리더는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위해 더욱더 냉철해야 하며, 잘못된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빠르게 되돌아 올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 됐다.

아무쪼록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라는 그의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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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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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쓰는 독서 포스팅!!

 

그동안 운동에 아주 빠져지내서 책을.... 거의 안 읽었다.

지금 [욕망의 명화]는 반쯤 읽었고, 읽다가 생각보다 지루하기도 하고 요즘 하는 캐릭터 구상이 꿈에 관한 이능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구상 중이어서 최근 자연스럽게 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1월에는 내가 회사 출근을 17일 밖에 안 하기 때문에(2월에는 15번 한다. WOW!) 자연스럽게 공상을 하거나,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그 생각이 꿈 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캐릭터 구상도 잘 된 듯하다.

일단 내가 읽은 로판이나 판타지물에 내가 생각한 이런 능력의 캐릭터는 없었다.

 


 

 사담은 이만 줄이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1월에 내가 읽은 책중에는 단연코 최고의 책이다!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몇 달은 더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걸작이다.

작가가 평상시에 꿈에 관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상상을 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기반하여 만들어진 세계가 이끄는 흡입력에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처음 69페이지 정도까지는 읽기 힘들었다.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난 다음이기도 했고, 우리 고양이들이 내 침대에 와서 자길래 곁에 있다가 고양이들과 꿈나라로 향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45분 정도 책을 읽고, 퇴근길에 55분 정도 책을 읽으니 드디어 다 읽었고 덕분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실연당한 여자처럼 오늘 오전에 펑펑 내리던 눈 마냥 눈물을 뿌려댔다. 폭설주의보가 아닌 폭우주의보라도 발령했어야 했다. 이 책에 눈물 포인트도 있다는 걸 왜 아무도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나!!! (왜인지 좀 억울)

 

 일단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해서 우여곡절(?) 속에 잘 적응해나가는 걸 보면서 같은 사회 초년생(이라고 하기엔 나는 벌써 사회생활 9년 차다...)으로써 그녀를 응원하게 되고, 책을 읽어나갈수록 많은 꿈 제작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꿈 제작자들을 알아갈수록 내 마음은 행복으로 부풀어 올랐고, '애니모라 반쵸'의 이야기와 '도제'의 이야기는 내 눈물샘에 거대한 태풍을 보내서 덕분에 정성껏 화장한 얼굴이 쑥대밭이 됐다.

 

 사실 나는 할머니의 사랑과는... 거리가 먼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이 책으로 인해 할머니와 카페에 갔고, 할머니에게 캐러멜 마키아토를 시켜드리며 추억을 쌓고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울다가 꿈에서 깨어나고.... 그리고 진짜 내 현실을 마주했을 때는 나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수많은 직장인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콧물을 계속 훌쩍거리며 눈물을 생성해내고 있었다. 스포 자제를 위해서 더 이상 언급은 안 하지만 정말 내가 최근 365일간 읽어왔던 소설 중에 가장 잘 쓰이고 좋은 완벽한 책이었다.

 


잠에 드는 시간이 아깝다며 오늘도 불철주야 깨어있는 사람들이여!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매일 잠드는 시간마다 또 나는 어떤 꿈을 기대할지 꿈 쇼핑에 설레어하면서 잠이 들 수 있을 거예요.

 

잠을 자면서 꾸는 꿈도 '꿈'이고, 내가 원하는 바도 역시 '꿈'이죠? 영어 단어로도 역시 'Dream'도 'Dream'이고...

역시 잠을 자면서 꿈을 꿔야 정말 내가 원하는 꿈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 달러구트 꿈 백화점 148page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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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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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이 토익 공부를 위해 책을 주문해달라고 해서 주문도 할 겸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는 5만 원을 넘겨야 해서 살만한 책이 뭐가 있나 하고 인터넷 페이지를 넘기다가 요즘 깨나 회자되고 있는 '북유럽'에서 조여정 씨가 소개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구매하게 됐다.

 

아직 '북유럽'을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여기에 소개가 됐다길래 '그래도 뭐 생각이 있으니 소개를 했겠지.'하고 평점 정도만 확인 하고 구매했다. 나의 책 구매에 몇 가지 원칙이 있다면, 별점 9점(혹은 5점 만점에서는 4.2) 미만으로는 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에 직접 방문하여 책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지만 경제성과 시간적인 문제, 그리고 동네 서점에는 없는 책도 많아 항상 인터넷 서점에서 주로 구매하게 된다.

조여정 씨가 이 책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나는 윤여정 씨가 이 책을 추천했다고 생각하고 구매했다.

올 해도 타인의 성을 멋대로 착각해버리는건 여전하다. 

일부러 방송은 보지 않았다. 방송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서평을 먼저 읽게 된다면 그 서평에 사로 잡혀서 순수하게 내 생각만을 말하지 않고 타인의 감상평과 내 감상평을 적절히 섞어서 마치 나만의 감상인 것처럼 기록을 남길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 나는 특히나 이런 미디어에 크게 노출된 책일수록 더더욱 감상평을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책에 [Drei Geschichten und eine Betrachtung]라고 쓰여있는데, 이 독일어 문장을 번역하자면 [세 가지 이야기와 하나의 관점]이다. 이 [깊이에의 강요]는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匠人)뮈사르의 유언], [문학의 건망증] 이렇게 네 가지의 단편이 실린 책이다. 페이지 수도 83쪽 밖에 안 되는 책이라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은 맨 처음에 작가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돼서 곱씹으며 두 번을 읽어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깊이에의 강요]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난 제목조차 잘 이해가 안 갔는데, 냉정히 말하면 어색한 번역이다. '-에의'? '깊이-에의'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제목부터가 내겐 난해하여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서 찾아봤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92866


질문

'일상에의 사유'

위 표현이 '일상에 대한 사유'를 의미적으로 줄여서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어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표현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안녕하십니까?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의'는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에 연결되는 조사의 의미 특성을 가지고 뒤 체언을 꾸미는 기능을 가짐을 나타내는 격 조사'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제시하신 것처럼 쓰는 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견해에 따라 이와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 '-에의'표현이 너무 어색하고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튀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에 대한'을 '-에의'로 줄인 거라면 비로소 제목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깊이에 대한 강요]라고 번역됐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갖었다.

 


 

서두가 정말 엄청나게 길었는데,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났다. 아니면 같은 뉘앙스의 내용이 담긴 다른 매채를 본 것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이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예상하는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됐고 젊은 작가는 예상된 죽음을 맞이했다.

삶에 있어서 자아는 얼마나 나약하고 여린 존재인가?

타인의 말에, 타인의 평가에, 타인의 눈빛에 끊임없이 휘둘리고 시험당하고 결국 이 젊은 작가처럼 심각하게 휘둘린 경우에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스스로를 져버리고 낙화하고 만다.

나는 자아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믿고있지만, 과연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전혀 아닐까?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 읽는 책중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글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음에 무엇을 하고자 하였는지 그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달리기만 하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치중해 왜 가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것, 기억나는 것이 없다면 그대로 무너지기 쉽다. 


당장의 성과와 대중의 요구라는 막막한 것 앞에 서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처음에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는지 돌아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작가에게는 그것이 글의 형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쓴 글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략)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소중할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략) 결과가 어떻든 누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채 주고 같이 즐거워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짜이다.


요즘 내가 마음에 깊이 되새기는 내용이라 저 내용과 이 책이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일단 평론가가 자기딴에는 젊은 작가를 북돋아 줄 생각으로 이런 말(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을 했지만 과연 이 평론가가 뭐라고 젊은 작가에 대해 평가하고 다닐까?

우리는 끊임 없는 경쟁사회에서 타인을 평가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산다.

내가 그 사람을 온전히 알 수 없는데 자신이 무어라고 그런 부정적인 평가를 할까?

내가 항상 경계하려고 하지만 나조차 그게 쉽지 않은데 타인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물론 그 사람이 비판적인 평가를 듣고 싶었다면 모를까, 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평가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 사람에 대한 대단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마음에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나는 장난이었어도 상대로 하여금 불쾌감을 일으키게 했다면 그건 대단한 실례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산다.

저 평론가 역시 마찬자기로 젊은 작가를 북돋아줄 생각으로 평가를 내뱉었지만 그 평가는 그대로 독이 묻은 화살이 되어 날아가 작가의 마음에 명중했고, 그의 평가라는 독이 그녀의 마음을 장식해 결국 그녀는 죽음에 내몰리게 됐다.

무난하게 생각하자면 이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1. 타인의 생각에 깊게 몰두하여 자신을 잃지 말자.

2. 타인을 함부러 평가하지 말자.

첫 번째 항목에 대해서는 아직 큰 걱정을 안 하지만(추후에는 나도 많이 휩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 항목에 대해서는 늘 경계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젊은 작가의 죽음을 이 비평가가 다시 다룸으로써 이미 죽은 그녀를 다시금 죽이며 이 처참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나의 시선이, 나의 평가가 자칫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하루종일 '삶'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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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김휘빈 지음 / 이마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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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작년 12월 말쯤 읽기 시작해서 분명 '1주일도 안 돼서 다 읽어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13일인 오늘 드디어 읽기를 마무리 지은 책이다. 분명 출퇴근길에 책 들고 다니면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나 한파로 인하여 도저히 책을 들고 다닐 용기가 생기지 않았고, 1월 4일에 본격적으로 읽자!! 해놓고 4일에 조금 읽고 방치하다가 오늘 드디어 다 읽었다.

 

세 번 정도의 호흡으로 나눠서 읽어서 아쉽지만 오래간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작법서였다.

사실 웹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지만 꼭 웹소설 작가가 아니라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림작가이건 무슨 작가이건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오래간만에 아주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평상시에 막연히 "이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던 내용도 많이 담겨있었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내용도 많이 서술되어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오히려 [유 X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을 때 보다 훨씬 더 와 닿고 좋았다. 물론 그 책과 이 책은 독자층이 다르지만 어쨌건 작법서라는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난 이 책이 더 잘 쓰인 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특히 기억 남았던 부분들을 발췌해보자면


새로운 음식이나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음악에도 도전해 보자. (중략) 글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음에 무엇을 하고자 하였는지 그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달리기만 하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치중해 왜 가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것, 기억나는 것이 없다면 그대로 무너지기 쉽다.


내가 항상 경계하는 일이다.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달리는 행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왜 달리는지를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다. 항상 왜, 무엇을 위해 내가 이 레일 앞에 서있는지 의식해야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트랙을 벗어난 경주마는 시간이 지나 보면 지쳐버리고 이미 경주마로써 존재의 의의를 잃을 뿐이다.

 

 

 

 

 


계속 귀와 눈을 열어 두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자신을 충전하고, 닳아 없어진 것을 채우고, 좁은 자신의 세계를 계속 넓히는 체험을 해야 한다.


내가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고 자주 찾고, 자꾸 여행을 떠나고 공부를 하는 이유의 본질은 결국 나를 충전하고 닳아 없어진 나를 채우기 위함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는 분야나 지식이 넓어질수록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또 그 일이 본인에게는 너무 기분 좋은 변화이자 발견이어서 미술, 음악, 여행, 공부를 놓지 못한다.

분명 처음에는 허세를 부리려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내 삶에 자양강장제가 되어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단계에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점의 극대화다.' (중략) '단점을 눈감아 줄 정도로 장점이 뛰어난' 작품을 쓰는 걸 목표로 삼자.


나는 직장 내에서 혼자 글쓰기 경쟁상대로 삼은 사람이 있는데(그분은 그분의 글쓰기 스타일과 내 글쓰기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나는 ENTJ이고 그분은 INTJ가 나왔던데( 성향만 놓고 보면 비슷할 것 같지만 참 다르게 쓴다.

그 사람의 글을 보고 있자면 논술학원 선생님이 썼을법한 느낌? 혹은 대학입시를 위해 작성했을법한 딱 떨어지고 깔끔하고 논리적인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유형의 글 쓰기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렇게 쓰는 건 글쎄....

저번에 우연히 같이 식사자리를 갖은 적이 있었는데(물론 다른 사람도 더 있었다.) 따로 글을 쓰려고 여의도까지 가서 배운다는 것 같은데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아, 나도 글 쓰는 것을 배워볼까?'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글 쓰는 걸 배우면 오히려 내 장점을 망칠 수 있으니 그런 정형화된 학원이나 수업 같은 건 듣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 장점을 해치고 그 수업에 맞춰서 나를 바꾸려 할 것 같아서 겁이 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 같은 경우는(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글을 써내려 갈 때는 내가 생각한 인상이나 감상의 감정을 메인으로 세워두고 (감정을)한 호흡으로 쭉 써 내려가는 글 쓰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특징이 나의 개성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글쓰기는 1년 넘게 독서평에만 치중되어있지만... 정말 올 해는 반드시 로맨스 판타지를 쓸 것이다.

 

 

 

 

 


최초의 독자인 '내'가 즐거워하지 않는 소설은 쓸 수 없다. (중략) 작품을 쓴다면 제일 먼저 설득해야 하는 존재는 바로 이 독자로서의 나, 그중에서도 이 내면의 독자다.


사실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내용인데 일단 나는 카카오페이지나 리디북스 등등 각종 플랫폼에 몇 백을 쏟은 독자로써 나름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하고 나의 기준치도 많이 높아졌다.

예전이라면 조금 유치해도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유치한 글들은 잘 읽지 않게 되고 너무 뻔한 전개 뻔한 스토리 뻔한 아이템으로 진행되는 글을 보면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내가 눈이 너무 높아져버렸는데 그런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내가 즐거워하는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고...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걱정만 하지 말고 쓰는 것이 더 먼저겠지....

 

 

 

 

 


기왕 웹소설을 쓰겠다면 대중 예술가만이 느낄 수 있는 이런 즐거움과 보람을 한 번 정도는 느꼈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위대한 작품을 쓰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왜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일단 팬픽부터 시작해서 웹소설을 읽는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도 없었고,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떠도는 인터넷 소설도 돌려도 보고, 더 어릴 때인 초중생일 때도 인터넷 소설을 참 많이 읽었다.

그때부터 막연히 '아, 나도 한 번 써보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간 꼭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내 글로 하여금 사람들이 흥미를 느꼈으면, 지친 사람들의 삭막한 일상에 내 글이 단비가 되어 내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접근성이 쉬운 웹소설 작가가 내 희망직업이 됐다. (물론 더욱더 나아가서 나중에는 문학작가가 되고 싶다.)

 

작년 12월 병원 9주년 이벤트를 통해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내 발표의 목적은 이거였다.

내 발표로 인해 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흥미를 갖고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꼭 독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 발표로 인해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청자로 하여금 마음에 와 닿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생각을 갖고 발표 준비를 했고, 고맙게도 다른 팀 직원이 그날 나에게 다른 선생님도 발표를 잘했지만 내 발표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그래서 그 책을 읽어보고 싶어 졌다고 피드백해줬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과 칭찬에 수줍고 너무 기뻤다.

내 목적대로 됐다 하는 성취감에 짜릿했다. 내 목적 중의 하나가 누구 한 명에게라도 내 얘기가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글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즉 꾸준히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길들이는 길이다.


이 책에서도, 다른 사람들도 계속하는 말이 있다. 예술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과연 내가 소위 말하는 성공을 할 수 있을지, 이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많은 걱정이 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를 뒤돌아 봤을 때 잘 재련된 무기처럼, 잘 세공된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결과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그런 반짝이는 것들을 계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는 건강한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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